[리뷰] NAS용 HDD도 이젠 속도를 논할 때. WD Red Pro
한때 컴퓨터 관련 업계에선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속도를 높이는 것에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디스크의 회전수(RPM)을 높이고 캐시(임시저장공간)의 용량을 키우고, 인터페이스를 좀 더 고속화 하는 것 등이 HDD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단만 2014년 현재, 업계는 HDD의 속도 향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디스크의 회전속도는 1990년대 후반과 마찬가지로 7,200RPM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캐시 용량 역시 2005년 즈음부터 16~64MB 사이에서 제자리 걸음 중이다.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터페이스는 PATA(IDE)에서 SATA로, 그리고 SATA3까지 발전했지만 디스크 자체의 속도향상이 더딘 상황에서 인터페이스의 향상만으로 대대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부채질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존재다.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인 SSD는 플래터(자기디스크) 기반의 저장장치인 HDD에 비해 훨씬 쉽게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인지 최근의 HDD 업계는 속도를 높이기 보단 용량과 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HDD와 달리, PC외의 기기에 최적화된 측정 플랫폼 전용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제품을 다수 출시하고 있다. WD(웨스턴디지털)의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전용 HDD인 '레드(Red)'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NAS는 네트워크에 접속, 인터넷 상에 개인적인 클라우드 저장소를 만들 수 있는 서버의 일종으로, 최근 모바일 기기 붐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12년에 첫 출시된 WD의 레드 시리즈는 이런 NAS 전용으로 개발된 HDD로, 속도보다는 안정성과 내구성, 큰 용량과 그리고 NAS 구동에 최적화된 펌웨어를 강조한 제품이었다.
다만, 이러한 NAS 전용 HDD가 WD 외의 다른 업체에서 출시되고 NAS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안정성과 내구성 외에 속도 면에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NAS용 HDD가 필요해졌다. 최근 WD에서 내놓은 'WD 레드 프로(Red Pro)'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기존 레드 시리즈의 안정성에 성능까지 보강한 'WD 레드 프로'
WD는 레드 프로의 외형은 전형적인 3.5인치 규격 데스크톱 HDD다. 인터페이스도 최근 HDD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SATA3(6Gbps) 규격이기 때문에 NAS가 아니더라도 일반 PC에 달아서 쓰는 것도 가능은 하다. 물론 PC용 일반 HDD의 가격이 더 싸기 때문이 굳이 레드 프로를 PC용으로 쓸 이유는 없다.
일반 WD 레드 시리즈는 현재 이용하는 형태에 따라 회전 속도가 가변적인 인텔리파워(Intellipower) 기술이 적용되어 있었다. 다만, 이는 WD의 보급형 HDD인 그린(Green) 시리즈와 유사한 것으로, 이러한 HDD의 대략적인 회전수는 5,400RPM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레드 프로의 회전수는 7,200RPM라고 제조사가 밝히고 있다. 상황에 상관 없이 안정적인 고속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캐시 용량은 64MB로 동일하다. 참고로 WD에선 레드 시리즈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무실용, 레드 프로 시리즈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용으로 추천하고 있다.
최대 용량은 4TB, 5년의 긴 보증기간이 장점
24시간 쉬지 않고 구동되는 NAS라는 기기의 특성상, 디스크의 내구성과 안정성이 중요하다. 이 때문인지 일반 WD 레드 시리즈는 최대 6TB 모델까지 나온 반면, 레드 프로 시리즈는 최대 4TB 모델까지만 나와있다. 일반 레드 시리즈는 장장 1.2TB 용량의 플래터를 5장 이용, 6TB를 구현한 반면, 레드 프로는 이보다 적은 장당 800GB의 플래터를 5장 이용해 4TB를 구성했다.
무리하게 고용량을 구현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플래터를 이용해 안전적으로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참고로 WD 레드 프로는 일반 HDD나 레드 시리즈보다 훨씬 긴 5년의 보증기간을 제공한다. 제조사 측에서 내구성 면에서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AS에 최적화된 새로운 펌웨어, 나스웨어 3.0
그 외에 레드 프로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NAS에 최적화된 전용 펌웨어인 나스웨어(NASware) 3.0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나스웨어 3.0의 특징이라면 디스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회전 진동을 방지,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능을 지원하며 각종 오류를 방지 및 복구하는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 8~16베이 수준의 대단위 기업용 NAS에도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진동 및 열 관련 테스트를 거쳐 생산되는 점도 레드 프로의 장점이다. 그리고 영어로만 지원되는 점이 아쉽지만 WD는 NAS용 HDD 전용의 일주일 / 24시간 내내 제공되는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레드 시리즈, 일반 HDD와의 성능 비교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성능을 가능해 볼 차례다. 우선 PC에 연결해 수치적인 성능을 측정해봤다. 테스트 시스템은 AMD의 애슬론 5350 APU와 4GB 메모리, 그리고 MSI AM1I 메인보드로 구성된 PC를 이용했다. WD 레드 프로 4TB 제품(WD4001FFSX) 외에 기존의 WD 레드 2TB 제품(WD20EFRX), 그리고 흔히 쓰는 PC용 일반 HDD인 씨게이트 바라쿠다 500GB(ST500DM002)을 함께 물려 성능을 비교했다.
일단은 기본적인 성능을 분석하기 위해 저장장치용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구동해봤다. 테스트 결과, 레드 프로가 기존의 레드 시리즈에 비해 확실한 성능 향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4K 파일 쓰기 성능을 제외하면 모든 항목에서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다. 이 정도면 SATA3 기반의 HDD 중에서도 제법 상위권에 속한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성능 면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기존의 WD 레드도 실은 그다지 성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PC에 흔히 쓰이는 일반 HDD에 비하면 10% 정도 나은 성능이다. 제조사에서 안정성과 내구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NAS용 HDD는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내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발열 수준은?
NAS용 HDD라면 성능보다도 중요한 것이 안정성, 그리고 내구성이다. 다만 이는 최소 몇 개월을 두고 테스트해야 알 수 있는 것이라 지금 당장 가늠하긴 힘들다. 하지만 사용 중의 발열 정도로 향후의 내구성을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다. 당연히 발열이 적은 제품에 좀더 나은 수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장치에 각각 30여분정도 파일 복사 작업을 반복한 후 상단 표면의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NAS용 HDD인 WD 레드 프로와 WD 레드는 섭씨 38℃ 근처, 일반 HDD는 섭씨 41℃ 정도로 측정되었다. 일반 HDD에 비해 기본적인 발열 수준이 낮은데 한층 철저한 열 대비 테스트까지 거쳤다는 WD의 이야기도 사실이라면 확실히 나은 내구성을 기대할 수 있겠다.
소중한 NAS에 좀 비싼 보약(?)을 먹이고 싶다면
이번 테스트에서 확인한 점은 그 동안 안정성과 내구성만을 강조하던 NAS용 HDD도 이제는 고성능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이는 NAS용 HDD의 시장이 점점 커지고, WD 외의 다른 회사에서도 NAS용 HDD를 하나 둘씩 내놓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별화를 위한 고성능 모델의 투입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WD의 레드 프로 시리즈는 기대만큼의 좋은 성능을 보여줬다. 이미 품질을 어느 정도 인정 받은 기존 레드 시리즈의 특성에 성능이 보강된 것이니 기본적인 활용가치는 나쁘지 않다.
유일한 걸림돌이라면 역시 가격이다. 2014년 8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일반적인 PC용 3.5인치 4TB HDD는 18만원 정도, 기존의 WD 레드 4TB 제품은 25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하지만, WD 레드 프로 4TB 제품의 경우는 30만원을 넘는다. 단순히 용량대비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NAS의 가격이 제법 싸졌다지만 아직은 고가의 제품에 속한다. 그리고 NAS는 여러 이용자, 혹은 회사의 소중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을 중시하는 이용자들에게 WD 레드 프로의 다소 비싼 가격은 일종의 보험료일지도 모르겠다. 소중한 NAS에 좀더 비싼 보약(?)을 먹이고 싶은 사용자라면 신중히 구매를 고려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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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