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성비' 좋은 토종 SSD, 리뷰안 850X
PC의 성능을 결정짓는 대표적인 사양으로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 등을 말하곤 했다. 물론 이는 타당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장장치의 성능도 많이 따지는 것이 경향이다. CPU나 그래픽카드가 아무리 우수한 연산 속도를 내더라도 데이터를 담은 저장장치의 속도가 느리다면 당연히 PC의 전반적인 속도가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디스크를 물리적으로 회전시켜 데이터를 저장하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는 태생적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속도를 높일 수 없다. 때문에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이용한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각광을 받으며 PC 성능 업그레이드의 거의 1순위처럼 여겨지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정말로 많은 브랜드에서 SSD를 출시한다. 하지만 각 사의 사정이 모두 같지는 않다. 삼성이나 인텔, 도시바와 같이 낸드 플래시, 혹은 컨트롤러와 같은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SSD 업체도 있고 플렉스터나 OCZ, 에이데이타와 같이 타사에서 낸드 플래시나 컨트롤러를 납품 받아 SSD를 생산하는 업체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자의 제품이 후자의 제품보다 꼭 나은 성능을 내는 건 아니다. 후자의 경우에 있는 업체라도 얼마나 부품을 잘 조합하고 튜닝 노하우를 더하느냐에 따라 한층 우수한 성능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SSD 업체인 리뷰안테크는 후자에 속한다. 인텔, 실리콘모션, 마벨 등의 업체에서 주요 부품을 수급 받아 SSD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대기업이나 외국의 유명 업체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품질까지 싸진 않은 것 같다. 특히 최근 리뷰안테크에서 주력으로 팔고 있는 '리뷰안 850X'의 경우, 무려 6년의 보증 기간을 제공하며, 타사 제품(고가 제품 제외)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면 환불을 해준다는 대담한 선언까지 했다. 과연 이 벤처기업의 자신감이 근거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호환성과 안정성에 무게 둔 전반적인 구성
리뷰안 850X(리뷰제품은 RT-850X1M128)의 기본적인 구성은 최근 시중에서 팔리는 주류 SSD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2.5인치 규격의 크기에 7mm의 두께, SATA3(6Gbps)의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무리 없이 호환된다.
하지만 외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은근히 튀는 부분도 있다. 일단 검정색이나 은색 위주의 컬러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여느 제품과 달리 밝은 금색으로 외형을 꾸몄으며, 상단에는 '리뷰안 850X'라는 한글 로고를 새겨 이 제품이 국내 업체의 제품이라는 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내부적인 사양을 살펴보면 리뷰 제품의 경우, 인텔의 25nm MLC 낸드플래시, 그리고 실리콘모션의 SMI2246 컨트롤러로 구성되었다. 이 중 눈에 띄는 건 낸드 플래시 부분이다. 최근 SSD에는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 좀 불리한 대신 낮은 비용으로 고용량을 얻을 수 있는 TLC 방식 플래시메모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리뷰안 850X는 MLC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능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장치 호환성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 할 건 없다. 기본적으로 리뷰안 850X의 SATA3 인터페이스는 구형 PC에 쓰이던 SATA, SATA2 규격과도 호환이 되기 때문이다(물론 이 경우는 약간의 성능 저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울트라북'과 같이 요즘 출시되는 일부 슬림형 노트북 중에는 저장장치 교체가 불가능 한 경우도 있으니 이는 제조사에 문의하자.
타사 제품과의 성능 비교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직접 이용해 보며 성능을 시험해 볼 차례다. AMD의 애슬론 5350 APU와 4GB 메모리, 그리고 MSI AM1I 메인보드로 구성된 PC를 이용했으며, 리뷰안 850X 128GB 외에 삼성의 840 EVO 120GB SSD, 그리고 크루셜 M500 120GB SSD, 그리고 일반 HDD인 씨게이트의 ST500DM002 500GB 제품을 동시에 구동하며 성능을 비교해봤다.
제품 가격의 경우, 2014년 8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삼성 840 Evo가 7만 8,000원으로 약간 비싼 편이고 크루셜 M500과 리뷰안 850X이 각각 7만 2,000원과 7만원으로 비슷하다. 삼성 제품이 상대적으로 좀 더 고가 취급을 받는다면 리뷰안과 크루셜 제품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가격대라 할 수 있다. 참고로 500GB 일반 HDD는 4만 5,000원 정도로 팔린다.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벤치마크 테스트
우선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성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를 이용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비롯한 다양한 항목을 체크해봤다. 평균 데이터 읽기 속도의 경우, 리뷰안 850X가 가장 빨랐으나 삼성 840 Evo와 큰 차이가 없었고, 쓰기 속도의 경우 리뷰안 850X가 제법 큰 차이로 삼성 Evo 84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크루셜 M500는 HDD 보다는 확실히 빨랐지만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능을 냈다.
저장장치의 전반적인 반응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4K 파일 읽기/쓰기 속도도 측정해봤다. 평균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더라도 4K 파일 읽기/쓰기 속도가 느리면 체감적인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이는 특히 HDD에 비해 SSD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므로 SSD간의 실질적인 성능 비교용으로 아주 유용하다.
테스트 결과, 읽기 속도는 삼성 840 Evo가, 쓰기 속도는 크루셜 M500가 가장 우수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모든 SSD 제품군이 비슷한 결과를 기록했다. 물론 일반 HDD에 비하면 모두 압도적인 성능을 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AS SSD 벤치마크 테스트
다음은 SSD 전문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AS SSD Benchmark'를 이용해 성능을 비교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특정 부분이 아닌 SSD 전반의 요소를 테스트, 종합 점수를 매긴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부 성능이 잘 나오는 것 보다는 전반적인 성능이 고루 좋아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리뷰안 850X은 삼성 Evo 840이 비슷한 점수를 냈으며 동일 가격대의 크루셜 M500에 비하면 확실히 나은 결과를 냈다. 일반 HDD의 점수가 유난히 낮은데, 이는 AS SSD가 본래 HDD가 아닌 SSD에 최적화된 테스트를 수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윈도 부팅 속도 측정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수치가 곧장 실제 성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직접 PC를 이용해보며 체감할 수 있는 성능을 측정해봤다. 우선은 운영체제 부팅 속도 측정이다. PC의 전원을 켠 직후부터 윈도7의 부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아주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리뷰안 850X가 다른 SSD 제품에 비해 조금이나마 더 빠르게 부팅을 마칠 수 있었다. 일반 HDD 보다 2~3배 이상 빠른 부팅은 SSD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파일 복사 속도 측정
우수한 저장장치는 파일을 읽거나 쓰는 속도도 당연히 빠르다. 특히 덩치가 작은 파일 여러 개를 연속으로 읽거나 쓸 때 해당 저장장치의 진정한 성능을 알 수 있다. 70여개의 파일로 구성된 14GB 남짓의 폴더를 복사하며 걸린 시간을 측정해봤다.
테스트 결과, 리뷰안 850X가 비교 제품 중 가장 빠르게 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리뷰안 850X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쓰기 속도가 유난히 느렸던 크루셜 M500에 비해 훨씬 빠를 것은 예상을 했으나 삼성 840 Evo 보다도 좀 더 나은 성능을 낸 것은 다소 의외다. 여러 차례 같은 테스트를 해 봐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용 프로그램(LOL) 실행 속도 측정
직접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걸리는 속도도 측정했다. 테스트에 이용한 프로그램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이다. 튜토리얼 모드에서 소환사의 협곡 맵을 선택, 본 게임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LOL 실행 속도 테스트에서는 모든 SSD 제품군이 거의 오차범위 수준의 비슷한 결과를 냈다. 게임의 실행 과정에는 저장장치의 속도 외에 CPU나 메모리, 그래픽카드와 같은 연산 관련 하드웨어의 성능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HDD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확실하다.
브랜드 인지도 낮지만 성능 및 가격 경쟁력 돋보여
리뷰안테크의 리뷰안 850X는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SSD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성능은 유명 대기업의 제품과 대등하며,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에 비하면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6년의 제법 긴 보증기간을 제공하는 것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리뷰안테크의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지만 향후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내놓는다면 언젠가는 이것도 단점이 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리뷰안테크를 볼 때마다 2007년경에 활약하던 국내 벤처기업인 '엠트론'이 떠오른다. 엠트론 역시 자사의 SSD를 자체 생산, 활발한 마케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한계, 그리고 아직 덜 무르익은 당시의 SSD 시장의 분위기 때문에 2010년 즈음에 그만 문을 닫고 말았다. 물론 이에 비하면 리뷰안테크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SSD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고 제품 경쟁력도 괜찮은 편이기 때문이다. 향후 이 회사의 행보에 주목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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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