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데이비드 베넷 아태 지사장 "우리에게 맞는 길을 걷겠다"
지난 2013년 12월 5일, AMD가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총괄 사장(APJ Mega region Vice President)직에 AMD 글로벌 HP 어카운트 영업 부대표로 재직 중이던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라, 그는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한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운영 및 세일즈를 총괄 중이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AMD에서 재직하며 전세계 HP 어카운트 세일즈를 총괄했으며, AMD의 클라이언트, 서버 및 임베디드 플랫폼 등의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AMD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커머셜 고객(commercial client)을 수주한 바 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AMD 캐나다의 컨슈머 리테일(Consumer Retail) 사업 총괄직을 맡은 바 있으며, 주요 고객 관계 강화 및 컨슈머 영역(consumer space)에서 AMD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도 했다.
참고로, 캐나다인인 그는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습득해 아태지역 문화에 친숙하다. 일본어는 현지인처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수준. AMD에 개발 담당자로 합류하기 전, 일본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en world Japan(기존 Wall Street Associates K.K.)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이에 지난 7월 21일, AMD 아태총괄 데이비드 베넷 지사장을 직접 만났다. 향후 AMD가 생각하는 전략과 비전으로 내세운 IoT(사물인터넷)에 생각을 나눴으며, 현 IT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보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게임과 AMD, 그리고 '프리싱크'
처음 그를 만나고 살짝 놀랐다. 그래도 아태 지사장 아닌가. 하얀 수염의 노인을 상상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어려 보이는 인상에 당황했다. 참고로 그의 나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36. 역대 AMD 지사장 중 가장 어리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태 지역을 담당하느라 많이 바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AMD의 많은 발전을 기대한다. 최근 AMD는 게임과 관련해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멘틀도 그 일환이고. 요즘에는 '프리싱크(Free Sync)'라는 말도 자주 들리던데.
데이비드 베넷(이하 데이비드) : 프리싱크(웃음). 간단한 기술이다. 게임을 위해 만든 기술…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픽과 프로세서를 함께 제조하는 AMD에게 게임은 상당히 중요한 분야다. 콘솔부터 PC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 개발사에게 기술 등을 지원하는 이유다. 프리싱크도 마찬가지다. 게이머들을 위한 것으로 우리의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기술 중 하나다. 게임이나 동영상 등을 AMD GPU와 연결한 모니터로 실행하면, 화면을 끊기지 않도록 보정하는 기술이다.
IT동아: 뭔가 알듯 말듯, 조금 어렵다.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면을 보정한다는 뜻인가?
데이비드 : 사실 프리싱크는 이미 AMD의 GPU, APU 등을 탑재한 노트북, 데스크탑PC 등에 반영되고 있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것이 노트북이다. AMD GPU 또는 APU를 탑재한 노트북의 그래픽 설정을 보면, 화면 보정 기술 메뉴가 있다. 어렵지 않다. 이 기술이 프리싱크다. 다만, 이제는 이 화면 보정 기술을 모니터 제조사에게도 제공한다. 드라이버 형태로 제공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뭔가를 따로 추가하거나 추가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길 때 화면으로 보이는 영상이 끊기거나 깨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비싼 가격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이유도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게임 화면을 원활하게 볼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준비한 기술이 프리싱크다.
경쟁사도 이와 유사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의 기술은 라이선스 비용을 내야 하고, 추가로 부품을 설치해야 한다. 프리싱크는 AMD가 제공하는 GPU, APU 안에 탑재되어 있는 기술이다. 특히, 개방형 표준을 지향한다. 파트너사들이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언젠가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면 독자적으로 더욱 투자해 라이선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웃음). 모두에게 유용한 기술은 함께 공유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술명도 프리싱크다.
아, 참고로 프리싱크는 AMD 내부에서 사용하는 코드명이다. 정확한 기술명은 '어댑티드 싱크(Adapted Sync)'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모두가 유용하게 사용해 표준 기술에 준하는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IT동아: 기자도 게임을 상당히 좋아한다. 안그래도 AMD의 멘틀을 적용한 게임 출시 소식에 많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프리싱크 아니, 어댑티드 싱크를 적용한 모니터는 언제쯤 출시되는지.
데이비드 : 빠르면 8월, 늦으면 11월 안에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몇몇 모니터 제조사와 세부 일정을 논의 중이다. 아, 한국에서도 당연히 출시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웃음).
모바일, 그 다음은 사물인터넷(IoT)
IT동아: 요즘 화두는 IoT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입는 컴퓨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제품들도 결국은 모바일 이후 IoT로 넘어가는 단계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요즘 IoT 관련 기술과 제품, 서비스 등을 많이 주목하고 있다. AMD도 IoT에 대한 제품, 기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데이비드 : 준비 중이다. 우리는 내부에서 IoT를 '서라운드 컴퓨팅(Surround Computing)'이라고 말한다. IoT 시대는 결국 사용자 주변에 컴퓨팅 기술을 탑재한 무수한 제품이 있다는 것과 같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여기에 대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진정한 서라운드 컴퓨팅이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컴퓨팅할 것인지(도와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MD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보안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IoT 제품에 탑재하는 부품은 만들고 있지 않다. 보안에 필요한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데이터를 주고 받는 IoT 시대에는 더욱더 보안이 중요하다. IoT 시대에 보안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람들을 스캔하면, 그들의 이름, 나이, 연락처, 주소 등을 해킹할 수도 있다.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AMD는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서 보안 문제에 접근 중이다. 현재 하드웨어 단계의 보안은 독점형 또는 폐쇄형 아키텍처와 오픈 스탠다드 기반 아키텍처 2가지로 나뉘어 있다. AMD는 이중 후자를 선택했으며, ARM의 트러스트존 기술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해와 내년에 AMD 플랫폼 보안 프로세서(PSP: Platform Security Processor)를 기반으로 클라이언트, 서버, 그래픽, 임베디드 및 세미 커스텀 등 10억 개 이상의 기기에 탑재하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실행 방지 비트(No Execute Bit)부터 SAMU(Secure Asset Management Unit)에 이르기까지 AMD의 다른 IP 기술과 결합 중이다.
IT동아: …좀더 쉬운 보안 기술은 없을까. 너무 어려운 얘기다(웃음).
데이비드 : 하하(웃음). 어렵지 않다. 요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보안 기술 중 얼굴 인식이 있다. 얼굴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해당 영상 데이터 즉, 그래픽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AMD는 나름 그래픽 분야에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 나만의 생각인가? (웃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래픽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얼굴 인식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노트북 앞에서 손동작으로 제스처를 취하면 이를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이처럼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보안 기술을 밑단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 요즘 핫한 기술 중 하나인 오큘러스에도 AMD 기술을 탑재했다. 360도를 확인할 수 있는 오큘러스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보고 있는 곳의 사운드가 아니라 고정된 사운드가 들려서 어색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AMD 트루오디오 기술을 지원했다. 이제는 오큘러스 속 가상현실에서 사용자가 바라보는 곳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웃음).
IT동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AMD는 뒤에서 기술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럼,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지 않을까?
데이비드 : 맞다. 보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AMD가 어떤 보안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지 알려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지금도 AMD가 제조하고 있는 GPU, CPU는 게임용 콘솔(PS, Xbox 등), 윈도 PC, 윈도 태블릿PC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하고 있으며, 이는 곧 보안 기술도 지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보안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 사용자들까지 굳이 알 필요성이 있을까? 이걸 알리고 홍보할 필요성이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비용과 시간으로 더 높은 보안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알 필요가 없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도록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당연히 하드웨어 개발자나 파트너사, 정부 등과 보안 관련 기술을 공유 중이다.
차세대 AMD APU '카베리', 국내 출시는?
IT동아: 얼마 전 발표한 카베리 소식이 궁금하다. 거두절미하고 묻겠다. 국내 사용자는 언제쯤 카베리를 만나 볼 수 있을까.
데이비드 : 현재 레노버가 카베리를 탑재한 노트북을 출시했다. HP도 올해 안에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확인해야 하지만, HP가 새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주기에 맞춰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삼성전자와도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이 부분은 결정하고 난 뒤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노트북 이외에 삼성전자가 선보이는 다양한 X86 기반 제품에는 AMD 기술이 들어가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임베디드 제품, 의료영상 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파트너십을 연결 중이다.
IT동아: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내에서 AMD 탑재 제품을 많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제조사에서 선보이고 있는 AMD 탑재 제품을 해외 출시 소식만이 아닌, 국내 출시 소식으로 접했으면 좋겠다(웃음). 아, 한가지 더. 마지막 질문이다. FX 시리지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신제품을 본지 너무 오래됐다.
데이비드 : 하하(웃음). 알겠다. 좀더 노력하겠다. 카베리는 하드웨어 자체의 성능도 이전 제품과 비교해 향상됐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지원도 많이 집중 중이다. 아까 말했던 얼굴 인식, 제스처 인식 등도 지원한다. 특히, 한국은 게임 관련 시장 규모가 상당히 크다.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많은 편이다. 카베리 APU와 AMD 라데온 GPU 조합을 조합했을 때, 그래픽 성능도 많이 향상됐다. 2배 정도 성능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 이전과 비교해 안정성도 향상됐다.
한국 사용자들의 요구도 항상 체크하고, 고치지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드라이버 지원 관련 문제에 대해 많이 요청하시는데 내부에서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테스트를 거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가지 모두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FX 시리즈 출시와 관련한 재차 질문에) 준비 중이다(웃음). 좀더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단계다. 개구리가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움츠리듯이,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데스크탑PC용 FX는 아니지만, 모바일용 FX는 이전에 발표했었다. 음…. 사용자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 중이다. 꼭 좋은 성능의 FX를 선보이겠다. 기대해 달라.
IT동아: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데이비드 : AMD는 반도체 분야에서 45년간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선보였다. CPU뿐만 아니라, GPU 관련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AMD가 유일하다. 더 많은 기술 향상을 위해 최고의 엔지니어와 협력하고, R&D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우리에게 맞는 길을 가겠다. 앞으로도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와 인터뷰를 끝낸 뒤 기억에 남는 말은 'AMD에게 맞는 길을 가겠다'이다. 맞다. AMD는 언제나 2인자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렴하고 높은 성능으로 사용자에게 선택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혹 AMD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선보일 생각은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다시 한번 그는 "자신들에게 맞는 길을 걷겠다"라고 대답했다. 스스로를 알고 시장에 대처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기자는 요즘도 가끔 트리플 코어 '페넘' CPU를 그리워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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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