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경쟁력은 SCM에 있다, 엠로 김태준 전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기업 중 상당수는 '제조업' 분야다. 제조업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부품을 구매하고, 완성 제품을 유통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의 순환은 제조업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기업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에 주목하고 있다. SCM은 쉽게 말해 '공급망 관리'다.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모든 단계를 통찰하고, 관리하면서 자원의 누수를 막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SCM은 정확하게 어떤 것이며,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어떤 부분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SCM 솔루션 기업 엠로(emro, http://www.emro.co.kr/)의 김태준 전무를 만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왔다.
SCM은 '수요와 공급'을 일치하도록 만드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재화 및 서비스의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구매, 생산 및 물류 영역에서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한 기업의 핵심 경영 활동을 이르는 개념이다. 이것이 일치하지 않으면 재고가 생기거나 반대로 시장이 요구하는 만큼 상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생산, 재무, 구매, 유통, 고객까지 이르는 제조업의 모든 단계에서 적절한 가격과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공급망 통합 관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은 자체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세계 시장을 이끄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품)구매를 SCM의 영역의 핵심으로 보고, 구매와 공급망 관리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모든 재화와 부품을 자체 생산 및 조달할 수 없으며, 50%~80%를 외부에서 구매해 공급받는다. 기업은 수천~수만 가지에 이르는 재화 구매, 관리, 공급사 선정 및 의사결정에 효율화가 필요하며, SCM은 이에 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SCM을 통해 각 회사, 법인, 공장의 조달, 재고, 구매현황, 공급사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적정한 부품, 소재, 재화를 적기에 조달할 수 있으며, 전략적 구매도 가능해 기업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신제품 개발 및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재화 분배 및 구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제품/부품의 생산/출시 시기를 당길 수 있다.
"구매 시스템 도입은 국내 글로벌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기업의 1차 공급사와 중견기업까지 구매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퍼지는 추세입니다. 구매 시스템은 SCM 영역에서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넘어 '타임 투 마켓(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는 시간을 줄이는 일)'을 실현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판매-생산-구매의 순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기업 경영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대기업이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혼자서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스마트폰 연구/개발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의 부품은 물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할 수 있다면 SCM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 아닐까?
앞서 SCM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노력이라고 했다. 현재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소비자 요구의 다양화, 새로운 기술의 등장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변한다. 그만큼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가 어렵다. 만약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 스마트폰에서 다른 기기로 바뀐다면, 모든 것을 갖춘 단일 기업은 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내부적인 최적화가 아니라 공급망을 최적화했을 때 이뤄진다는 것이 김태준 전무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핵심 역량을 가지고, 제대로 된 아웃소싱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공급망과 공급망의 경쟁으로 커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에는 개별 기업의 역량이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양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협력 업체를 어떻게 키우고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협력업체를 키우고 관리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이를 SRM(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공급자 관계 관리)이라 부른다. 오늘날 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상호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공급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기업 생태계까지 무너질 수도 있다.
"엠로 자문을 맡는 국민대 경영대학 최정욱 교수님이 공급사의 중요성을 강조며 쓰는 수식이 있습니다. 있습니다. '(1+3)/2=2, (1+1)/2=1' 입니다. 일류 기업과 삼류 공급사가 만나면 이류 기업밖에 안 되지만, 일류 기업과 일류 공급사가 만나면 일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죠"
엠로의 경우 구매 시스템 솔루션에 공급사 관리 가이드도 넣어주고 있다. 단순히 공급사를 찾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키워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SRM이며, 여기에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가 더해졌을 때 SCM이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SCM은 기업에 실제로 어떤 도움을 줄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2009년, 기업의 공급사 선정, 계약 및 협업을 최적화해주는 입찰/조달 시스템 엠로 스마트 프로(Smart Pro)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조달 시스템의 가시성이 확보됐으며, 발주와 납품 관리를 최적화하는 등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고, 영문화 지원을 통해 해외 협력사도 이 시스템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를 통해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고 사급재(賜給材) 진행현황과 설계변경 인지 등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 적기 보급률은 40.3%에서 98.6%로 높아졌었으며, 230만 미터에 이르던 케이블 재고량도 90만 미터 정도로 크게 줄였다.
"애플은 올해를 포함해 7년 연속 SCM 역량 1위를 기록했으며, 삼성전자는 지난해 8위에서 2단계 상승해 6위를 기록했습니다. SCM의 역량이 큰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런 사례를 보면 SCM은 기업 경쟁력 창출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