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만원대 스마트폰? 워크맨의 적통! 소니 엑스페리아 E1
저가 또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찾는 사용자는 많지만, 정작 시중엔 저가폰이 드물다. 보급형 스마트폰이란 탈을 뒤집어쓴 주제에 출고가가 40만~ 50만 원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 주머니 속 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없는데 어디가 보급형이란 말인가.
소니가 이러한 경향을 부수고 참된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출고가 16만 5,000원. 이동통신사와 그 어떤 약정 계약을 맺지 않아도 이 가격에 즉시 구매할 수 있다. 바로 '엑스페리아 E1(이하 E1)'의 얘기다.
E1은 크기 4인치 해상도 800x480(WVGA)의 LCD 디스플레이, 퀄컴 스냅드래곤200(1.2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512MB 메모리, 4GB 저장공간, 32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등을 탑재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3 젤리빈이다. 데이터 통신방식은 3G이고, 블루투스 4.0도 지원한다.
사양을 보면 알겠지만,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게임을 제외하고) 스마트폰으로 활용하기엔 큰 문제가 없다. 16만 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 정도까지 하다니'라고 박수를 쳐줘도 되겠다.
게다가 E1은 한 가지 특징을 더 가지고 있다. 바로 음악 특화 스마트폰이란 점이다. 소니 워크맨에 적용된 기술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애플 아이팟 터치 같은 16만 원짜리 고급 MP3 플레이어라고 봐도 되겠다. E1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비슷해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의 가장 큰 걱정은 뭘까. 아무래도 '싼 게 비지떡 아냐?' 아닐까. E1은 이점에서 안심해도 좋다. 다른 스마트폰 못지 않게 제대로 만들어져 있다. 틈새가 벌어진다거나, 버튼이 헐겁다 등의 문제는 전혀 없다.
제품 크기는 1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예: 갤럭시S)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크다고 여겼는데, 지금 보니 너무 작다. 아이폰5보다 작으니 말 다했다. 두께는 11mm로 조금 두꺼운 편이다. 중지 손톱과 비슷하다. 무게는 116g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휴대할 수 있다.
재품 재질은 플라스틱이다. 두껍고 탄성있게 만들어져 충격에 강하다. 제품이 잘 조립돼 있어, 배터리 일체형 제품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실제로는 교체형 배터리를 갖춘 제품이다. 뒷판을 분리하면 배터리, 마이크로SD 카드, SIM 카드 등을 넣을 수 있다. 배터리는 하나만 제공하니 이 부분은 참고 바란다.
화면은 어떨까. 1세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다고 보면 된다. 모바일 웹 페이지는 쾌적하게 읽을 수 있지만, 데스크톱 웹 페이지를 읽으려면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 색감이나 시야각은 뛰어나다. 상하좌우 어디서 쳐다봐도 색상 왜곡이 없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전면 유리에 딱 붙은 것이 아니라 조금 들어가 있어, 측면에서 화면을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되도록 정면에서 웹 페이지, 동영상 등을 감상하자.
워크맨의 정통 후예
E1은 소니의 음악 재생기 워크맨의 기능을 품고 있다. 음악 재생 앱(워크맨 플레이어)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전용 버튼, 다양한 음장 기능, 쓸만한 번들 이어폰, 우렁찬 후면 스피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E1 상단에는 음악 감상 기능이 즉시 실행되는 워크맨 전용 버튼이 있다. 이를 누르면 워크맨 앱이 바로 실행된다. 또, 워크맨 전용 버튼을 누른채 제품을 흔들면 재생 리스트의 다음곡이나 이전곡을 재생할 수 있다. 화면을 보지 않고도 최대한 음악을 편히 감상할 수 있도록 추가한 기능이다.
E1에는 '클리어오디오+'와 'X라우드'라는 소니의 음장 기술이 들어 있다. 클리어오디오+는 음을 맑고 선명하게 들려주는 기술이고, X라우드는 저음을 강조해서 들려주는 기술이다.
E1의 번들(기본 제공) 이어폰은 기대 이상이다. 보급형 스마트폰은 보통 단가를 아끼기 위해 저질 번들 이어폰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E1의 번들 이어폰은 디자인은 투박해도 음질은 상당히 뛰어나다. 모든 음을 선명하게 들려줬고, 고음이 찟어지는 현상이나 노이즈가 끼는 현상은 전혀 없었다. 아이폰의 번들 이어폰 '이어팟'보다 좋으면 좋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E1은 후면 스피커에도 신경썼다. 출력 100dB의 이 후면 스피커는 만원 지하철 속에서도 음을 명확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렁찼다. 물론 따라하는 것은 금물이다.
워크맨 플레이어는 MP3뿐만 아니라 FLAC도 재생할 수 있다. 다만 진짜 무손실 압축 음원인 24비트 192kHz FLAC까지 재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24비트 96kHz FLAC까지만 재생할 수 있다.
1주일 동안 E1을 사용해본 결과 이 정도면 MP3 플레이어 대용으로 활용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외에 MP3 플레이어를 하나 더 들여놓고 싶은 사용자라면 E1을 후보군에 올려놔도 되겠다.
매우 긴 배터리 사용시간이 인상적
E1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제품에 내장된 스냅드래곤 200은 그래픽 성능을 제외하면 1세대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성능이 유사하다. 웹 서핑, SNS, 일반 앱 사용 등은 매우 쾌적하게 할 수 있다.
다만 게임 실행 능력은 형편 없다. 블레이드의 경우 호환되지 않는 기종이라고 실행조차 되지 않는다. 애니팡2나 모두의 마블을 실행하면 화면이 끊기고 앱이 강제종료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동영상 재생 능력은 괜찮은 편. MP4 파일의 경우 HD, 풀HD 등 해상도를 가리지 않고 정상 실행된다(24프레임 기준). 하지만 MKV 파일의 경우 HD에서도 간헐적으로 끊기며, 풀HD는 정상적인 감상이 불가능하다. 특성을 탄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카메라는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야간에 절망적이다. 주간에만 사용하자.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요소, 배터리 사용시간은 얼마나 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매우 길다. 고사양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뒤떨어질게 없다. 동영상 감상만 할 경우 8시간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화면 밝기 50%, 와이파이 연결). 웹 서핑만 할 경우 6시간 20분만에 충전이 바닥났다(화면 밝기 50%, 와이파이 연결). 일반적으로 사용할 경우 2일에 한번씩 충전해도 되겠다. 또한 소니는 자체 배터리 절약 기술인 '스태미너 모드'도 E1에 추가했다. 소니에 따르면 화면을 꺼둔 상태에서 불필요한 기능을 차단해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대 4배까지 늘려주는 기술이다. 다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배터리 사용시간은 큰 차이가 없었다.
운영체제는 나름 최신이다. 안드로이드 4.3 젤리빈으로 실행된다. 대부분의 앱이 정상 실행된다(성능이 떨어져 실행되지 않는 앱은 예외로 치자). 게다가 7~8월 내로 안드로이드 4.4 킷캣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데이터 통신은 3G, 정확히 말하면 HSDPA+까지 지원한다. LTE만은 못해도 번화가를 제외하면 나름 쾌적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 3가지
E1은 16만 원이란 가격 하나만으로도 '국내 최고의 알뜰폰'이라고 자부할 만한 제품이다. 고급 MP3 플레이어 겸 PMP를 사는 기분으로 충동 구매해도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3가지 존재한다. 첫째, 메모리 용량이 턱 없이 모자라다. 둘째, 저장공간도 부족하다. 셋째, 전면 유리가 흠집에 강한 강화유리가 아니다.
E1은 512MB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지만, 실제 앱 실행에 할당된 메모리는 378MB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여러 기본 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는 메모리 공간은 48MB에 불과하다. 멀티태스킹은 꿈도 꾸지 못한다. 웹 서핑을 할거라면 웹 서핑만 하고, SNS만 할 거라면 SNS만 하자. 왠지 우리의 추억 속으로 사라진 메모리 정리 앱이 그립다(물론 메모리 정리 앱을 설치해도 실제론 아무런 효과가 없다).
저장공간도 크게 아쉽다. 4GB를 제공한다지만 2GB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차지하고 있다. 남은 2GB도 기본 앱이 577MB를 점유하고 있다.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750MB에 불과하다. 기본 앱에 삭제가 되는 것이 몇 가지 섞여 있으니 최대 1GB까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해도 제품을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마이크로SD 카드가 필수다. E1에 내장된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은 32GB까지만 인식한다.
마지막으로 화면을 보호하는 유리가 흠집에 강한 강화유리가 아닌 점을 주의하자.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쉽게 흠집이 난다. 제품을 구매하고 반드시 보호필름을 부착하자. 보호필름만 부착하면 해결되니 큰 문제는 아니다.
E1은 소니스타일 온라인 스토어 또는 소니스타일 압구정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개통은 SK텔레콤, KT 또는 이 두 이동통신사의 회선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에서 가능하다. LG유플러스에선 개통할 수 없으니 참고하자.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