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스마트폰 시장 판도... 삼성-팬택 '빨간불' LG '청신호'

안수영 syahn@itdonga.com

스마트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만큼 치열하고, 끊임없이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그 뒤를 삼성전자가 바짝 추격했고, 삼성전자는 2012~2013년 정점을 찍었다. 한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무너졌다. 바로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던 시장의 흐름이다.

하지만 시장 판도가 또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 2분기 어닝쇼크(시장의 기대치보다 저조한 경영실적)에 해당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G시리즈를 기점으로 경쟁력을 갖추어 온 LG전자는 'G3' 호조를 보이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팬택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통신 3사에 출자전환 제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 와중에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ZTE 등 중국 업체들은 호시탐탐 시장을 엿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현황, 2014년 상반기를 통해 되짚어 봤다.

삼성전자 '어닝쇼크'… 갤럭시S5 때문?

삼성전자 갤럭시S5
삼성전자 갤럭시S5

지난 8일, 삼성전자는 2014년 2분기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7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9.5%, 24.5%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에 대해 스마트폰 부문의 판매 부진과 마케팅 비용 증가, 원화 강세 등을 꼽았다. 최근 중국 업체들의 경쟁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에서 실패했다는 것.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고도화되며 차별점을 강조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전작 대비 '갤럭시S5'의 강점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몫 했다. 블룸버그, 더버지, CNN, USA 투데이 등 외신들은 "갤럭시S5가 개선은 됐지만 전작과 큰 차이는 없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갤럭시S5가 출시된 지 2달 만에 '갤럭시S5 광대역 LTE-A' 모델이 출시됐는데, 해당 모델은 네트워크 방식뿐만 아니라 화질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까지 달라졌다. 결국 갤럭시S5가 한순간에 구형폰으로 전락해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와 스마트워치(기어 라이브), 갤럭시노트4 등 신제품을 앞세워 실적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하지만, 3분기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려면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정체돼 큰 폭으로 성장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둘째, 오는 9월 애플이 아이폰6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돼, 아이폰6 대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G3 판매 호조… 브랜드 입지 굳힌다

LG전자 G3
LG전자 G3

한편, LG전자가 지난 5월 말 출시한 'G3'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3는 출시 초기 국내 시장에서 하루 2만 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물론, 출시 초기에 보조금이 풀렸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현재도 하루 평균 1만 대 이상 팔리고 있다. LG전자가 G3 글로벌 시장 판매를 6월 27일 본격 개시했다는 것을 비추어 보면, G3 판매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G3의 판매량이 당초 LG전자의 목표치인 1,000만대를 넘어 1,200만~1,3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G2 판매량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재 G3는 외신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GSM아레나가 6월 진행한 설문에서 G3는 갤럭시S5, 엑스페리아Z2, HTC 원 M8 등을 최대 5배 득표 차로 따돌렸다. BGR, 폰아레나, 씨넷, 포브스 등 주요 외신들은 QHD 디스플레이 화질, 레이저 오토 포커스 카메라, 스마트 키보드 등의 UX에 호평을 남겼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박종석 사장은 "G3에 최고의 기술력과 심플한 사용 경험을 담았다. G3를 통해 LG 스마트폰의 브랜드를 끌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팬택의 위기, 이동통신 3사 출자전환이 관건

팬택
팬택

지난 2011년 12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졸업한 팬택이 2014년 2월 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업체들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실적 부진에 처한 것.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3사가 역대 최장기간 영업정지(2014년 3월 13일~5월 19일)를 맞으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더욱 얼어붙었다. 대부분 내수 시장에 의존하던 팬택 입장에서는 회생의 기회마저 빼앗긴 셈이다.

팬택은 지난 5월 '베가 아이언 2'를 출시하며 도약을 꿈꾸었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지 못했다. 팬택 채권단은 이동통신 3사의 참여를 전제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가결했다. 벼랑 끝에 선 팬택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동통신 3사에게 출자전환 요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팬택 이준우 대표는 "출자전환이 이루어진다면 팬택은 재무구조 개선 및 인수합병 등 투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2년 이내에 해외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이동통신 3사가 ICT 생태계 존속을 위해 출자전환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현재 이동통신 3사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만약 이동통신 3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은 법정관리에 접어든다.

팬택 베가아이언2
팬택 베가아이언2

중국 업체들의 약진, 국내 기업들도 대비해야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은 과연 누가 쥐게 될까.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LG전자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ZTE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약진이 무섭다. 그 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저가 제품으로 승부수를 겨루는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화웨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오너6(Honor6)'를 공개했다. 중국의 애플이라 불리는 샤오미는 올해 상반기 스마트폰 2,600만 대를 내놓으며 지난해 상반기 실적 대비 4배 성장했다. 올해 초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 이동통신사에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자사 스마트폰 제조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 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 애플,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내수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고,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려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만 한다.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도 대비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0달러(한화 약 20만 원) 미만 제품 비중은 2013년 전체 출하량의 33%에서 2018년 43%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500달러(한화 약 50만 원) 이상 제품 비중은 2013년 전체 출하량의 33%에서 2018년 21.1%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저가형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저가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선보이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더욱 피할 수가 없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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