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신세대 CPU와 SSD를 위한 메인보드, 에이수스 Z97-PRO
PC 업그레이드를 할 때마다, 혹은 새 PC를 조립할 때마다 가장 고민이 되는 항목이 바로 메인보드(마더보드, 주기판)이다. 일단 CPU(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와 같은 항목은 업그레이드 하는 즉시 성능향상을 느낄 수 있는데 반해, 메인보드는 직접적인 성능 보다는 안정성, 혹은 호환성을 추구하기 위해 투자하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체감적으로는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은 새로운 소켓 규격의 CPU가 나왔을 때 이를 장착하기 위해 기존의 메인보드가 멀쩡한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신형 메인보드를 사는 경우도 있다. 아무튼 중요하긴 한데 여러모로 본전(?) 생각이 나는 것이 메인보드에 대한 투자다.
최근 출시된 에이수스(ASUS)의 Z97-PRO는 이런 고민이 있는 사용자들이 고려해 볼만한 고급형 메인보드다. 기존의 인텔 하스웰(4세대 코어) 뿐 아니라 최근 출시된 하스웰 리프레시 CPU가 호환되며 향후 출시될 브로드웰(5세대 코어)의 호환도 보장되는 것이 첫 번째 매력이며, SATA Express 및 M.2 등 고성능 SSD의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신세대 인터페이스 탑재, 그리고 고급형 메인보드 다운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스웰~브로드웰에 이르는 넓은 CPU 지원범위가 매력
Z97-PRO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최근 출시되는 에이수스 고급형 메인보드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검정색의 기판에 CPU 주변 전원부를 감싼 제법 두터운 방열판, 그리고 오디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좌우 채널간 별도 레이어 구조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주 칩셋을 감싼 원형 방열판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CPU 소켓은 하스웰부터 인텔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LGA1150 규격이다. 하스웰은 물론, 최근 출시된 하스웰 리프레시, 그리고 내년에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제품인 브로드웰도 호환이 된다. 기존의 8시리즈 칩셋 기반 메인보드는 동일한 LGA1150 소켓을 쓰지만, 브로드웰은 지원하지 않으므로 지금 메인보드를 산다면 당연히 Z97을 비롯한 9시리즈 칩셋 기반 메인보드를 사는 것이 좋다.
이곳 저곳 살펴보니 기본기는 충실
Z97-PRO는 특히 12페이즈에 달하는 충실한 디지털 전원부에 제법 두툼한 방열판까지 달려있어 고급형 메인보드다운 면모를 가졌다. 메모리 슬롯의 경우, 합계 32GB까지 꽂을 수 있는 4개를 갖추고 있다. 최대 1,333MHz 클럭으로 동작하는 DDR3 메모리를 정식 지원하며 오버클러킹 시에는 최대 3,200MHz까지 클럭을 높일 수 있다. 오버클러킹을 자주 하는 고급 사용자라면 눈 여겨 볼 만 한 부분이다.
확장 슬롯도 넉넉하다. 특히 그래픽카드를 꽂는 PCI 익스프레스x16 슬롯이 3개나 있으며, 복수의 그래픽카드를 꽂아 그래픽 성능을 높이는 엔비디아 SLI 및 AMD 크로스파이어도 정식 지원한다, SLI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연결 브릿지도 1개 기본 제공하므로 게임매니아라면 환영할 만한 구성이다. 다만, PCI 슬롯은 없으므로 구형 확장카드를 많이 보유한 사용자라면 유의하자.
후면 포트의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CPU 내장 그래픽을 위한 출력 포트가 충실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DVI, D-Sub, HDMI, DP(디스플레이포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만, USB 포트의 수는 6개(3.0 4개, 2.0 2개)로 평범한 수준이다. 사실 이 정도 수준의 메인보드를 쓰는 사용자라면 내장 그래픽을 쓰는 경우가 별로 없을 텐데 차라리 디스플레이 관련 포트를 줄이고 USB 포트를 늘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SSD에 특화된 m.2 & SATA Express 인터페이스 동시 탑재
저장장치 관련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Z97-PRO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다. 6개의 SATA3(6Gbps) 포트 외에 신세대 인터페이스인 M.2와 SATA Express까지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대 대역폭(데이터를 전송하는 통로)이 6Gbps인 기존 SATA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최대 10Gbps의 대역폭을 발휘한다. 대역폭 때문에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던 신형 SSD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라 할 수 있다.
참고로 M.2와 SATA Express 중 향후 어느 쪽이 대세가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때문에 Z97-PRO처럼 둘 다 갖추어 선택의 여지를 주는 모델은 이점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M.2와 SATA Express를 지원하는 SSD의 종류가 아직까지는 좀 적은 편이라는 것 정도다.
매니아 지향 부가기능 다수 갖춰
그 외에 눈에 띄는 점이라면 CPU용을 포함해 냉각팬을 구동하는 헤더가 5개나 있다는 점이다. 메인보드 기판 곳곳에 개별적으로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는데다 각 냉각팬용 헤더는 팬의 종류를 감지해 팬 속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각 냉각팬의 회전 속도를 내부 온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도 갖추고 있어 냉각성능과 정숙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오버클러킹이나 부품 교체를 자주 하는 매니아들을 위한 부가 기능도 충실하다. 특히 오버클러킹 및 전력제어를 위한 별도의 하드웨어인 TPU, EPU 등을 갖추고 있어 소프트웨어 기반의 기존 솔루션에 비해 한층 직관적인 튜닝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특히 이러한 튜닝 기능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위치가 기판 곳곳에 있는 것이 눈에 띈다. CPU 오버클러킹 시에 배수만 높일지, 혹은 베이스 클럭까지 함께 높일지를 선택할 수 있는 TPU 스위치, 전력 효율을 높이는 EPU의 작동 여부를 정하는 스위치, 메모리 오버클러킹을 돕는 XMP 스위치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PC 부팅 없이 USB 메모리에 파일을 담아 바이오스를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바이오스 플래시백 버튼, 가조립 상태에서 전원을 쉽게 켤 수 있는 온보드 전원 버튼 등 매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부가기능은 확실히 충실하다.
싸진 않다, 하지만 제 값은 한다
에이수스 Z97-PRO의 2014년 6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는 23만 원 정도다. 동급의 타사 제품도 비슷한 가격에 팔리고 있고, 본래 Z97 계열이 고급형에 속하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가격대지만 아무튼 저렴한 메인보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업그레이드를 거의 하지 않고, 오버클러킹과 같은 작업에 관심이 없는 사용자라면 당연히 이 제품을 추천할 수 없다. 이런 사용자라면 9 시리즈 중에서도 보급형에 속하는 H97 계열 제품을 구매하자.
하지만 반대로 추가적인 성능 향상 및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다면 Z97-PRO는 충분히 제값을 해낼 만한 제품이다. 사실 이 제품에 탑재된 고급 기능 중에 상당수는 예전 같으면 30만원대 제품에서나 볼 수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데스크탑PC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의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기업들은 그래도 남아있는 소수의 고급 사용자들에게 어필할만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어 다행이다. Z97-PRO는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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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