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알아? 유튜브는 원래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였어
스티브 첸(Steve Chen) 유튜브 창업자가 18일 방한해 창업을 꿈꾸는 청년 사업가를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첸은 유튜브 창업과 매각에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들려줬다. 그의 얘기를 1문 1답의 형태로 정리했다.
1. 유튜브 창업의 계기 및 여정을 들려달라.
"대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첫 직장에 취직했습니다. 인터넷 상거래 기술을 보유한 IT 업체였죠. 페이팔입니다. 2005년 유튜브를 창립하기 전까지 그 회사에서 쭉 근무했습니다. 2005년 2월 유튜브의 도메인을 등록하고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창업하고 그 다음 18개월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잠을 덜 잔 기간입니다. 정말 눈코 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2006년 1월 1차 투자를, 4월 2차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해 연말에 구글에 유튜브를 매각했고요."
"유튜브 창립의 계기를 들려 드릴까요? 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체드 헐리(유튜브 공동 창업자)와 집에서 파티를 하고 있었습니다. 파티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다른 동료와 공유하려고 했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진 공유는 쉬웠는데, 동영상 공유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동영상을 공유하는데 어려움이 있겠구나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동영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들자고 체드와 결정했죠. 당시에도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웹 브라우저를 통해 바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되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웹 브라우저에서 동영상을 바로 올리고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그게 유튜브입니다."
"초기 유튜브는 온라인 비디오 데이팅 사이트였다는 얘기도 나돌더군요. 하하... 사실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개인이 자신의 비디오를 전세계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동영상을 타인과 공유할만한 동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한 적 있습니다(웃음)."
"변명을 더 하자면, 사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는 1주일밖에 안했습니다. 그 다음 관뒀죠.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적인 동영상도 잘 안올리는데, 온라인 데이팅 비디오를 올릴리 없더라고요. 부끄럽잖아요. 그래서 현재의 유튜브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입니다. 처음 떠올린 아이디어가 내 생각엔 최고의 서비스라고 생각되어도 포기할 때가 오면 주저 없이 그만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2. 유튜브는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안다. 성장통은 없었는가?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했죠. 일단 기존에 존재했던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웠습니다(편집자주: 비아컴과 진행한 10억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의미한다). 동영상 실시간 인코딩을 구현하기 위한 비용도 매우 많이 발생했습니다. 사용자가 올린 동영상의 원본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했죠. 그래서 데이터센터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습니다.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이 모든 비용이 제 신용카드에서 나왔습니다."
3. 유튜브를 설립하고 인력 수급 및 관리 문제는 없었는가?
"그 부분에선 저는 행운아입니다. 2005년 당시 페이팔과 이베이(당시 페이팔의 모회사)는 실적이나 주가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 이베이는 페이팔을 인수한 후 수직계층적인 구조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여지가 별로 없었죠. 엔지니어들은 언제나 이직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과 이메일이나 전화로 접촉했습니다. 많은 페이팔 엔지니어들이 우리 회사로 이직해왔습니다. 페이팔 엔지니어링 팀에서 유튜브가 우리 엔지니어를 다 빼가고 있다고 걱정했을 정도였죠."
4. 유튜브를 빨리 팔았다고 후회해본적은 없는가?
"최근 왓츠앱, 오큘러스VR 등이 거금에 인수된 사례 때문에 자주 받은 질문입니다. 지금 유튜브가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성장한 것은 저뿐만 아니라 구글의 역할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유튜브는 제 신용카드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한도를 계속 늘리고, 자금이 융통되는 대로 돌려막았죠(웃음). 더 큰 성장을 위해, 그리고 유튜브를 위해서도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시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것은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는 언론 앞에 섰을 때 자주 한 말입니다. 진실을 들려드릴까요? 당시 비아컴이 유튜브에 제기한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때문에 압박을 매우 크게 받았습니다. 우리에겐 우산이 필요했죠. 구글은 최고의 우산이었습니다."
5. 구글에 인수된 과정에 대해 들려달라.
"구글과 인수 협의는 1주일만에 합의가 마무리됐습니다. 합의가 마무리된 다음날 16억 5,000만 달러에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죠. 당시 우리 팀원은 7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는 규모가 매달 2배씩 성장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절실했습니다. 해외 사용자의 비중도 50%가 넘었습니다. 로컬라이징이 필요했죠. 모바일도 대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데이터는 폭증하는데, 데이터센터 관리자는 달랑 4명뿐이었죠. 그 분들이 집에도 못들어가며 데이터센터를 관리했습니다. 구글은 데이터센터와 비디오 인코딩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수 직후 구글로부터 그 기술을 수혈받을 수 있었습니다."
6. 구글 전에 야후가 유튜브를 인수하려고 했었다. 왜 구글을 선택했는가?
"지금 돌아보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야후도 잘나가서 구글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두 회사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은 기술을 좇는 회사고, 야후는 미디어를 좇는 회사입니다(편집자주: 검색엔진과 인터넷 포털의 차이를 지적한 것). 야후 내부를 보면 기술 부분이 구글만큼 강하지 못했습니다. 야후는 팀 구조가 수평화가 아니라 수직화되어 있습니다. 마치 야후라는 우산안에 25개의 기업이 존재한 것 같았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구글을 선택했습니다."
7. 만약 유튜브가 인수되지 않았다면이란 상상을 해본적은 없는가?
"당시 유튜브는 너무 짧은 시간에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기술자와 엔지니어링 자원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둘을 확보하기엔 시간이 없었죠. 추가자원 확보가 쉬웠으면 홀로 더 버텼을 수도 있겠네요. 1년 동안 유튜브를 서비스하면서 엔지니어들이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에겐 시작인 부족했습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다른 서비스처럼 점진적으로 성장했다면... 어쩌면 인수되지 않고 스스로 자립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8.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한 이후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 그에대한 얘기를 들려달라.
"구글에 인수된 이후에도 체드와 내 자리는 붙어있었습니다. 방문을 닫고 앞으로 우린 뭘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2009년까진 유튜브의 세계진출과 모바일화를 진행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회사는 혁신보다는 유지/보수에 중점을 두게 됐죠. 그래서 제 아이디어 반영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09년 체드와 함께 구글을 떠나서 새로운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9. 현재는 구글벤처스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왜 하필 구글벤처스인가? 다른 벤처 캐피탈도 많은데.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던 도중 구글벤처스 관계자가 우리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그 제안을 받아 들였죠. 지금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과 업계 전체를 볼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젊은 창업가의 열정과 힘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좋네요. 벤처투자자로서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충고가 하나 있습니다. 자금 유치는 신중하게 하세요. 자금을 유치하면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불안하게 됩니다. 그 탓에 혁신이 멈출 수도 있습니다."
10. 지금 창업환경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가 페이팔에 근무할 때에는 오픈소스라는게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야 했죠. 지금은 다릅니다.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가득하고, 서버는 클라우드를 통해 임대받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서버를 확충하려면 수요를 예측하고 3주 전에 주문을 넣어야 했습니다. 그마저도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지금은 창업하기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아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때문에 훨씬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11. 혹시 성공을 위한 비결은 없는가?
"거액으로 인수된 스타트업, 또는 스타트업을 거액으로 인수한 회사 모두 실리콘밸리에 위치해있습니다. 많은 IT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 투자유치가 쉽습니다. 둘째, 다른 IT업체 대표를 매우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업 기회가 확장되죠. 제가 유튜브를 매각할 당시 야후와 구글의 최고경영자를 2일 간격으로 만났습니다. 다른 곳에서 사업을 진행했다면 힘들었겠죠."
*스티브 첸은?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대만계 미국인이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6년 동안 페이팔에서 근무했다. 2005년 유튜브를 창업하고 다음해 구글에 매각했다. 구글 재직 당시 구글코리아의 직원 박지현 씨와 만나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구글벤처스에서 사내기업가라는 직함으로 벤처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