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중을 위한 하이브리드 이어폰 '티피오스 블랙앤화이트'
소위 '황금귀'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소리 '미식가'인 이들은 그 미세한 차이에 민감해 좋은 음식 재료를 선택하듯 까다롭게 음향기기를 고른다. 입맛에 맞는 제품을 사기 위해 큰돈을 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황금귀'가 전체 사용자의 몇 %나 될까? 아마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사용자는 제품의 기본 '번들 이어폰'이나 보급형 이어폰으로도 별다른 불만 없이 음악을 감상한다. 기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물론 좋은 음향 기기로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뭔가 다르다'싶긴 하다. 보급형과 고급형의 차이는 느끼는 것. 하지만 고급형끼리의 차이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런 사용자에게 몇십만 원짜리 헤드폰을 사라고 권유할 수는 없다. 차라리 보급형과 고급형의 중간 수준인 '프리미엄급 보급형 이어폰'으로 한 단계 청음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국내 이어폰 제조 업체 티피오스(T-PEOS)가 지난 11일 출시한 '블랙 앤 화이트(이하 B&W)'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두 가지 드라이버 유닛을 함께 채용해 고음과 중저음을 모두 충족시킨다. 하이브리드 이어폰이지만 가격도 3만 9,900원(기획 특가, 정상가 5만 5,000원)으로 경쟁력 있는 편.
하이브리드 이어폰?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하우징 하나에 2~3개의 드라이버 유닛을 탑재하는 제품으로 각각의 드라이버가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나눠 재생한다. 따라서 일반 이어폰보다 소리가 풍부하고 전달력이 좋다. 다만, 아무래도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참고로 두 개의 유닛을 탑재한 2way 하이브리드 이어폰의 가격은 대략 15~20만 원 선이다.
티피오스 B&W는 BA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모두 갖춘 2way 하이브리드 이어폰이다. 이어폰의 드라이버 유닛은 구동 형태에 따라 크게 '밸런스드 아마추어(Balanced Armature, BA) 드라이버'와 '다이내믹 드라이버'로 나뉜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BA 드라이버는 금속 소재의 진동판으로 구성돼 고음에 특화되어 있고,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얇은 필름막으로 이뤄져 있어 중저음 전달력이 좋다.
검은색과 흰색의 조화
B&W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선의 색상. '칼국수'처 럼 납작한 선의 앞면은 흰색이고 뒷면은 검은색이다. 온전히 검은색이거나 흰색이었다면 무난할 색상인데 명도의 극과 극에 있는 두 색을 붙여 놓으니 꽤 포인트가 된다. 검은색 옷을 입든 흰색 옷을 입든 이어폰의 선 색상이 두드러졌다. 무채색이기에 다양한 색상의 상의와도 무난하게 어울린다. 이어폰을 패션 액세서리처럼 활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만족할 만하다.
티피오스는 황동을 직접 깎고 표면을 코팅해 하우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어폰 헤드 부분은 무광 은색, 유광 검은색, 이어팁 끝의 빨간색 등이 조화롭게 어울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참고로 오른쪽 이어폰에만 오른쪽(Right)을 표시하는 'R'이 쓰여있다.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기에 'L'이 적혀 있지 않다고 해서 큰 불편함은 없다.
이어폰 선을 자세히 보면 세로로 얇은 홈이 촘촘히 파여 있다. 납작한 플랫 케이블은 선이 잘 꼬이지 않는 게 장점이지만 옷 등에 쓸릴 때 들리는 '터치 노이즈'가 단점이다. 티피오스 B&W는 선에 자잘한 홈을 파놓아 이러한 마찰을 줄였다. 실제 사용해보니 표면이 매끄럽고 납작한 케이블을 채용한 이어폰보다 B&W의 터치 노이즈가 훨씬 적은 편이었다.
B&W는 커널형 이어폰이다. 크기가 다른 반투명 고무 재질의 이어팁 3종과 귀마개 재질의 푸른색 이어팁 1종이 제공된다. 푸른색 이어팁은 독서실 등에서 사용하는 폴리우레탄 귀마개와 비슷한 재질이 쓰였다. 손으로 이어팁을 잡아 누르면 크기가 줄어들었다가 서서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아무래도 일반 반투명 고무 재질 이어팁보다 차음성이 좋은 편이다. 사용자는 4개의 이어팁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B&W 구매 시 파우치 및 케이블 고정용 클립도 기본 제공된다.
B&W에는 마이크를 내장한 리모컨이 달려 있다. 버튼은 하나다. 사용자는 이 버튼을 이용해 음악 재생/일시 정지, 통화 수신/종료, 시리(Siri)/S 보이스 호출 등을 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에 연결했을 때 두 번 빠르게 누르면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세 번 빠르게 누르면 이전 곡으로 되돌아간다. 다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이전 곡으로 되돌아가는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 볼륨 버튼이 따로 없으므로 사용자는 음악 재생 기기에서 음량을 조절해야 한다.
3.5mm 연결 단자를 금으로 도금해 접촉부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였다. 임피던스는 32Ω이며 출력 음압 레벨은 102dB이다. 출력 주파수는 20Hz~20,000Hz로 무난한 수준이다.
노래를 들어보자
B&W를 이용해 노래를 들어보았다. 기자는 평소 스마트폰과 번들 이어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스트리밍하거나 MP3를 내려받아 아이폰의 기본 음악 플레이어로 감상한다. 스마트폰은 애플 아이폰5이며 음악 스트리밍 앱은 '네이버 뮤직'을 이용한다.
MIKA의 'Grace Kelly'를 들어봤다. 애플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은 다양한 음들이 좁은 공간에 뭉쳐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B&W는 음들의 입체감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보컬의 목소리 뒤편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그레이스 켈리의 목소리)에서 공간감이 느껴진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울리는 다양한 악기들이 다채로운 맛을 냈다. 노래하는 보컬의 목소리도 이어팟으로 들었을 때보다 더 명확하다. 다만, 음량이 조금 커졌을 때는 소리 끝이 매끄럽지 못하고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으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델리스파이스의 '항상 엔진을 켜둘께'를 재생했다. 역시 이어팟으로 들었을 때보다 드럼, 기타 등의 악기 소리가 보컬과 더 분리되어 들렸다. 소리가 뭉치지 않기에 노래의 분위기를 더 잘 살아났다. 확실히 다양한 악기 연주가 많은 음악에서 B&W의 강점이 발휘되는 듯싶었다.
아이유와 김창완이 함께 부른 '너의 의미'도 들어봤다. 잔잔한 느낌의 노래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중저음은 중저음대로 박자감을 제대로 들려줬고 보컬의 고운 목소리도 아련하게 나타냈다. 가장 놀랐던 것은 마지막 부분. 김창완이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라고 말할 때였다. 그동안 이어팟으로 들었을 때는 '나에게 누구냐'인지 '나에게 누구니'인지 언제나 헷갈렸다. 끝 부분의 소리가 작아지며 뭉개졌기 때문. 그런데 B&W로 들으니 '누구냐'라는 발음이 또렷이 들렸다.
티피오스 B&W는 '대중적인 소리'를 지향한다. 기자처럼 번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일반 사용자가 별 부담 없이 구매해봐도 후회하지 않을 제품. 현재 지마켓 슈퍼딜/공식 홈페이지 기획 특가 3만 9,900원에 판매 중이며 티피오스는 제품의 1년 A/S를 보장한다.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티피오스 공식 홈페이지(http://t-peos.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45&main_cate_no=33&display_group=1)를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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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