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14] 앱 개발자 그들의 이야기 (3), 토이토크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모스콘 센터에서 지난 6월 2일(현지 시각)부터 6일까지 진행한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2014(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2014, 이하 WWDC 2014)'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iOS8과 OS X 요세미티를 발표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애플이 원하는 것은 '개발자'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을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바탕으로 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애플은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수와 질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당연하다. 만약 개발자가 등을 돌린다면? 앱스토어에 등록된 120만 개에 달하는 앱은 없을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앱 생태계도 없을 것이다. 아니, 지금의 애플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기기의 성능이 높으면 무엇하나. 정작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앱이 없다면,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 분명하다.

작년 WWDC 2013을 방문했을 때, WWDC에 참가한 개발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그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애플의 앱 생태계에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했다. 이 고민은 결국 하나의 완성된 앱으로 재탄생하고, 이 앱을 바탕으로 성공스토리를 써나간다. 이것이 애플이 바라는 앱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다. 이번 WWDC 2014에서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개발자들을 만났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앱을 만들었으며, 향후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핀터레스트에 이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토이토크(ToyTslk, http://www.toytalk.com/). 토이토크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말하는 동물 캐릭터와 실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제작한 어린이용 앱이다. 대표적인 앱은 아이패드 전용 윈스턴쇼(Winston Show)와 아이폰, 아이패드용 스피카주(SpeakaZoo) 등이다. 토이토크는 전 픽사(Pixar)에서 재직했던 이들이 모여 설립했다. 그만큼 애나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제작 노하우가 깊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토이토크는 국내 앱스토어에 자사 앱을 선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이토크의 오렌 제이콥(Oren Jacob)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단순한 대화 앱이 아니라, '실제' 대화 앱을 추구한다

서글서글한 인상의 오렌이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먼저 픽사를 나와 토이토크를 설립하고, 스피카주를 개발한 계기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3년 전 픽사에서 나왔을 때다. 아이가 할머니와 페이스타임으로 대화를 나누고 난 뒤, 자지가 좋아하는 인형에게 가서 '이제 나와 얘기하자'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걸 보고 생각했다. 아, 우리 아이들은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인형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말이다. 이렇게 스피카주를 개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실제 대화할 수 있는 앱을 기획했다. 단순히 몇몇 패턴에 정해진 단어와 문장을 반복하는 앱이 아닌, 수많은 대화를 통해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 데이터를 분석해 여러 패턴의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안녕'이라고 인사를 하면, 처음에는 캐릭터는 '안녕'이라고 답변했다. 지금은 캐릭터가 건네는 인사말도 상황에 따라 전부 다르다. '밥은 먹었니?', '잠은 잘 잤어?' 등 다양한 패턴으로 대답한다. 그리고 각 애니메이션 캐릭터마다 개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5개월 전, 스피카주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모두 런칭했다. 현재 토이토크는 15개의 캐릭터와 60개 이상의 앱을 선보였다"라고 대답했다.

토이토크 오렌 CEO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맞다. 그가 말한 것처럼 아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대상은 아빠, 엄마가 아닌 호랑이, 펭귄, 코끼리, 불가사리, 물소 등과 같은 캐릭터다. 아이들이 캐릭터에 느끼는 친밀감은 상당하다. 초등학교 4학년, 11살인 기자 아들도 라바 속 두 애벌레에 폭 빠져있다. 이러한 친밀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리고 실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전세계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토이토크 내 캐릭터와 나누는 대화, 이 모든 것이 데이터고 정보다. 애플이 서보인 시리(Siri)와 유사한 기술이다. 애플의 시리는 음성 인식 서비스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애플은 시리를 음성 비서라고 칭한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iOS에서 시리를 이용하는 전세계 이용자의 패턴을 분석해 점진적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질을 높인다. 토이토크의 대화 앱도 이같은 패턴 분석을 통해 아이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 '아니오'만 대답하는 장난감이 아니다

토이토크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그리고 음성을 직접 제작하고 녹음하는 엔지니어도 설명을 보탰다. 그는 "전문 스튜디오를 꾸몄다.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 토이토크 캐릭터의 모습과 음성 등 모든 것을 제작한다. 윈스턴 쇼는 우주를 여행하는 외계인들이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앱이다. 사용자가 외계인에게 대화를 건네면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계인 캐릭터가 사용자보다 더 많이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모든 녹음은 우리 직원들이 직접 한다. 상황에 따른 대답과 패턴은 미리 분석한다. 녹음을 하는 직원들은 전문 배우와 같다. 앱에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전문 배우가 있다(웃음)"라며, "우리는 전문 엔터테이너를 꿈꾼다. 유머와 위트를 담아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앱을 추구한다.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장난감에 아이들이 과연 흥미를 느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각 캐릭터의 개성과 성격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우리는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오렌 CEO는 정말 짧은 인터뷰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그만큼 참 말이 많아 듣는데 곤욕스러웠다). 캐릭터와 실제 대화를 나누고, 각각의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한다. 말로 하면 참 쉽다. 하지만, 이 안에 들어가는 기술과 그들의 노력, 수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시간 등을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그들이 고민한 시간과 흘린 땀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취재를 함께한 동료 기자가 한국의 캐릭터 '뽀로로'를 언급했다. 오렌 CEO는 뽀로로가 어떤 동물을 형상화했는지에 관심을 보인 뒤, 한국 어린이들의 대통령이 뽀로로라는 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기사 서두에 언급했다시피 아직 토이토크는 국내에 정식으로 앱을 선보이지 않았다. 혹시 아는가? 시간이 흐른 뒤에, "안녕. 나는 뽀로로야. 요즘 너희들 타요 버스 많이 좋아한다며? 날 잊은 건 아니겠지?"라고 뽀로로가 말을 걸어 올지도.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