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장 '소니다운'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
'소니답다'
소니가 야심 차게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엑스페리아Z2'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겠다. 엑스페리아Z2는 소니가 영상, 음향, 디스플레이 등 각 분야에서 모아온 기술력의 집합체라 할 만하다.
소니코리아는 지난 5월 8일, 국내 시장에 엑스페리아Z2를 출시했다. 전작인 '엑스페리아Z1'이 국내에서 1만 대도 팔지 못하며 쓴 잔을 들이켰던 것과 달리, 엑스페리아Z2는 예약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직접 엑스페리아Z2를 약 일주일간 써본 후 느낌을 솔직히 풀어내겠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엑스페리아Z2는 방수, 카메라, 디스플레이, 사운드 등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제품이었다. 쓰면 쓸수록 세심한 곳까지 신경 쓴 티가 났다. 스마트밴드와 연동하는 '라이프로그(Lifelog)' 기능과 아날로그적인 라디오 기능도 재미를 더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하 안드로이드폰)이지만 '전형적인 안드로이드폰'의 표본을 따르지 않은 '개성'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충전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고, 동영상 재생 및 녹화 등 무거운 기능을 쓸 때 발열이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보라색과 독특한 디자인
비슷비슷하게 생긴 안드로이드폰들이 너무 많다. 둥근 모서리, 화면 아래 가운데의 물리 홈 버튼, 살짝 아치형의 뒷면 등이 아마 그 전형적인 디자인일 것이다. 몇몇 모델은 스마트폰에서 제조사의 로고를 찾아보거나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제품명을 알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엑스페리아Z2의 반듯하고 깔끔한 디자인은 꽤 독특했다. 첫인상은 반질반질한 유리 소재의 타일 같았다. 거기다 제품 뒷면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보라색까지 입었다. 뒷면의 보라색과 앞면의 검은색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뒷면 색상은 흰색, 검은색, 보라색 3종이지만 제품 앞면은 모두 검은색이다. 만약 기자처럼 스마트폰의 앞면 베젤이 흰색인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참고하길 바란다.
사람들은 엑스페리아Z2의 뒷면만 보고도 호기심을 보였다. 소니 제품에 관심 있는 20~30대 남성은 '이게 엑스페리아Z2에요?'라며 금세 알아보기도 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디자인은 사용자가 자부심을 느끼기 충분하다.
엑스페리아Z2는 알루미늄 프레임에 유리 패널이 더해진 디자인이다. 앞면은 강화 유리이지만 뒷면은 일반 유리 재질이니 흠집에 조심하자. 다행히 (개인차가 있겠지만) 실수로 몇 번 떨어트렸는데 제품은 멀쩡했다. 제품 앞면 상단에 램프가 있어 충전 중일 때 배터리의 잔여량이나 문자,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새 알림을 불빛으로 표시한다.
엑스페리아Z2의 화면 크기는 5.2인치이며 사양은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준이다.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801을 탑재했고 메모리(RAM)는 3GB이며 저장 공간은 16GB다. 마이크로SD 메모리를 장착해 64GB를 더 확장할 수 있다. 제품 크기는 146.8 x 73.3 x 8.2cm이고 무게는 163g이다.
눈에 띄는 것은 카메라다. 무려 2,07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전면 카메라는 220만 화소다. 소니에 따르면 이 제품은 일반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수준의 1/2.3형 크기의 센서를 탑재했다. 렌즈도 밝기 F2.0으로 '아이폰5s(F2.2)', '갤럭시S5(F2.2)', 'G프로2(F2.4)'보다 밝다.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다룬다.
더러워지면 비누로 씻는다
스마트폰을 비누로 거품을 내서 닦는 것,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는 마치 카메라, MP3, TV 등이 더러워졌다고 비눗물에 담가 세척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엑스페리아Z2는 방수 기능 덕에 가능하다. 엑스페리아Z2의 방진/방수 능력은 IP58 등급으로 1.5m 수심에서 30분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모든 제조사가 방수 기능이 있는 제품을 물로 씻으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니 관계자는 지난 엑스페리아Z2 출시 행사에서 제품을 세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다른 관계자는 아이가 자꾸 스마트폰을 물고 빨아 아침마다 비누칠해 닦는다고도 전했다. 방수 기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래서 직접 제품을 비누칠해 씻어봤다. 일단 예비 삼아 물에 담가도 보고 흐르는 물에 적셔도 보았다. 다행히 전혀 이상 없이 잘 작동했다. 물론 제품 옆면의 덮개는 반드시 닫고 물에 넣어야 한다. 이 부분이 열려 있을 때는 경고 알림창이 뜬다.
비누로 거품을 내어 제품 앞뒤를 골고루 닦았다. 닦으면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싶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그 후 물을 틀어 남은 거품까지 씻어내고 수건으로 말렸다. '세수'를 마친 엑스페리아Z2는 말 그대로 '뽀득뽀득'했다. 화장품, 기름 등 때문에 미끈거리던 감촉이 깨끗이 사라졌다. 물수건 등을 이용해 닦았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스마트폰이 변기보다 15배 이상 더럽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 않은가. 한 번 씻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제품을 세척할 수 있는 것 외에도 방수 기능의 이점은 또 있다. 샤워나 설거지 등을 할 때 옆에 두어도 부담이 없다. 실제 엑스페리아Z2로 음악을 들으며 샤워나 반신욕을 해보니 무척 즐거웠다.
2,070만 화소 카메라
앞서 설명했듯이 엑스페리아Z2는 카메라에 소니의 광학 기술을 담았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다. 일주일간 약 133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2,070만 화소, F2.0의 렌즈 밝기, 1/2.3형 크기의 센서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물리 카메라 버튼'이었다. 제품 오른쪽 옆면에 카메라 버튼이 있다. 일반 휴대폰(피처폰)에서는 흔히 제품의 옆면에 자리 잡았지만 대부분의 최신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기에 더 반가웠다.
사용자는 엑스페리아Z2의 카메라 버튼 덕에 사진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찍을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1단계로 '홈버튼' 등을 눌러 대기 모드를 해제하고, 2단계로 잠금 화면에서 카메라 아이콘을 터치해 촬영한다. 반면, 엑스페리아Z2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카메라 버튼을 길게 누르면 바로 카메라 기능을 실행한다. 1단계로 끝나는 것이다.
거기다 카메라 버튼을 반만 누르면 '반셔터' 기능을 한다. 그뿐인가? 물리 카메라 버튼 덕에 물속 촬영까지 가능하다. 수돗물은 도체라 스마트폰을 물속에 담근 채 정전식 터치로 기능을 실행하기 힘들다. 물속에서 카메라 앱을 실행해도 일반적으로 터치를 인식하지 못해 촬영할 수 없다.
직접 엑스페리아Z2로 찍은 사진을 몇 장 게재한다. 사진의 원본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직접 제품을 물에 담가 사진을 찍었다. 앞서 말했듯이 물리 카메라 버튼 덕에 반셔터로 초점까지 맞출 수 있었다. 돌의 무늬는 물론 조약돌에 붙은 공기방울까지 잘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 꽃에 앉은 벌을 찍었다. 벌들이 날아다니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가고 있었는데 그 순간도 빠르게 포착했다. 확대하면 벌 몸통의 솜털과 날개의 무늬도 확인할 수 있다.
빛에 반짝이는 조형물의 색상도 잘 잡아냈다. 모든 사진은 '슈페리어 오토(자동)' 모드로 찍었다. 기본 사진 촬영 모드이며 각 촬영 환경에 맞는 카메라 옵션을 알아서 설정해준다.
다만,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조금 기대에 못 미친 결과가 나왔다. 주변의 빛이 번져 뿌옇게 표현됐다.
이외에 다양한 카메라 기능도 탑재했다. '배경초점 흐림' 효과는 사진을 차례로 두 장 찍은 후 합성해 뒷 배경을 희미하게 '날릴' 수 있는 기능이다. 뿌연 정도와 번지는 방향까지 설정할 수 있다.
'만화경', '컬러 추출', '코믹', '미니어처' 등 19개의 창의적 효과 모드도 있다. 창의적 효과를 적용한 상태에서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AR효과를 적용하면 공룡, 요정, 물고기 등 3D 캐릭터가 피사체 주위에 나타나 걸어 다닌다. 마음대로 캐릭터의 위치 등을 바꿔 더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4K 비디오' 기능도 있다. 사실 촬영물의 해상도는 3,840 x 2,160으로 UHD 수준이다. 국내는 4K와 UHD를 혼용해 쓰는 경향이 있으니 참고하자. 어찌 됐건 동영상을 녹화해봤다. 5분 이상은 촬영할 수 없는 '갤럭시S5', 'G3' 등과 달리 12분이 넘어서도 계속 촬영할 수 있었다. 참고로 12분 8초짜리 영상의 용량은 4.67GB였다.
다만, 동영상 촬영 등을 할 때 제품의 발열이 꽤 심한 편이다. 간혹 몇 분 되지 않았는데도 '제품의 온도가 너무 높아 카메라 기능을 종료한다'는 알림창이 뜨며 더는 촬영할 수 없었다. 12분 이상 촬영한 것도 바람이 나오고 있는 선풍기에 기대놓아 제품의 온도를 낮추며 촬영한 것이다.
이외에 아이폰5s 등처럼 동영상을 '슬로 모션'처럼 보이게 만드는 '타임시프트' 기능도 있다. 120프레임으로 녹화해 사용자가 선택한 부분만 느리게 보여준다. 물체를 던졌을 때 위로 올라갔다 떨어지는 짧은 순간도 타임시프트 기능을 활용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카메라가 좋기도 하지만, 엑스페리아Z2의 디스플레이는 잘 나온 사진을 '더' 잘 나와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엑스페리아Z2는 풀HD IPS 디스플레이로 소니의 'TRILUMINOS 디스플레이 for mobile' 기술이 적용됐다. TRILUMINOS는 색 표현이 풍부하고 대비(Contrast)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주변 사람들이 엑스페리아Z2를 보고 화면이 선명하다는 소리를 무척 많이 했다.
내 모든 활동을 기록하는 '라이프로그'
'라이프로그(Lifelog)'는 사용자의 활동을 모두 기록해주는 디지털 다이어리다. 사용자가 딱히 무엇을 할 필요는 없다. 그저 평소대로 음악을 듣고, 친구와 전화를 하고, 공원을 산책하고, 노래를 듣는 등의 활동을 하면 된다. 그럼 엑스페리아Z2가 알아서 이를 꼬박꼬박 쌓아놓아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기자는 매일 저녁 라이프로그를 보며 그날 하루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활동 내용은 주간, 월간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라이프로그 동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라이프로그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엑스페리아Z2에 소니 스마트밴드 'SWR10'을 더하길 권한다.
사용자가 SWR10을 차고 걷거나 뛰면 이를 통해 칼로리, 보폭 수를 계산해준다. 수면 패턴 측정에도 유용하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잤는지, 깊은 잠과 얕은 잠의 비율은 어떤지도 알려준다. 의료용 기기가 아니기에 완벽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략 자신의 생활 패턴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인상적인 순간에는 제품의 버튼을 두 번 누르자. '북마크' 기능으로 라이프로그에 이를 기록한다. 기자는 고양이와의 즐거웠던 순간에 북마크를 꽂았다. 나중에 다시 돌아보니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SWR10은 스마트폰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이상 멀어지면 진동을 세 번 울려 스마트폰 분실도 막아준다. 전화나 메시지가 왔을 때나 아침에 알림이 울렸을 때도 물론 진동이 울린다.
배터리 효율도 높은 편이다. 처음 SWR10을 받아 충전했을 때 사용 시간이 5일 정도인 것을 스마트폰 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한 번도 충전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SWR10은 5일이 지나도록 꺼지지 않았다. 전력 효율은 하루 걸러 충전해야 하는 경쟁 제품에 비해 분명 우위에 있다.
'워크맨'의 향수를 간직한 사운드
소니의 대표 음향 기기인 '워크맨'. 그 워크맨이 엑스페리아Z2 안으로 들어왔다. 소니의 기본 음악 플레이어 앱 이름이 바로 워크맨이다. 왠지 이름부터 기대를 품게 한다. 사용자는 워크맨 앱으로 'Clear Audio+' 기능을 적용하거나 취향대로 이퀼라이저를 이용해 음향 효과를 조절할 수도 있다. 최신 스마트폰답게 FLAC 등 무손실 음원도 재생 가능하다. 'MDR-NC31EM' 같은 이어폰을 구매하면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이용 가능하다.
엑스페리아Z2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다. 제품 상단과 하단에 스피커가 하나씩 있어 하단에 두 개가 몰려 있는 제품보다 조금 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기본 이어폰의 디자인은 솔직히 90년대를 추억하게 한다. 선이 얇고 검으며 오른쪽 이어폰의 선이 왼쪽보다 더 길다. 선을 목 뒤로 돌려 이어폰을 꽂고 다니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헤드 부분 디자인도 그렇다. 투박한 느낌의 오픈형 이어폰이다. 다양한 크기의 이어캡을 기본 제공하는 경쟁사들의 커널형 이어폰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어폰에 리모컨이 있지만 아쉽게도 음량은 조절할 수 없다.
그런데 기대가 낮아서였는지 소리는 의외로 괜찮았다. 소리가 입체감 있어 음악을 듣다가 '카톡'하고 메신저 알람이 울리면 혹시 스피커로 울리나 싶어 몇 번이고 이어폰을 빼고 확인했을 정도. 이는 노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엘리베이터, 지하철 등에서 노래가 밖으로 들리지 않을까 싶어 이어폰을 빼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꽤 유용한 라디오 기능
평소 라디오를 즐겨 듣기에 엑스페리아Z2의 라디오 기능을 유용하게 썼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라디오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 라디오 앱도 있거니와 DMB 기능이 이를 대체하기 때문.
기자는 평소 데이터 부족에 허덕인다. 그래서 데이터 없이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기능이 매력적이었다. 운동할 때도 듣고 밥 먹을 때도 켜놓았다. 엑스페리아Z2는 이어폰을 안테나로 활용한다. 물론 이어폰을 꽂아놓은 채 스피커로 소리가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노래를 듣다가 무슨 노래인지 알고 싶다면 기본 기능인 '트랙 아이디'를 활용하면 된다. 노래를 검색해 어떤 노래인지 찾아준다. 라디오 앱의 편성표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기능이다.
연필로 터치한다
엑스페리아Z2는 화면 민감도가 높은 편이라 연필의 흑연으로도 터치할 수 있다. 따로 터치펜을 구매할 것 없이 주위의 연필, 샤프를 이용해 메모를 하고 그림도 그리자. 직접 연필로 메모를 해보니 생각보다 인식률도 좋고 편리했다. 화면 위 연필 자국은? 물로 닦으면 그만이다.
깔끔한 UI
소니의 디자인 감각은 UI에도 적용됐다. 전체적으로 검은색이 기본 배경색으로 쓰였고, 갤러리, 동영상, 워크맨 등 기본 앱에 타일 형식의 이미지를 늘어놓아 깔끔한 느낌을 준다. 화면 위를 쓸어내려 실행하는 제어센터 디자인도 선이 없는 검은 배경에 글씨의 아이콘 등만 배열되어 세련됐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난다.
충전 속도는 아쉬워
엑스페리아Z2는 완전히 충전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이다. 직접 충전해보니 100%를 채우기까지 5시간이 넘게 걸렸다. 2~3시간이면 충전이 끝나는 경쟁 제품들에 비해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80~90%까지는 빠르게 충전되지만 그 이후부터 충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엑스페리아Z2는 내장형 배터리 방식이라 추가 배터리가 없어 더 난감할 수 있다. 물론 기자는 자기 전에 항상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아놓으므로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사용 시간도 측정해봤다. HD 해상도의 MP4 형식 동영상 파일을 음소거 상태에서 전체화면으로 재생했다. 화면 밝기는 최대로 설정했다. 그러자 297분, 약 5시간이 지나자 제품이 방전됐다. 일반적으로 사용했을 때는 다른 제품과 비슷하게 하루를 약간 넘겼다. SWR10과 블루투스로 계속 연결되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엑스페리아Z2는 화면이 꺼진 상태일 때 미리 설정해놓은 앱을 제외하고는 자동으로 응용 프로그램의 동작을 중단하는 '스태미나 모드'를 갖췄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용할 듯싶다.
뒷면의 발열
카메라로 4K, 타임시프트 동영상을 계속 촬영하거나, 동영상을 연속 재생하면 뒷면 윗부분이 상당히 뜨거워진다. 간혹 앞서 말했듯이 제품의 온도가 너무 높다며 카메라 기능이 종료되곤 했다. 때때로 열을 내리기 위해 재미 삼아 제품을 물에 담그기도 했는데 그럼 금세 열이 식었다. 앉은 김에 쉬어가라고, 담근 김에 세척까지 할 때도 있었다. 어찌 됐건 제품의 발열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참고하길 바란다.
소니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제품
처음 제품을 사무실에서 뜯어보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평소 수많은 IT 제품에 둘러 싸여 있는 동료들은 어떤 제품이 와도 시큰둥했다. 그나마 지나가듯 흘깃 보는 게 그들의 '큰 관심'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엑스페리아Z2는 달랐다. 제품이 오자마자 IT, 게임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이 벌떼같이 주위에 몰려들었다. 특히 남성들의 관심이 높았다. 제품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며 사양을 물어왔다. 의외의 반응에 놀라 "왜 이 제품에 그렇게 관심이 많으냐"고 하니, "소니는 과거 우리들의 최고 '허세'의 상징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주일간 써보니 엑스페리아Z2는 안드로이드폰도, 아이폰도 아닌 '소니' 스마트폰이었다. 쓰면 쓸수록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몇 년 이상 쓴다 해도 특별히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왜 이리 사람들이 '소니'라는 이름에 기대를 품는지 알 듯싶었다.
실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대답했지만, 만약 엑스페리아Z2를 사는 게 좋을지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긍정적으로 말하겠다. 참고로 지금껏 이렇게 판단 내린 제품은 손에 꼽는다.
엑스페리아Z2의 출고가는 79만 9,000원이다. SK텔레콤, KT를 통해 구매해 일정 요금제 이상 사용 시 단말기 가격을 24만 원 할인 받을 수 있다. 자급제 스마트폰이기에 소니스토어, G마켓, 11번가,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 가능하다. 엑스페리아Z2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소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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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