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그 가열찬 경쟁의 시작
대한민국에 퍼진 스마트폰 덕분에 각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 서비스도 덩달아 이슈이다. 월드컵 거리 응원전이 펼쳐졌던 서울광장, 영동대로 등 주요 지점에서 SKT는 ‘와이파이 스트리트(Wi-Fi Street)’라는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진행했으며, KT는 ‘와이파이걸’을 동원해 자사의 와이브로 모뎀 ‘에그’를 이용한 거리 이동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다. 사실 이제 와이파이 신호는 도심에 서 있으면 한두 개 신호는 잡힐 정도이다.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진영과 아이폰 진영의 전쟁터라면, 국내 와이파이 서비스는 SKT와 KT의 한판 싸움터이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양사의 무료 와이파이 존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도 상당하다.
우선 가장 많은 곳에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KT다(쿡앤쇼존). 기존 서비스하던 네스팟 지역을 비롯해 CGV, 롯데시네마, 맥도날드 매장, GS25, 할리스 커피, 스타벅스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KT는 얼마 전 15,000개에 달하는 쿡앤쇼존을 올 연말까지 2배로 확대하기로 한 것을 보면 선점하고 있는 시장의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SKT도 ‘T 스팟(T Spot)’에서 ‘T 와이파이존(T Wi-Fi Zone)’으로 이름을 바꾸며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월드컵 거리응원을 위해 전국 79개소에 설치했던 와이파이존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CJ 푸드빌 매장(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콜드스톤, 빕스, 차이나팩토리, 씨푸드오션, 피셔스마켓, 더플레이스, 비비고 등)에서도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인천 문학 야구장 등 계속 그 숫자는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올 연말까지 20,000여 곳에 설치하기로 한 발표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듯하다.
특히, 최근 두 통신사의 늘어만 가는 무료 와이파이존 설치는 그네들의 요구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한 관계자의 이야기에 의하면 과거에는 통신사가 무료로 와이파이 존을 설치해준다 해도 시큰둥하던 업체들이 최근에는 먼저 연락을 해와 설치해달라고 할 정도라 한다. 이는 무료 와이파이 존이라는 것이 해당 업체 측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사람들이 매장을 많이 찾게 하는 하나의 홍보방법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KT와 SKT의 경쟁이 지속되는 동안, LGT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렸던 월드 IT쇼에서도 KT와 SKT의 공격적인 홍보가 있었던 반면에, LGT는 별도의 부스도 마련하지 않아 의아하게 느껴졌을 정도. 하지만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경쟁이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국내 통신사의 경쟁에서 뒤로 물러선 듯한 움직임을 취하던 LGT도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LG U+ 이상철 부회장
지난 7월 1일, LGT가 LG U+로 사명을 변경하고 기존의 네트워크 사업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나설 것이라 선언한 것이다. 이날, LG U+ 이상철 부회장이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하던 내용 중 올해 안에 전국 11,000여 곳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개설할 것이며, 2012년까지 50,000곳 이상으로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 가지 더 눈길 가는 내용이 있으니, 현재 전국 180만여 곳에 설치된 자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일종의 소형 와이파이존을 구축해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즉, 가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 등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터넷 속도를 늘리고, 이 중 일부를 무료 와이파이존으로 쓴다는 내용.
서울 종로 3가 근처의 LG 070 와이파이 표시
사실, 현재 주택가나 번화가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로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는 것이 LG U+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인 ‘LG 070’이라는 것에 이견을 달기 어렵다. 이는 일찌감치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나선 결과로 이를 활용한다면 KT와 SKT에 비견될 만한 ‘다크호스’의 등장이라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존 LG 070 서비스는 KT나 SKT처럼 기업 입장에서 무료로 개방하기가 어렵다는 것. 이미 가입해서 사용하는 대다수의 이용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내는지가 기존 180만여 곳에 설치된 와이파이 망을 이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귀결될 것이다.
여기서 잠깐!
LG 070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같이 일반 가정이나 기업에 설치된 와이파이 망을 가입자의 허락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특정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쉽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와이파이 망을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일명
‘도둑인터넷’이라 불리는 이러한 행동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포털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한 스크린샷
LG 070의 경우, 설치한 사람이 한 달 이용료만 내면 얼마나 사용하든지 동일한 요금을 내기 때문에 설치한 사람이나 이용하는 사람에게 큰 지장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외의 경우 사용한 용량당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행위는 범죄로 치부할 수도 있다. 반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어차피 나가는 요금 여러 사람이 좀 쓰면 어때?’라며 계속 공개해놓는 사용자도 있다.
또한, LG U+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들어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인터넷전화와 기존 3G망을 이용해 저렴한 요금으로 통화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FMC) 서비스와 연계될 가능성이 커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좋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KT와 SKT보다 많은 유무선 통합 휴대폰을 제공해 온 LG U+는 이를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LG U+ 유무선 통합폰인 LG-LU4500
각 통신사간에 격렬해지는 이러한 경쟁이 향후 어떠한 마침표를 찍게 될지 궁금하다. 반 발정도 앞서 있는 KT의 선두 굳히기가 될지, 바짝 따라붙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SKT가 될지, 후발 주자이지만 역전의 히든 카드를 내밀고 있는 LG U+가 될지 말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