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와 1인 출판, 모두 구글 플레이로 와요"
구글이 한국의 개발자와 1인 출판사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 장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콘텐츠를 올리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내용의 유혹이다.
구글코리아가 12일 논현동 인터와이어드 스튜디오에서 구글 플레이 앱 개발사와 함께 '구글 플레이 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한국 파트너들의 국내외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국내에 방문한 구글 제이미 로젠버그(Jamie Rosenberg) 디지털 콘텐츠 담당 부사장은 "한국은 구글 플레이 등록 개발자가 가장 많은 5개 국가 중 하나로, 한국 개발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앱과 게임으로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낚시의 신(게임)이나 알람몬(앱)처럼 전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앱은 물론, 배달음식 주문 또는 버스 시간이나 미세먼지 확인 등 한국인의 일상에 맞춤화된 앱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한 국내 개발자들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며, "최근 2년 동안 구글 플레이에 등록한 한국 개발자 수도 3배나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입장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도 강조했다. 로젠버그 부사장은 "한국은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5개국 가운데 하나이며, 동시에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가장 발달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국가"라며, "한국의 디지털 라이프 흐름을 분석하면 향후 전세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구글 안드로이드 인증을 받기 위해 반드시 기본 탑재해야 하는 앱 장터다. 제조사가 수정을 많이 한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돼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초기에는 앱(게임 포함)만 내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스토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며 영화, 음악,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업계 1위인 애플 앱스토어를 양적(올라온 앱 개수)으론 추월하고, 질적(매출)으로 절반 이상 따라잡았다(2014년 1분기 앱애니 집계 기준).
현재 국내에선 앱, 게임, 영화, 전자책 카테고리만 서비스 중이고,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하고 있다. 로젠버그 부사장은 국내에서도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나, 복잡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쉽진 않을 전망이다.
경험의 핵심은 클라우드
"구글 넥서스7(구글의 7인치 태블릿PC)을 구매한 아내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PC에서 특정 앱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는데, 어느새 앱이 넥서스7 속에 들어와 있었다고. 이것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핵심 경험입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PC, PC, 웹 등 어디서나 동일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죠."
로젠버그 부사장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특징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그는 여기에 2가지 경험을 덧붙였다. 웨어러블 기기(시계 및 안경)와 자동차(인포테인먼트 시스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영역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벗어나 더욱 확장될 것임을 암시한 것. 구글은 LG전자, 삼성전자, 에이수스 등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웨어'라는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을 개발해 오는 6월 구글 I/O 행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또, 아우디와 협력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운전자를 위한 도로 정보 제공 시스템 + 동승자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연구 중이다.
로젠버그 부사장은 "구글이 개발한 여러 플랫폼이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며, "한국의 개발자들이 여기에 많은 관심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인 출판에 최적, 구글 플레이 북스
이날 행사에선 딱히 새로운 것이 공개되진 않았다. 기존에 공개된 정보를 하나로 취합해 보여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사용자의 귀를 솔깃하게 할만한 정보가 섞여 있었다. 바로 '구글 플레이북스'의 개편이다.
구글 플레이북스는 플레이스토어에서 전자책을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E-PUB2 기반이라 음성이나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전자책 속에 삽입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인터랙티브 전자책(그림이나 동영상이 사용자와 상호 반응하는 전자책)을 구현하려면 앱 형태로 제작해 배포해야 했다. 때문에 1인 출판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전 구글 플레이북스는 E-PUB3 기반으로 새로 태어났다. 이제 미국, 일본의 대규모 전자책 장터 '아마존 앱스토어'와 같다. E-PUB3는 웹 언어 HTML5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층 손쉽게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제작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구글 플레이북스는 전자책의 용량도 확장했다. 최대 2GB 용량의 전자책을 업로드할 수 있다. 최대 전자책 용량을 50MB만 제공하고, E-PUB2만 지원하는 국내 전자책 사업자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장에서 만난 구글 플레이북스 관계자는 여기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글 플레이북스가 E-PUB3를 지원함에 따라 개인도 한층 손쉽게 전자책을 제작하고 출판할 수 있게 됐다"며, "1인 출판을 원하는 국내 작가들에겐 전체 사용자수와 접근의 용이함 그리고 콘텐츠 업로드의 편리함 면에서 구글 플레이북스가 최적의 플랫폼"이라고 자신했다.
구글 플레이북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중인 도서출판사 길벗의 이광희 과장은 "구글 플레이북스에서 거둔 보름간 전자책 매출이 국내 사업자를 통한 한달 매출에 버금간다"며, "구글 플레이북스는 전자책 등록 및 수정이 12시간 이내에 완료돼 관리가 편리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자책 용량을 많이 제공하는 만큼 어학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출판사에게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벗어나 세계를 공략하라
이번 행사가 열리기 3주전 로젠버그 부사장은 온라인 미팅을 통해 국내 기자들에게 '개발사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하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들려줬다. 그의 주장(이면서 동시에 구글의 주장)은 하나로 요약된다. 카카오, 라인, 밴드 등 SNS 기반 플랫폼에 게임을 입점하면 특정 지역(대한민국 또는 아시아)에서만 인기를 끌 수 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면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진출한 190개국에 동시 출시할 수 있어 성공의 기회가 더욱 커진다는 것.
이를 위해 구글은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전세계 출시에 가장 큰 걸림돌인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전담 번역팀을 제공한다(물론 유료다). 또한 구글 개발 가이드라인(버튼 배치, UI 구성 등)에 맞춰 개발된 게임을 심사를 거쳐 구글 플레이스토어 메인화면에 존재하는 피처드(Featured) 메뉴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피처드 메뉴에 노출될 경우 게임 다운로드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개발사들은 해당 메뉴 노출 여부에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다시 12일 행사로 돌아오자. 12일 행사에서 구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런칭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들려줬다. 컴투스의 신작 게임 '낚시의 신'이다. 컴투스 이주환 개발본부장은 "낚시의 신은 지난주 출시 40여 일 만에 전세계 누적 다운로드수 1,000만 건을 기록했다"며, "개인이나 중소 개발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창의적인 게임을 통해 글로벌 성공 사례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젠버그 부사장은 단순히 기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아니다. 기자들에게만 볼일이 있었다면 지난번처럼 온라인 미팅만 진행했을 터. 방한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로젠버그 부사장은 카카오, 라인, 밴드 등 SNS 위주 플랫폼만 바라보는 한국 개발사와 개발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한국에 온 것"이라며, "13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개발사 실무진들과 만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런칭을 위한 협의를 나눌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구글은 현재 앱 장터의 수익 배분 비율인 7:3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뿐만 아니라 애플 앱스토어, 아마존 앱스토어, 윈도8 마켓 등 다른 글로벌 앱 장터도 개발자 7, 플랫폼 사업자 3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만큼 이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개발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고스란히 7과 3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개발자가 카카오, 라인, 밴드 등 SNS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을 경우 남은 7에서 30%(카카오, 라인) 또는 20%(밴드)를 SNS 플랫폼 사업자에게 제공한 후 나머지를 가져가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도 3에서 50~90%를 카드업체 또는 이동통신사에게 결제시스템 이용대가로 제공한 후 남은 것을 갖는다. 지금 앱 장터는 개발자(콘텐츠 제공), 플랫폼 사업자(앱 장터 제공), SNS 사업자(홍보 플랫폼 제공), 카드회사 및 이동통신사(결제 시스템 제공) 등 4개의 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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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