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고 무거운 DSLR이 꼭 필요한가요? OM-D E-M10
지금까지 많은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봤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제품은 처음 사용해보는, 조금 '유별난' 제품이다. 제품의 기능이나 외형이 아니라 이미지 센서 규격이 유별나다는 의미다. 바로 올림푸스가 최근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OM-D E-M10(이하 E-M10)이다. E-M10은 '마이크로 포서즈(Micro Four Thirds) 시스템'을 적용한 카메라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이미지 센서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포서즈 시스템이란 올림푸스와 코닥이 제창한 DSLR 카메라 규격으로, 이름 그대로 4/3인치(약 17.3mm x 13mm)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다. 니콘이나 캐논의 DSLR 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APS-C(약 23.5mm x 15.5mm) 규격이나 풀 프레임(약 35mm x 24mm) 보다 작으며, 일반 콤팩트카메라(1/1.7인치, 7.6mm x 5.7mm)보다는 크다. 쉽게 말해 APS-C 규격 DSLR 카메라보다는 작고, 콤팩트카메라보다는 큰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는 의미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APS-C 규격 DSLR은 필름 카메라의 구조에서 필름만 이미지 센서로 대체한 제품이다. 즉 내부 구조나 렌즈 설계 등이 기존 35mm 필름 규격에 최적화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APS-C 규격은 풀 프레임에서 약 1.5배 확대된 결과물이 나온다, 또한, 35mm와 APS-C 규격 두 군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35mm용 렌즈가 아닌 APS-C 전용 렌즈를 사용하면 사진 외곽의 화질(해상력)도 다소 저하된다.
이와 달리 포서즈 시스템은 디지털카메라를 위해 새로 만들어진 규격이다. 가장 큰 특징은 빛의 '수직 입사'로, 빛을 방사형으로 전달하는 SLR 기반의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빛을 수직으로 전달한다. 이 덕에 이미지 센서 전체에 빛이 골고루 퍼지고, 사진 중심부와 외곽부의 화질 차이가 거의 없다.
물론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화질이 향상되고,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는 촬영 기법) 효과를 만드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품 단가가 올라가 제품 가격이 비싸지게 된다. 또한 이미지 왜곡을 막기 위해 내부 설계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제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포서즈 시스템은 센서 및 내부 설계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제품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50만~70만 원, 최고급 제품도 100만 원 선이다.
플렌지백이 짧아 렌즈 호환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플렌지백이란 렌즈 마운트부터 이미지 센서까지의 거리를 말하는데, 포서즈 시스템은 이 것이 짧아 어댑터를 이용하면 플렌지백이 긴 바디용 장착할 수 있다. 반면 플렌지백이 긴 바디는 바디를 깎지 않는 이상 포서즈 시스템용 렌즈를 장착할 수 없다.
올림푸스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은 이 플렌지백의 길이를 4cm(포서즈)에서 2cm 내외로 줄인, 미러리스 카메라용 규격이다. 이 덕에 렌즈와 바디를 매우 작고 가볍게 설계할 수 있다. 실제로 E-M10의 번들렌즈는 14mm-42mm(35mm 환산 시 약 28mm-84mm)를 지원하는 표준 줌렌즈이지만, 일명 팬케이크 렌즈라고 불리는 DSLR용 단초점 렌즈만큼 얇은 게 인상적이었다.
사진의 종횡비 역시 일반 디지털카메라와 다르다. 마이크로 포서즈 시스템은 4:3 비율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3:2 비율의 APS-C나 풀 프레임 규격보다 사진이 세로로 조금 더 길다(가로 길이 800px 리사이즈 기준 3:2는 533px, 포서즈 시스템은 600px). 참고로 E-M10은 사진 종횡비를 4:3. 3:2, 16:9 등으로 변경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 때 촬영하는 순간 사진의 위아래를 잘라버리기 때문에 사진의 전체 크기가 줄어든다.
DSLR 카메라 수준의 조작성
사실 필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호하지 않는다. 화질이나 카메라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조작성 때문이다. 보통 미러리스 카메라나 보급형 DSLR 카메라는 조작 다이얼을 하나만 갖춘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조리갯값, 셔터 속도, 노출 보정 등을 조작하기 위해 다이얼과 함께 보조 버튼을 눌러야 한다.
하지만 E-M10은 2개의 조작 다이얼을 우측 상단에 배치해,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으로 대부분의 노출 값을 설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단축 기능 버튼(사용자가 기능을 직접 등록할 수 있는 버튼) 2개도 함께 갖춰 조작 편의성을 높였다. 특히 액정 화면을 보며 촬영하는 상황에서 한 손 조작이 편리한 것은 큰 장점이다.
성능도 나쁘지 않다. 우선 연사속도는 초당 최대 8장이며, 최대 속도로 연속 13장 정도(사진 크기 Large, 화질 Fine, 메모리카드 전송속도 45MB/s) 촬영할 수 있다. 셔터속도는 최대 1/4000초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ISO 감도는 25600까지 지원한다. 일반 크롭바디 DSLR 카메라 수준의 성능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고감도에서 노이즈 억제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ISO 25600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그리 많지는 않다. 다음 사진은 ISO 25600에서 노이즈 감소를 최대치로 적용한 사진이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휴대성과 편의성
DSLR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성이다. E-M10의 길이는 번들 렌즈를 장착했을 때 64mm로, 가방 앞주머니나 외투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이는 DSLR 카메라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양의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렌즈 장착 시)와 비교해도 작은 크기다.
크기는 작지만 무게는 490g(배터리, 메모리카드 포함)으로 조금 무거운 편이다. 제품 뼈대 및 외관을 모두 금속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게 면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이 덕에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보다 견고하다. 게다가 SLR 카메라 디자인과 어울려 고급스러운 느낌도 든다.
후면 액정은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라이브 뷰 모드(후면 액정을 보면서 촬영하는 방식)에서 원하는 부분을 터치하면 손쉽게 초점 영역을 지정할 수 있어, 피사체 수가 많거나 크기가 너무 작아 반셔터로 자동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용하다. 특히 아웃포커싱 효과를 만들 때 피사체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면 찍고 싶은 피사체를 간단하게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촬영할 수 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을 촬영하는 상황이 예로 적절하겠다. 이밖에 각도를 상하로 조절하는 틸트 기능을 갖춰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원격제어의 유용성
와이파이를 통해 E-M10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있는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원격에서 카메라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전용 앱(Olympus Image Share)을 설치한 뒤, 카메라 후면 액정에 표시되는 QR코드를 촬영하면 별다른 연결과정 없이 바로 연결된다.
전용 앱의 기능은 훌륭하다. 조리개, 셔터 속도, ISO감도 등 노출에 관한 부분은 물론, 줌인/아웃, 화이트밸런스 조정, 촬영 등 카메라 기능 대부분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촬영 모드(M, S, A, P, iAUTO, ART)도 변경할 수 있어, 원격에서도 조작성이 뛰어나다.
연사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셔터 릴리즈 방식을 연사로 했을 때, 스마트폰의 촬영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연속으로 촬영할 수도 있다. 또한, 촬영한 사진을 스마트폰에 가져오면, 블로그나 SNS 등에도 손쉽게 게시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GPS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E-M10은 GPS 기능을 내장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과 연결했을 때 스마트폰의 GPS 정보를 사진에 넣어 저장할 수 있다.
꾸미기 기능을 모드 다이얼에서
E-M10의 또 다른 특징은 아트필터와 콜라주 등의 사진 꾸미기 기능을 모드 다이얼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이다. 사진을 촬영한 후 따로 효과를 넣을 필요 없이, 촬영 단계에서 다양한 효과를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아트필터 효과는 팝 아트, 수채화, 소프트 포커스 등 12종을 제공하며, 한 장의 사진에 각각 다른 효과를 적용해 총 13장(효과 미적용 1+ 효과 적용 12)의 사진을 저장하는 아트필터 브라케팅을 지원한다. 이 아트필터는 동영상 촬영 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콜라주 기능 역시 간편하다. 모드 다이얼을 콜라주에 맞추면 촬영 화면이 여러 개로 나뉘며, 각각의 영역에 맞춰 사진을 촬영하면 포토샵 등의 소프트웨어로 편집하지 않아도 콜라주 사진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의외의 부분에서 아쉬움이
제품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의외의 곳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다. 바로 전자식 뷰파인더(이하 EVF)다. EVF 창이 눈과 너무 가까워, 눈을 조금만 가까이해도 화면에 닿는다. 이 때문에 유분이나 땀이 묻고, EVF로 피사체를 볼 때 흐리게 보인다. 원래 뷰파인더의 장점은 주변이 밝은 곳에서 촬영할 때 주변 빛을 차단해 피사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점이다. E-M10은 주변 빛을 완전히 차단하려면 눈을 EVF 화면에 완전히 붙여야 할 정도다.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제법 괜찮은 미러리스 카메라'다. 카메라를 처음 구매하는 사람은 물론 고급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의 보조 카메라로도 손색없다. 제품 가격은 2014년 5월 초 인터넷 최저가 기준 74만 2,43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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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