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이수스, 모니터에서도 이름값 할까? ASUS VX279H
유명한 IT기업이라면 해당 기업의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제품군이 있다. 이를테면 삼성전자라면 스마트폰, 레노버라면 노트북, HP라면 프린터가 연상된다. 그렇다면 에이수스(ASUS)라면 어떨까? 에이수스는 대만을 대표하는 IT기업이며, 메인보드와 노트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에이수스는 모니터도 제조하고 있다. 'ASUS = 모니터'라고 한다면 아직은 조금 어색한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요즘 에이수스의 모니터 시장 공략 의지는 상당히 강한 것 같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는 제법 평가가 좋다.
에이수스 모니터의 특징이라면 고급 기술을 강조한 특화 모델이 다수 있다는 점이다. 4K(UHD 3,840 x 2,160) 해상도를 지원하는 'PQ32QE', 3D 게이밍 모니터임 표방하는 'VG278HE', 그리고 색감 보정 기능 및 강력한 사운드를 강조하는 멀티미디어 모니터인 'MX279H'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그러다 보니 이런 제품들은 값이 그다지 싸지는 않다. 물론 제품의 사양을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워낙 싼 모니터가 많이 팔리는 요즘 사정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MX279H와 동일한 디자인, 일부 기능 조정으로 값 낮춰
그에 비해 이번에 새로 출시한 VX279H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접근할 만한 제품이다. VX279H는 이전에 출시했던 MX279H에서 일부 기능을 변경해 값을 낮춘 27인치 풀HD급(해상도 1,920 x 1,080) 모니터로, 2014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약 33만원에 팔린다. 이 역시 보급형 제품에 비하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이전 제품처럼 구매의 여부 자체를 고민할 수준은 아니다. MX279H에 달려있던 B&O 스피커가 일반 스피커로 변경되는 등 일부 사양이 축소되었지만, 슬림한 배젤에 IPS 패널, 화질 보정 기능과 같은 핵심 사양은 그대로이며, MHL 지원 등 일부 부가 기능은 더 향상되었다.
VX279H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이전에 출시된 MX279H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화면 하단의 베젤 부분, 그리고 모니터를 지탱하는 스탠드가 알루미늄에서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바뀐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화면을 둘러싼 베젤의 두께가 0.8mm 남짓으로 극히 얇고(다만, 화면을 켜 보면 실제 표시 영역 주변에 10mm 정도의 여백이 있다), 모니터 부분의 두께 역시 20mm 이하로 슬림하다는 점이 그대로라 전반적으로 상당히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는 점 역시 그대로다.
모니터 우측 하단의 조작부에 7개의 버튼이 있는데 모두 터치 방식이다. 터치 방식 보다는 실제로 눌리는 버튼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인데, VX279H의 터치 버튼은 약간 씩 돌출되어 있어서 각 버튼의 위치를 가늠하고 정확하게 누르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것이다.
MHL 완벽 지원하는 2개의 HDMI 포트 눈에 띄어
모니터 후면을 살펴보면 2개의 HDMI와 1개의 D-Sub(VGA) 포트, 그리고 음성 출력 및 입력, 그리고 전원 포트가 1개 씩 있는 점도 전작과 같다. 2개의 HDMI가 있는 점은 최근의 추세에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PC외에 비디오 게임기,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의 신형 AV기기를 연결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DVI 포트가 없는 점은 다소 아쉽다. DVI로 연결하고자 한다면 HDMI-DVI 변환 케이블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VX279H의 HDMI는 2개 모두 MHL(Mobile High-Definition Link)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MHL은 스마트폰에서 흔히 쓰는 마이크로 USB 포트와 디스플레이 기기의 HDMI 포트를 연결, 스마트폰의 영상과 음성을 큰 화면으로 즐기는데 유용하다. 일반 HDMI 포트에 스마트폰을 연결하려면 별도의 전원을 연결해야 하는 MHL 케이블을 이용해야 하지만, VX279H의 MHL 지원 HDMI 포트는 자체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므로 전원 연결부가 없는 마이크로 USB – HDMI 구성의 간결한 MHL 케이블로도 편하게 화면 출력이 가능하며 화면 출력과 동시에 충전도 된다. 제품 최대의 특징 중 하나다.
다만, 일부 스마트폰은 MHL 연결 시 포트 규격을 변경하는 젠더나 변환 케이블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시중에 팔리는 상당수의 MHL 케이블이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구형 LG 스마트폰에는 호환되지만, G 프로나 G2와 같은 신형 LG 스마트폰에서는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MHL 케이블 구매 시, 자신의 스마트폰과 호환이 되는 지의 여부를 꼭 판매처에 문의하자.
선명도와 색감은 우수, 각종 부가 기능도 풍부한 편
에이수스 VX279H에 적용된 LCD 패널은 고급형 모니터에 주로 쓰이는 AH IPS 패널이다. 시야각이 넓고 색감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VX279H의 화면을 보면 선명도가 수준급이고 위나 아래, 혹은 옆에서 보더라도 거의 색감의 왜곡이 없이 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용 환경에 따라 적합한 화면으로 전환하는 '스플렌디드(Splendid)'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표준, 배경, 영화관, 게임, 나이트 뷰, sRBG 등의 화면 모드가 준비되어 있으며, 특히 피부의 색감을 전환하는 '스킨톤' 선택 모드도 3가지(자연색, 노란색, 붉은색)가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화면 전반을 설정할 수 있다.
그 외 VX279H의 화면 보정 기능 중에 가장 쓸만 한 것 중의 하나라면 영상 전반의 선명함을 조절하는 '비비드 픽셀(VividPixel)' 기능이다. 물론 기존 모니터에도 선명도를 조절하는 옵션은 있지만, 이를 이용해 선명도를 너무 높일 경우 오히려 화질이 저하되거나 원본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비드 픽셀 기능 역시 수치를 지나치게 높이면 외곽선이 너무 도드라지는 느낌이 있지만 원본을 왜곡할 정도는 아니다. 저화질 보다는 풀HD급의 고화질 콘텐츠를 즐길 때 적절히 이용한다면 효과가 좋다.
정확한 사이즈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디자이너의 작업에 도움을 줄만한 퀵 피트(Quick Fit)도 이색적인 기능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A4, 레터, 8x10, 5x7과 같은 문서의 크기 규격에 맞춘 그리드(선)이 화면에 표시되므로 여기에 맞춰 작업하면 편하게 원하는 사이즈와 비율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게이머 위한 부가 기능 탑재, 스피커 성능은 무난
VX279H가 본격적인 게이밍 모니터를 지향하는 제품은 아니다. 반응 속도는 5ms로, IPS 계열 모니터 중에는 빠른 편에 속하지만, 2~3ms 이하 제품도 많은 TN 계열 모니터에 비하면 다소 느린 편이다. 이 때문에 FPS와 같이 빠른 반응 속도를 중시하는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을 낮은 화질을 감수하고 TN 모니터를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VX279H에 게이머를 위한 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게임플러스(GamePlus)라는 기능으로, 이를 활성화하면 화면 한 켠에 30~90분 단위의 타이머를 배치할 수 있으며, FPS에서 유용한 조준점의 영점을 조정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내장된 스테레오(3W x 2) 스피커의 경우, B&O 스피커를 내장했던 MX279H에 비하면 음질이 다운그레이드 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못 들어줄 수준은 아니며 그래도 시중에 팔리는 모니터 내장 스피커의 평균 수준보다는 약간 더 좋다. 음량 자체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니고 강력한 저음이 살아있는 것도 아니지만 볼륨을 끝까지 높여도 소리가 찢어지는 느낌은 없고 깔끔한 음색을 들려준다.
전반적으로 품질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미묘
에이수스 VX279H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품질을 갖춘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제품의 사양표만 봐선 경쟁사의 AH IPS 기반 27인치 모니터에 비해 수치적인 차이점이 그다지 도드라지진 않는다. 가격 역시 MX279H에 비하면 싸지긴 했지만 여전히 경쟁사의 동급 제품 대비 3~4만원 정도 더 비싸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하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제품을 직접 구동하며 화면을 보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화질을 느낄 수 있으며, 각종 부가 기능도 제법 눈길을 끈다, 특히 MHL을 완벽 지원하는 HDMI를 2개나 갖추고 있는 점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수치적인 사양만 높고 실제로 체감하는 만족도가 떨어지는 모니터가 상당히 많다는 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VX279H는 제법 괜찮은 모니터다. 다만, 국내 모니터 시장에서 에이수스의 지명도가 그다지 높지 않으니 시장 확대를 위해 좀 더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도 투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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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