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스타트업] 글로시박스, "스토리와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오픈마켓이 강세를 보인지 10년이 훌쩍 넘었으며, 5~6년 전 새롭게 등장한 소셜커머스는 이제 굳건한 전자상거래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2년 전에는 새로운 전자상거래 형태로 큐레이션커머스, 섭스크립션커머스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각의 커머스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기존 전자상거래 대비 어떤 점이 다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커머스라 하더라도 결국은 '저렴한 가격에 많은 상품을 신속하게 배송'한다는 분위기로 흘러갔고, 결국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나 큐레이션커머스 고유의 특징은 사라졌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업체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이 처음 의도와는 달리 소셜이나 추천(큐레이션) 요소보다는 가격 경쟁이나 판매 수량에 쏠리며 개성을 잃어버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본연의 큐레이션커머스, 섭스크립션커머스를 표방하는 '글로시박스'는 어떤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을까. 글로시박스는 소비자들에게 꼭 맞는 화장품 샘플을 새롭게 선별해(큐레이션) 소비자에게 매달 박스로 전달하며(섭스크립션),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글로시박스 코리아가 서비스를 시작한지는 약 3년. 짧다면 짧을 수도,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글로시박스는 과연 어떤 서비스이고, 여느 커머스와 달리 고집하는 특징은 무엇이고, 3년 간의 운영을 토대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 글로시박스 코리아 최홍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고민, 글로시박스가 덜어드립니다
현재 화장품 시장은 각종 브랜드와 제품이 너무나 다양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있겠지만, 좋은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글로시박스는 이런 소비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시작됐다.
"뷰티 MD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을 직접 선별한다면, 소비자들은 수많은 제품들 중 어떤 것을 눈여겨보면 좋을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적은 용량을 제공하는 대신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도 샘플 마케팅을 하는데, 샘플의 약 90%는 버려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샘플을 쓰는 소비자가 드물다는 건데요,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만큼 낭비가 큽니다. 각종 샘플을 예쁘게 포장한다면 사람들이 실제로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글로시박스를 운영한 지 3년, 최 대표는 고객 요구가 다양하다는 점에 착안해 여러 박스를 출시했다. 글로시박스에서 제공하는 박스는 블랙 라벨, 레드 라벨, 민트 라벨 등 3가지다. 세 가지 박스는 연령 및 고객 요구에 따라 나눈 것이다.
"블랙 라벨은 30대 이상 직장인 여성을 타겟으로 한 박스입니다. 30대 여성들은 굳이 새로운 제품을 발견하기보다는 고급스러운 화장품을 사용하길 원하고, 화장품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에도 관심사가 확장됐습니다. 주로 백화점 화장품이나 핸드크림, 다이어트 상품, 향초, 미스트 등 사무실에서 쓰기 좋은 제품들을 선별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분들은 하루의 2/3 가량을 사무실에서 보내는데, 사무실이 쉬는 공간은 아니죠. 블랙 박스는 직장인 여성들이 업무를 하며 느끼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재미를 불어넣어주고자 합니다.
레드 라벨은 새로운 제품이나 브랜드를 발견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분들을 타겟으로 한 박스로, 신제품 미니어처를 위주로 구성합니다. 매달 출시하는 박스로, 매달 색다른 컨셉에 맞춰 즐거움과 신선함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민트 라벨은 대학생을 타겟으로 한 박스입니다. 피부 관리 및 여드름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저가형 제품으로 구성하며, 메이크업을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초보자를 위한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객 요구가 다양한 만큼, 글로시박스만의 박스 기획에도 노하우가 있다.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이 온다면 까다로운 고객은 불만족할 수도 있기에 고려하는 점이 많다.
"신제품 발견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분들은 레드 라벨을 신청하기에 불만의 요소는 적은 편입니다. 다만 소비자가 건성 피부인데 지성용 제품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소비자 타입을 구분합니다. 같은 레드 라벨이라도 다양한 타입의 박스로 구성하는 거죠. 한편, 블랙 라벨이나 민트 라벨은 제품을 공개합니다. 여기에 속하는 소비자들은 힐링 아이템을 원하지, 발견의 재미를 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뷰티MD 단에서 브랜드 및 제품 선정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선보일 제품들을 일일이 사용해 보는 것은 물론이고요. 수입 통관이나 브랜드 소식은 어떠한지, 패션 및 뷰티 업계 트렌드는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글로시박스는 단지 화장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좋은지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소비자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커머스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와 동시에 기술력이 뛰어난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소비자와 좋은 브랜드를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이 목표
글로시박스는 브랜드와 제품을 선정할 때, 오직 제품의 품질을 기준으로 한다. 비록 유명하지 않더라도 품질만 뛰어나다면 소규모 화장품 브랜드도 글로시박스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도 마케팅이나 광고 툴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에게 잘 맞는 브랜드나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며 발견할 수 있다.
"해외에는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그리고 국내에 새롭게 런칭한 신규 브랜드들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코리아스는 허브를 주 원료로 하는 그리스 화장품 브랜드인데요, 2012년 글로시박스를 통해 회원 1만 명에게 처음 소개했습니다.
또한, 한국 화장품 기술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특히 스킨케어 분야는 좋은 브랜드가 많아요. 하지만 신규 브랜드의 경우 마케팅에 투자할 예산이 없습니다. 기술력이 좋은데도 제품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죠. 글로시박스는 샘플링을 위주로 하는 만큼, 신규 브랜드들이 자사의 제품을 비용 효율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품이 좋으면 작은 회사라도 인정받는 계기를 갖길 바라며, 그런 마케팅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물론 새로운 제품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만큼, 큰 브랜드와 작은 브랜드를 모두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의와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다
좋은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만큼, 글로시박스는 큐레이션커머스 겸 섭스크립션커머스를 동시에 표방하고 있다. 다만, 큐레이션커머스나 섭스크립션커머스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화제를 모았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이슈가 없다. 왜 그럴까. 최 대표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현황에 쓴소리를 던졌다.
"약 6년 전, 소셜커머스가 등장했고 3년 전부터는 경쟁도 심해지고 정점을 찍었습니다. 소셜커머스는 전자상거래 업계에 새롭게 등장한 혁신과도 같아요. 오픈마켓이 별다른 변화 없이 덩치만 키우던 상황에서 소셜커머스가 등장한 것은 업계나 고객들에게나 즐거운 변화였죠. 그렇다면 그 다음의 혁신은 뭐가 있을까요. 흔히 큐레이션커머스, 섭스크립션커머스를 언급합니다.
큐레이션커머스는 주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방식으로 크게 발전했습니다. 핀터레스트,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대표적인 사례죠. 그렇다면 콘텐츠 외에 상품을 추천하는 커머스는 없을까, 여기서 큐레이션커머스와 섭스크립션커머스가 생겼다고 봅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자 대부분의 큐레이션커머스들이 비슷비슷하게 변했습니다. 제품이나 컨셉이 모두 비슷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가장 저렴한 것을 구입하게 됐고, 업계 분위기는 '싸게 많이 줄게요'라는 흐름으로 변했습니다. 이것이 안타까웠어요. 새로운 실험이 많이 이루어졌다면 고객 만족도가 더 높아질 수 있었을 텐데, 덩치 키우기로 흘러간 셈이니까요. 소셜커머스도 본래 저렴하게 판매하려고 나온 서비스가 아니었는데, 더 이상 소셜 요소는 없고 재고떨이를 하는 경우가 많죠. 이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불찰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글로시박스는 다른 시도를 꿈꾸고 있다. 최 대표는 "편의나 가격도 좋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높은 고객 요구를 맞추고 싶다"라고 말했다.
"저희가 블랙, 레드, 민트 라벨 등 3가지 박스를 내는 이유도 소비자 각각의 요구를 맞추기 위함입니다. 물론 아직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1명 1명에게 꼭 맞춰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소비자가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를 충족해야 하고, 그러려면 '매달 자동으로 오는 택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원하는 것을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맞춰주는 서비스가 진짜 큐레이션 아닐까요?
소비자들이 큐레이션커머스, 섭스크립션커머스를 통해 바라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의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마음을 꼭 맞춰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기분이 즐거워지니까요. 특히 여성들이 화장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신감, 스트레스 해소의 측면도 큽니다. 글로시박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새로운 화장품이나 브랜드를 배우거나, 친구들과 이야기 소재로 삼는다거나, 향초 하나로 기분 전환을 하는 등 즐거움을 얻길 바랍니다"
소비자 요구란,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
글로시박스는 고객을 둘러싼 스토리,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매번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에는 제법 노하우를 쌓았지만, 헤어 제품에 대한 노하우는 조금 부족한 상황. 이에 헤어 디자인 업계에서 잘 알려진 차홍 디자이너와 함께 박스를 기획한 바 있다.
"차홍 디자이너 팀과 콘텐츠를 함께 기획하고, 헤어 제품 및 관리 방법을 다각도로 논의했어요. 하총 박스를 선보일 때는 헤어 제품을 보내줄 뿐만 아니라, 어떻게 두피 관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함께 제공했습니다. 설명서로 적어놓아서는 알기 힘드니까요"
글로시박스는 헤어 제품을 계절마다 다르게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겨울에는 날씨가 추운 만큼 두피, 머릿결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이제는 여름이 다가오는 만큼 스타일링 쪽으로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헤어 액세서리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그는 "4~5월에도 차홍 박스가 나올 예정입니다"라고 귀띔했다.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면, 혹시 남성들을 위한 박스를 마련할 계획은 없을까. 물론 최 대표 역시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현재는 여성만을 위한 박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남성들을 위한 박스는 오히려 화장품 브랜드 측에서 먼저 제안합니다. 여성 화장품 시장은 이미 포화됐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남자들의 뷰티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가 스타트업이다 보니 아직은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여성들의 요구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데, 덩치부터 키우기에는 이른 듯합니다.
또한, 여성들과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 패턴 및 구매 의사 결정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들이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온 방법을 남성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고민스러워요. 실제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여성과 남성이 다르더라고요. 저희는 저렴하게 많은 것을 주는 업체가 아닌 만큼, 아직은 좀 더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힘쓰고자 합니다"
다양성을 토대로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
글로시박스가 전자상거래 및 화장품 업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주고자 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돈이 돈을 버는 마케팅이 아닌, 제품이 좋은 마케팅이 성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합니다. 기술력이 뛰어난데도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알려지지 못하는 브랜드가 많은 것이 안타까워요. 화장품 제조하기를 즐거워하는 분들이 매출 걱정 때문에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현실을 깨고자 합니다. 글로시박스를 통해 좋은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소개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매일 똑같은 제품이 아닌 새롭고 다양한 제품들을 접하고, 그런 과정에서 즐거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시장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방식이 획일화되어 있는데요, 좋은 제품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이것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러한 다양성,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글로시박스가 꿈꾸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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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