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이메일 시대 가고 1인 1도메인 시대 열린다"
닷컴(.com), 닷넷(.net), 닷오알지(.org).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인터넷 주소(도메인) 마지막에 붙는 일반 최상위 도메인(gTLD)을 나열한 것이니까. 원래 일반 최상위 도메인은 23개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국제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ICANN)'가 일반 최상위 도메인의 제한을 풀고,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특정 개인을 표시하는 형태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donga', '.naver', '.daum', '.samsung'같은 형태의 일반 최상위 도메인을 지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new gTLD)'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종류가 적고 등록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6년이 흐른 지금 1,000여개의 신규 도메인이 출시됐고, 등록비도 일반 최상위 도메인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회사, 단체의 이름을 인터넷 주소에 포함시킴으로써 얻는 마케팅적 이익을 감안하면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이러한 현상을 업계 관계자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도메인 등록 대행 업체인 가비아의 이민수 팀장을 만나, 도메인 시장의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IT동아: 닷컴, 닷넷 등으로 고정된 최상위 도메인 업계에 다양한 도메인이 추가되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이민수 팀장: 그 동안 일반 최상위 도메인은 도메인이 나타내는 성격을 기준으로 닷컴(영리단체), 닷넷(네트워크 회사), 닷오알지(비영리단체), 닷네임(개인) 등 23개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닷컴으로 대변되는 I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글로벌 기업들이 닷컴으로 자신의 브랜드나 기업을 홍보함으로써 닷컴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갔습니다. 현재 닷컴 도메인은 1억 1,000만 개를 넘어선 상황이고, 이는 다른 일반 최상위 도메인과 '국가 최상위 도메인(ccTLD, 예: .kr .jp 등)'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서비스를 준비할 때 닷컴으로 등록할 수 있는 키워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그늘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일반 최상위 도메인을 선택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브랜드나 서비스와 어울릴만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은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도메인은 닷컴이다"는 고정관념을 무시할 수도 없구요.
지난해 말 '경쟁, 혁신, 사용자 선택의 확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이 추가로 런칭되면서 이런 고민을 해소할 수 있게 됐습니다. 브랜드명, 도시명을 비롯해 커뮤니티 도메인, 일반명사 도메인 등 약 1,000여개의 도메인이 런칭이 되거나, 런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업영역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때문에 그동안 닷컴으로 대변되었던 비즈니스 관련 카테고리도 금융, 부동산, 제조, IT, 엔터테인먼트 등 영역별로 다양하게 분리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메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기회가 생겼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차갑기만 하네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제일 큰 문제는 많은 도메인이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쏟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정보가 시장에 풀리고 있어 업체의 준비도 미흡하고, 기업과 사용자도 그 정보를 받아들이기 버거워 하는 상황입니다.
상황은 모두 같습니다. 이럴 때 기업은 미리미리 자신의 브랜드나 회사명 등이 포함된 도메인을 확보해야 합니다.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 확보는 아직까진 불필요하다'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보편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향후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번 기회에 미리 도메인을 확보해두는 것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할 것입니다.
IT동아: 업계에선 1인 1이메일 시대가 열린 것처럼, 곧 1인 1도메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이민수 팀장: 2000년대 초반 한메일, 핫메일, 야후 등 포털의 무료 이메일 덕분에 1인 1이메일 시장이 열렸습니다. 이메일을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는 이제 거의 없죠.
다음(티스토리), 네이버(네이버 블로그), 싸이월드(미니홈피), 줌(이글루스), 페이스북 등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개인 및 기업의 홈페이지 관리도 나날이 간편해지고, 접근하기 쉽게 변했습니다. 전국민 모두 블로그, 미니홈피, 페이스북 가운데 하나쯤은 운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페이지들의 주소는 매우 복잡합니다. 운영주체의 도메인에 자신의 계정을 더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억하기 쉽지 않죠. (예: http://blog.naver.com/gabiahosting)
다행히 대부분의 블로그 서비스는 외우기 힘든 주소 대신 사용자 또는 기업 자신의 도메인을 대표 주소로 내세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메인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죠. 외우기 힘든 12자리 숫자(IPv4) 대신 외우기 쉽게 문자로 표현한 것이 도메인입니다. 도메인은 간편하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1인 1도메인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신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미리 챙겨두면 추후 큰 자산일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IT동아: 그렇다면 보유한 도메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팁을 알려달라.
이민수 팀장: 도메인의 업무는 모두 이메일로 처리합니다. 도메인 등록 시 소유자/관리자 정보를 입력하는데요, 이메일 주소를 꼭 자주 사용하는 이메일로 지정하세요. 도메인의 만기 안내, 도메인 관련 소식지, 이벤트 소식 등 유용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도메인 소유자/관리자 정보의 예시
Registrant Name: Gabia Inc.
Registrant Organization: Gabia Inc.
Registrant Street: B-401 USPACE 670 Sampyeongdong Bundanggu Seongnamsi
Gyeonggi Korea
Registrant City: Gyeonggi
Registrant State/Province: Registrant Postal Code: 152050
Registrant Country: KR
Registrant Phone: +82.28293509
Registrant Phone Ext:
Registrant Fax: +82.28486622
Registrant Fax Ext:
Registrant Email: sky1004@gabia.com
IT동아: 얼마 전 ICANN이 도메인 관리를 포기하고, 이를 민간으로 이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시장파급효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혹시 닷거버넌트(.gov) 닷밀리터리(.mil) 등 미국 전용 도메인이 전세계 공용으로 풀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민수 팀장: 일단 시장 파급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닷거버넌트와 닷밀리터리가 풀릴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해당 이슈가 경제적 이슈라기 보다는 정치적 측면의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ICANN은 여러 이해 관계자의 합의에 의한 운영체로 운영의 투명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상무성의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 러시아 등 주요 반미 성향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은 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인터넷 도청, 감청, 해킹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이에 따른 여파로 미 상무성은 더 이상 ICANN을 관리, 감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이후 도메인 관리의 주체가 되고,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는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 ICANN 싱가폴 선언 역시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을 이끌어 갈 새로운 시대의 도래' 정도로만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ICANN은 '이후 어떻게 운영될 지에 대한 보고서'를 미 상무성에 제출한 후 재가를 얻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미국 정계 일각에선 인터넷 통제권을 넘겨 준 오바마 정권에 대한 비난 공세 거세지고 있고요.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통제권을 온전히 넘겨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닷거버넌트, 닷밀리터리 등 미국 전용 도메인의 개방의 경우 ICANN이 미국 정부의 감시망에서 자유롭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요구가 거세질 것이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도메인 오픈을 반대할 이유가 없으므로 개방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IT동아: 도메인을 등록할 때 영문 도메인과 한글 도메인 가운데 무엇을 등록하는 게 유리한가? 각각의 장단점이 궁금하다.
이민수 팀장: 도메인은 영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아닌 자국어 도메인(IDN)에 대한 필요성이 중국이나 아랍권에서 강하게 요청돼, 현재 자국어로 된 도메인이 출시돼 사용 중입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2012년 한글 도메인을 런칭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된 도메인이든 한글로 된 도메인이든 연결되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다만 기술적인 한계 탓에 한글 도메인은 아직 이메일 주소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어에 익숙한 10대 후반에서 40대까지를 목표로 하는 홈페이지는 영어 도메인을, 영어에 익숙지 않은 10대 초반과 노년층을 목표로로 하는 홈페이지는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관공서, 학교 등 변화가 드물고 한글로 되어 있는 이름을 보유한 단체라면 한글 도메인이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IT동아: 마지막으로 가비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들려달라.
이민수 팀장: 가비아는 IT 비즈니스 전반에 관한 인프라와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회사입니다. IT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꼭 필요한 기반 산업부터, 보다 빠르고 편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한 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되어 왔지만, 기본은 어디까니자 '인프라(Infra)'입니다. 가비아는 이러한 인프라에 서비스 운영 노하우 및 기술력을 접목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1999년 창립해 국내 도메인과 호스팅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했고, 2005년 동종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2012년 판교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이전했고, 2013년에 창립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가비아는 현재 도메인, 웹호스팅 서비스, 쇼핑몰, 기업 이메일 솔루션, 그룹웨어 하이웍스, 동영상 호스팅 등 다양한 인프라를 클라우드의 형태(IaaS)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비아를 통하면 IT 서비스가 더 쉽고 편리해진다는 믿음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