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노트북? 태블릿PC? 그와 그녀의 '14년형 탭북' 사용기
2010년 1월, 애플이 처음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소파에 앉아 아이패드를 들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제, 약 4년이 흘렀다. 그 동안 애플은 총 5번의 아이패드 신제품을 선보였으며, 구글은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스마트폰+태블릿PC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했다. 어느새 태블릿PC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초창기 태블릿PC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이패드는 그저 화면 큰 아이폰이라고 폄하했으며,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특히,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용과 태블릿PC용 운영체제를 따로 선보이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해프닝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태블릿PC는 매년 예상을 웃도는 성장을 거듭했으며, 스마트폰을 잇는 또 하나의 제품군으로 자리잡았다.
노트북 업계는 긴장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태블릿PC의 성장은 인정했지만, 사람들은 노트북을 계속 사용할 것이라 자신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노트북은 노트북 나름의 장점이 뚜렷하기 때문. 노트북은 태블릿PC가 넘볼 수 없는, 제품 자체의 정체성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결국 노트북은 시장 축소를 막을 수 없었고, 태블릿PC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노트북은 변화를 선택했다. 태블릿PC의 장점을 서서히 흡수하기 시작한 것.
변화는 조금씩 일어났다. 조금 더 얇게,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트북은 스스로를 바꿨다(사실 기술의 발전이다).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착실하게 전력 효율을 높였고, 몸매를 가다듬었다. 때로는 태블릿PC처럼, 때로는 노트북처럼 바꿔가면서 사용할 수 있는 2in1 PC는 그런 변화 속에서 태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도 키보드와 마우스에 최적화한 기존 윈도 인터페이스를 고집하지 않았다. 터치 인터페이스를 접목한 메트로UI의 윈도8을 선보인 것. 결론은 간단하다. 노트북이 휴대성을 등에 업고, 태블릿PC를 품기 시작했다.
"탭했다, 북했다. 접으면 탭, 누르면 북"
작년 LG전자가 선보인 탭북은 대표적인 2in1 PC다. 탭북은 태블릿PC에 치이던 노트북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4년 LG는 신제품 14년형 탭북을 선보였다. 14년형 탭북은 이전 제품보다 더 가볍고, 얇아졌다. 성능도 향상했으며, 전력효율도 업그레이드했다.
- 참고기사: [리뷰] 2세대로 거듭난 변신 노트북, 2014년형 LG 탭북 - http://it.donga.com/17407/
직장인 그와 대학생 그녀의 탭북 활용기
직장인 그 : IT동아 권명관 기자.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을 주로 사용한다고 사내에서 '앱등이'로 불린다(하지만 그는 언제나 이를 부정한다). 그의 노트북 선정 기준은 크기, 두께, 프로세서 종류, 메모리 용량, SSD 탑재 유무, 가격… 등등. 한마디로 심하게 따진다.
대학생 그녀 : 낮에는 방송인, 밤에는 대학생으로 변신하는 그녀 이귀주. 2010 미스코리아 미에 당선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그녀는 노트북과 태블릿PC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소위 말하는 '컴맹'에 가까운 지식의 소유자.
그와 그녀는 각각 일주일간 탭북을 사용했다. 그들의 사용기를 있는 그대로 적어본다.
그는 매일 인천 검암동에서 서울 신도림까지, 공항철도와 2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대략 소요되는 시간은 왕복 2시간. 다행히 다른 노선과 비교해 러시아워 시간에도 사람이 적지만, 그는 대부분 서서 이동한다. 그래서 매일 메고 다니는 가방을 약간은 고집스럽게 가볍게 꾸민다. 13인치가 넘지 않는 노트북 또는 맥북 에어를 넣고 다니는 이유다. 14년형 탭북으로 바꿔 넣은 일주일. 어깨가 한결 가볍다. 참고로 14년형 탭북의 무게는 약 1.05kg. 동료 여기자도 같은 의견이다. 확실히 가벼워서 취재나 외근 시 들고 다니는데 꽤 용이하단다.
낮에는 방송인, 밤에는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그녀. 방송인과 여대생은 '꾸며야 한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크고 투박한 백팩을 메지 않는다. 아니, 멜 수 없다. 요즘 코끝에 스치는 봄 내음에 지난 겨울 입고 다녔던 두꺼운 외투도 벗었다. 그런데 투박한 백팩이라니. 다행히 그녀가 평소 들고 다니는 크로스백에 탭북은 쏙 들어갔다. 그녀 왈 "완전 딱 맞게 들어간다"라나.
당연한 소리다. 탭북 화면 크기는 11.6인치. 가볍고 작은 게 당연하다. 평소 무거운 노트북 때문에 고민하던 대학생이나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도 좋으리라. 아래 사진처럼 그는 자주 메지 못했던 백팩으로 바꿔 메고 다닐 수 있었다.
화면 아래 숨어 있는 키보드, 타이핑감은?
그는 아이패드를 사용 중이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한 아이패드는 전부다 사용했다.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 에어는 전용 블루투스 키보드까지 구매했다. 외부 취재 시 무거운 노트북 대용으로 쓰기 위함이다. 실제 그는 나름 만족하면서 사용했다. 더 이상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니.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다시 노트북을 사용한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기존 노트북의 그것과 달랐다. 소위 말하는 타이핑감(?)을 느끼기 어렵다. 더구나 키 간격이 작아 오타도 자주 겪었다.
탭북은 썩 괜찮았다. 나쁘지 않다. 처음 사용했을 때는 다소 자주 오타를 냈지만, 이틀 정도 사용하니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었다. 확실히 태블릿PC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이용하는 것보다 괜찮았다. 물론, 13인치 크기 이상의 일반 노트북과 비교하면 다소 불편하다. 특히, 오른쪽 시프트 키 크기가 아쉽다. 조금 더 크게 만들 수는 없었을까. 대부분의 오타는 여기서 발생했다. '~했다', '~않았다'처럼 'ㅆ'을 타이핑할 때마다 2~3번씩 고치게 되더라. 뭐, 이것도 금새 적응하긴 했지만.
한가지 놀랐던 점은, 터치 감이 확실히 향상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대부분의 2in1 PC도 터치를 지원한다. 요즘은 노트북도 터치 스크린을 탑재하지 않던가. 그런데, 14년형 탭북의 터치 반응속도는 마치 태블릿PC의 그것처럼, 속된 말로 '빠르다'. 인터넷 검색 시 글자가 작아 손가락 2개로 화면을 확대하면, 이전처럼 화면이 끊기지 않고 유연하게 커진다. 메트로UI의 터치 반응 속도도, 마치 태블릿PC를 사용할 때처럼 즉각적이다. 사용하면서 '오호~'하고 속으로 몇 번 놀랐을 정도.
그녀는 촬영 전 미리 대본을 체크한다. 스튜디오 촬영이든, 야외 인터뷰든, 사전 준비는 필수다. 아무 준비 없이 방송에 임하기엔 아직 스스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녀는 바쁜 촬영 현장 속에서 탭북이 꽤 용이하단다. 중간중간 대본을 읽을 때는 태블릿PC로 보다가, 고치거나 추가할 내용이 있을 때는 노트북으로 바꿔 타이핑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촬영을 일찍 끝낸 저녁이면, 그녀는 인근 카페에서 지인을 만난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그녀는 탭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지인은 탭북을 받아갔다. 평소 블로그를 운영하던 지인은 "탭북을 썩 마음에 들어 했다"고. 태블릿PC와 달리 타이핑할 수 있는 점을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화면이 꺼진 상태(절전/대기 모드)에서 좌측 슬라이드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올라오며 자동으로 켜지는 '슬라이딩 온' 기능이 꽤 유용하다. 탭북의 여러 버튼 중 이 버튼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더라. 누르면 휙 올라오는 화면이라니.
누르면 바로 반응한다?
탭북의 저장장치는 128GB SSD다. 다소 작은 용량이 아쉽지만, SSD를 탑재했기에 확실히 부팅 속도나 읽기/쓰기 동작 속도가 빠르다. 특히, 부팅속도는 일반 HDD를 탑재한 노트북과 비교해 꽤 만족스럽다. 전원을 완전히 끈 상태에서 윈도8의 첫 화면이 켜지는 약 5초 정도. 또한, 태블릿PC처럼 항상 전원을 켜두고 화면만 끈 상태로 사용해도 전력 소모가 거의 없다. 절전/대기 모드로 전환됐다가 다시 화면만 켜는 것이기 때문에 매번 전원을 끄고 켤 필요가 없다. 그냥 아이패드처럼 사용해도 무방하다.
지난 기자간담회 일정에 늦은 그는 이 반응속도 때문에 살았다. 다른 노트북을 들고 나갔다? 아마 부팅 기다리다가 답답한 마음에 볼펜과 노트를 꺼내지 않았을까. 참고로 탭북은 좌측 전원 버튼만 한번 눌러주면 바로 화면이 켜진다. 마치 태블릿PC처럼, 빠르게 화면을 켜고 작업할 수 있다. 그녀도 이 반응속도에 만족했다. 학교 강의 중간, 짬짬이 시간 날 때 아까 보고 있던 인터넷 페이지 또는 동영상 등을 바로 이어서 볼 수 있다. 특히, 자리에 앉아서 태블릿PC 형태로 사용할 때는 순간 켜지는 화면이 썩 마음에 든다고.
그녀, 팀 프로젝트를 주도하다
늦은 밤, 그녀는 재학 중인 동덕여대 대학원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동기들과 팀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교수님이 내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순간. 특히, 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삼삼오오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필수다. 이번에 제출해야 할 리포트가 가장 큰 문제다. 깔끔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동기는 많지 않다. 결국 그녀는 탭북을 꺼내 들어야 했다. 그 동안 서로 이야기 나눈 A4 용지의 내용을 옮기는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했지만, 내심 이번 과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그가 가장 좋아한 확장 인터페이스
탭북은 후면에 일반 사이즈 USB 3.0 포트 2개와 마이크로USB 포트 1개, 풀사이즈 HDMI가 쪼로록 달려있다. 이거 상당히 반갑다. 특히, 요즘 모바일 기기는 일반 규격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기에 더욱 반갑다. 수시로 USB 메모리에 파일(작성한 기사라든지, 작성한 기사라든지, 작성한 기사라든지…)을 저장하고, 언제나 충전해달라고 울부짖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그는 만세를 불렀다.
일반 USB 방식 마우스를 꽂아 사용할 수도 있다. 태블릿PC에 마우스를?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의 경우 마우스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안드로이드에 굳이 마우스를 연결할 필요가 있을까.
풀사이즈 HDMI를 이용해 영화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을 화면이 큰 TV나 모니터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풀사이즈 HDMI다. 크기가 작은 작은 타입C 미니 HDMI나, 타입D 마이크로 HDMI가 아니다. 변환 젠더나 전용 케이블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에 주로 사용하는 마이크로SD 카드 슬롯도 있다.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그대로 옮겨 사용하는데 용이하다. 다만, DSLR 등 디지털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는 일반 SD카드 슬롯은 없다. DSLR로 기자간담회나 발표회 등을 자주 촬영하는 기자 직업 특성상, SD카드 슬롯의 부재는 살짝 아쉬웠다.
탭북은 '탭북'이라고 불러야
14년형 탭북의 가장 큰 장점은 이전처럼 노트북 또는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트북과 태블릿PC는 엄연히 다른 제품군이다. 한 제품에 두 제품군의 사용자경험을 담는다?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 탭북도 이 같은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소 미흡한 부분도 분명 눈에 띄지만, 각 제품 형태에 맞는 사용자경험을 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그와 그녀는 지난 일주일간 탭북을 사용하면서 꽤 만족했다. 물론, 100% 완벽하지는 않았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 가끔 일반 노트북에 있는 터치패드를 찾아 키보드 위를 헤매는 손가락을 발견하곤 했다(이럴 때는 가상 터치패드를 활성화해 사용하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있던 것이 없어졌으니, 사용 초기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그와 그녀 모두 휴대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일반 노트북과 비교해 확실히 작고, 얇으며, 가볍다. 뻐근하지 않은 어깨가 이를 증명한다. 성능도 나쁘지 않다. 여타 울트라북과 같은 프로세서인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다. 아, 그녀는 프로세서가 뭔지 모른다. 그냥 한마디 보탰다. "리포트 쓰고, 인터넷 검색하고, 동영상 감상하는데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이전에 다른 노트북으로 하던 것 다 되니 문제 없다는 투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탭북은 2in1 PC, 컨버터블 PC 등으로 부를 것이 아니라, 탭북으로 불러야 한다. 탭북은 탭북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태블릿PC 형태로 들고 다니며, 버튼만 누르면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화면 크기가 아담해 가방에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고, 노트북 대용으로 쓰기에도 화면 크기가 생각보다 작지 않아 불편하지 않다"라고.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이거 얼마에요?"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