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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된 '닷컴' 도메인, '닷컴퓨터'로 대신할 수 있나?

김영우

20년 동안 컴퓨터 회사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퇴직 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컴퓨터 판매점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 매장을 열 생각이라 가게 이름은 '강남 컴퓨터'로 지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이 해당 매장 홈페이지의 인터넷 주소였다.

gangnam.com, 혹은 gangnam.co.kr 같은 도메인을 쓸 수 있었다면 최선이었겠지만, 이미 '강남'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기업이나 매장, 단체는 너무나 많았기에 해당 도메인은 이미 선점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gangnamcomputer.com 같이 입력하기 어려운 긴 도메인을 쓰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어찌하면 좋을까? 이미 도메인을 선점한 측과 협상해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고 이를 사와야 할까? 아니면 차라리 매장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위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업자는 상당히 많다. 최대한 간결하면서 기억하기 쉬우면서 해당 기업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도메인을 소유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요한 경쟁력 중 하나인데, 그러한 도메인은 대부분 이미 주인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검색 서비스가 좋아져서 굳이 도메인을 다 외우지 않더라도 원하는 사이트를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도메인은 단순한 접근성 문제를 떠나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주요한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기업의 홈페이지로 주로 사용하는 .com이나 .net, 그리고 co.kr 등의 기존의 최상위 도메인은 이미 사용량이 포화상태에 가깝다. 이런 최상위 도메인 앞에 새로 붙일 수 있는 단어는 거의 바닥났다는 의미다. 월드와이드웹(www)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가 세상에 태어난 지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신규 도메인의 등장, .center, .land, .shoes, .photos 등 종류도 다양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사업자들이 신규 최상위 도메인(New gTLD, 이하 신규 도메인)의 도입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신규 도메인이란 말 그대로 .com이나 .net과 전혀 다른 새로운 도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2014년 3월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신규 도메인은 .center(사업)나 .land(부동산), .shoes(의류잡화), computer(IT), .bike(자전거), .photos(사진) 등 매우 다양하다.

아주 익숙한 보통명사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해당 사이트의 특성을 좀더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억하기도 쉬운 것이 신규 도메인의 장점이다. 또한,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com이나 .net과 같은 기존 도메인에 비해 선택의 폭이 대단히 넓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강남의 컴퓨터 매장, 인터넷 주소는 '강남닷컴퓨터'

앞서 소개한 ‘강남 컴퓨터’ 매장의 주인인 김모씨의 경우, gangnam.com, 혹은 gangnam.co.kr 같은 인터넷 주소로 사이트를 여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신규 도메인을 적용한 gangnam.computer는 어떨까?

실제로 2014년 3월 현재 gangnam.computer라는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는지 확인해 봤다. 도메인 등록 서비스 기관인 가비아의 신규 도메인 등록 페이지(https://domain.gabia.com/regist/regist_newgtld)에서 도메인 종류를 인터넷/테크놀러지로 설정한 뒤 'gangnam'을 입력해 검색해봤다.

신규 도메인

그 결과, gangnam.computer 도메인은 아직 주인이 없기 때문에 새로 등록이 가능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만약 김씨가 지금 당장 등록비(2만 몇 천원 정도)를 내고 이 도메인을 등록한다면 www.gangnam.computer 라는 이름의 컴퓨터 매장 홈페이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생소함과 덜 무르익은 IT 환경이 풀어야 할 숙제

그렇다면 신규 도메인은 무조건 좋은 점만 있는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신규 도메인의 가장 큰 약점이라면 '생소함'이다. 도메인을 구성하고 있는 단어 자체는 쉬울지 몰라도 .com이나 .net으로 끝나는 기존 도메인에 익숙한 사용자가 신규 도메인을 보면 이것이 인터넷 주소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IT환경이 아직 신규 도메인을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덜 된 것도 생각해 볼만한 점이다. 이를테면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거나 편집기로 문서를 작성하다가 신규 도메인 기반의 사이트 주소나 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이를 올바른 인터넷 주소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가비아의 김호정 홍보 담당자는 "신규 도메인 등록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불과 몇 주에 불과하지만 이용자들의 관심도는 예상보다 높다" 라며 "특히 기존의 .com이나 .net 기반 도메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독자 브랜드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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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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