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리점은 왜 수리비가 싼가요?
얼마 전 사용하던 스마트폰(옵티머스G 프로)을 바닥에 떨어뜨려 화면이 깨졌다. 지난 4월 구매한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처음에는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14만 원을 지불하고 제품을 수리했다. 그런데 또 이 비용을 들여 수리하자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던 중 '사설 수리점'에 맡기면 더 싸게 수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주말 용산의 한 사설 수리점을 찾았다. 수리 비용은 현금으로 6만 원. 저렴한 가격과 사설이라는 말에 '혹시… 불법인가?' 하면서 불안하기도 했지만, 절반 이하의 가격에 혹해 바로 수리를 맡겼다.
수리에 걸린 시간은 약 40분 정도로,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을 때보다 조금 더 걸렸다.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공식 서비스 센터보다 저렴하게 수리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수리를 마친 뒤 직원에게 물었다. "왜 AS센터보다 가격이 싸죠?" 대답은 간단했다. "AS센터는 화면 파손 시 액정(혹은 OLED) 기판이 들어있는 상부 프레임을 모두 교체하는데, 저희는 강화유리만 따로 공급받아 깨진 유리만 교체합니다".
옵티머스G 프로 등 강화유리와 액정 기판이 붙어있는 스마트폰은 남아있는 접착제를 제거하고 강화유리만 새것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심지어 지문방지 필름까지 붙여줬다). 다만 액정 기판이 파손되거나, 기판과 강화유리를 분리할 수 없는 제품은 비용이 AS센터와 비슷하게 청구된다고 한다.
문뜩 본전 생각이 났다. 두 번의 파손 모두 강화유리만 깨졌고, 내부에 있는 액정 패널은 무사했다. 유리는 깨졌지만, 화면이 제대로 표시되고 터치 기능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AS센터에서는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상부 프레임을 모두 교체하는 것일까?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수리한 제품의 성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사설 수리가 불법은 아니지만, 서비스의 질에서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로 사설 수리를 받은 사람 가운데 제품 내부(화면과 기판 사이)에 얼룩이 생겼다거나, 화면 아래에 이물질이 들어간 채로 수리됐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처음부터 수리용 부품이 강화유리와 기판을 조립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입장이다. 실제로 LG전자 관계자는 과거 강화유리만 교체하는 시도를 해봤지만, 먼지 등의 이물질 유입되고 불량도 발생하기 때문에 이 방법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제품 수리 후 사용자가 불만을 느끼는 것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사설 수리점, 문제는 없나?
사설 수리점 한쪽 구석에는 옵티머스G 프로, 갤럭시노트2, 아이폰5, 옵티머스 뷰2, 갤럭시탭 등의 다양한 파손 부품(강화유리 혹은 일체형 화면)이 한가득 진열돼 있었다. 필자 외에도 이 곳을 방문한 사람이 많은 듯했다. 그렇다면 사설 수리점을 이용하는데 문제점은 없을까? 일단 사설 수리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소속 서비스 기사나 협력업체 서비스 기사 이외의 사람에게 수리를 받아 문제가 생긴다면 무상 AS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액정 파손 등의 수리는 관계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차피 액정 파손 등 수리 부속이 필요한 부분은 유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 제품은 조금 다르다. 애플은 제품 문제 발생 시 리퍼비시(refurbish, 재정비) 제품으로 교체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사설 수리점에서 서비스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보통 침수 라벨을 통해 확인한다) 이 정책에서 제외된다.
파손 부품은 누구 소유?
서비스 센터에 관한 의문이 또 하나 생겼다. 수리하고 남은 파손 부품은 누구의 소유일까? 여기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정책은 조금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유출 및 가짜 스마트폰 유통을 막기 위해 파손 부품을 회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손 부품도 사용자의 소유'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파손 부품을 되돌려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 서비스 센터에서 이를 돌려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비스 센터 방문자를 상대로 이런 파손부품을 매입하는 전문업자까지 생겨났다. 이들은 서비스 센터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화면 수리하러 가세요? 부품 받아와서 파세요'라고 말한다. 가격은 10만 원 내외(갤럭시S4모델 기준). 상태가 좋으면 14만 원까지 줄 수 있다고 한다. 한 매입 업자의 말을 들어보니 거래 규모는 하루 20~30개 정도다.
갤럭시S4의 화면 수리비가 10만 원 초반 정도니, 못해도 수리비용의 70~80% 정도를 회수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부품을 회수하는 것이 당연히 이익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조금 다른 입장이다. 이런 파손 부품이 해외로 유출돼 '짝퉁'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비자도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물론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자가 패널을 매입한 후 해외로 수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기본적으로 파손 부품을 회수/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때 사용자에게 제품 사용 기간에 따라 수리비 할인 혜택을 준다(사용 기간이 짧을수록 혜택이 큼). 만약 수리비 할인 혜택을 포기한다면 파손 부품은 사용자에게 돌아온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이 외부로 유출되면 외부 업체를 통해 문제없는 부품인 것처럼 재활용돼, 다시 공식 서비스 센터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수한 부품을 전량 파기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깨지는 스마트폰은?
여담으로, 사설 수리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었다. 방문자가 가장 많이 들고 오는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라는 이야기다. 두 제품은 5.5인치 이상의 대화면에 좁은 베젤(화면 테두리)을 갖췄다는 공통점을 갖췄다. 최신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특징이며,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형태이기도 하다. 물론 스마트폰을 떨어트리는 것 자체는 사용자 과실이다. 이것을 가지고 '설탕액정'이나, '골다공증액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이렇게 많이 깨지는데 꼭 대화면에 집착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테두리를 완전히 감싸는 젤리케이스를 구매하고, 다시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실제로 지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