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데이터센터 들어오면 오피스365 좀 빨라집니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산에 인터넷 데이터센터(IDC)를 세울 모양이다.
나름 근거도 확실하다. 업계에 따르면 MS는 지난 11일 국내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2년 6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내용이다. MS의 글로벌 구인구직 홈페이지엔 부산에서 근무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관리자를 뽑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업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설명도 나왔다. 이번 사업은 한국MS가 아니라 MS 본사 차원에서 진행되며, 중국MS가 비용을 부담한다는 소문이다. 규모는 33만 제곱미터 내외(약 10만 평)로 알려져 있다. 만약 MS의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들어선다면, 위치는 부산이 유력하다. 과거 MS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최대 100억 달러(약 10조 6,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부산시에 제안한 바 있다.
한국MS는 이러한 소문을 극구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에서 정보를 공개하라고 허락하기 전까진 부인해야 하는 것이 지사의 숙명이다. 업계 관계자가 일관되게 "MS가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니 이번 소문은 한 번 믿어봐도 되겠다.
MS 데이터센터 들어오면 오피스365가 빨라집니다
MS의 데이터센터가 부산에 들어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답을 알려면 일단 MS 데이터센터가 어떤 용도인지 알아야 한다. MS가 제공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 '윈도 애저(Windows azure)', '오피스365',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 '엑스박스 라이브'로 나눌 수 있다. 윈도 애저는 웹 서비스용 클라우드 서버(IaaS)와 컴퓨팅 자원, 클라우드 개발 도구(PaaS) 등을 개발사에게 임대해주는 서비스고, 오피스365는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 MS 오피스와 오피스 웹앱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SaaS)다.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은 기업 경영에 필수인 CRM, ERP 솔루션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SaaS)고, 엑스박스 라이브는 온라인 게임용 서버를 게임 개발사에 대여해주는 서비스(IaaS)다.
넷을 나눠 부르고 있지만, 근본은 윈도 애저다. 오피스365,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 엑스박스 라이브 모두 윈도 애저 위에서 실행된다. 사실 빙(Bing), 스카이프(Skype) 등 MS의 다른 서비스도 윈도 애저 서버를 활용하고 있다. MS의 데이터센터는 바로 이 윈도 애저를 지탱하기 위한 장소다.
얼마 전 한 스타트업 관계자가 기자에게 말했다. "윈도 애저를 활용해 웹 서비스를 구축했다. 다 좋은데, 왜 서비스가 1초 늦게 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그 분에게 이유를 말하겠다. MS의 데이터센터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가까운 MS 데이터센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다. 바다를 건너오니 당연히 느릴 수밖에. 오피스365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오피스 웹앱을 선택하면 1초 뒤에 실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부산에 MS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단순히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MS의 국내 클라우드 사업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일단 지연시간(latency)에 민감한 온라인게임 개발사마저 윈도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진 지연시간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웹 서비스 회사만 포섭할 수 있었다. 온라인게임을 쾌적하게 제공하려면 서버 지연시간이 35ms 이하여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국내 온라인 개발사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NHN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고) 국내 이동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서버로 활용해왔다.
데이터 해외 반출에 민감한 관공서, 기업도 이제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눈길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관공서, 기업을 대상으로 오피스365, 다이나믹스 CRM/ERP 온라인 판촉활동이 한층 활발해질 전망. 국내 게이머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한층 쾌적해진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왜 한국을 선택했나
왜 MS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는 걸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저렴한 전기세와 중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다. 대규모 서버와 냉각장치 탓에 데이터센터는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린다. 전기세가 저렴할 수록 운영비용이 크게 절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산업용 전기는 kWh(킬로와트시)당 99.1원으로,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훨씬 저렴하다. 때문에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는 KT와 협력해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나날이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대비한 데이터센터라는 의견도 유력하다. 중국 기업의 성장으로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 때문에 중국 본토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주변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있다. IBM의 경우 싱가포르와 인천 송도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며, 올해 내로 홍콩과 일본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계획이다. MS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추가를 결정하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저울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을 선택했다. 중국MS가 건설 비용을 부담한다는 소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앞에서 MS 데이터센터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데이터센터처럼 위치만 한국에 있지 실제론 다른 나라를 위한 데이터센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S 데이터센터가 국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이동통신사와 협력이 필수다. 국내 인터넷 망에 연결해야 더욱 빨라진 클라우드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MS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MS와 이동통신사는 서버 호스팅 분야에서 맞부딪칠 수밖에 없다. 협력이 생각만큼 쉽진 않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