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포스 품은 태블릿PC, 테그라노트7 리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 태블릿 PC 출하량은 1억 8,000만 대에 이른다. 2012년과 비교해 약 53.4% 성장한 수치다. 특히 가트너는 2014년 태블릿PC 출하량을 2억 6,300만 대까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태블릿PC가 시중에 나왔을 때는 그 용도가 애매했다. 업무용(생산성)으로 쓰기에는 사용 환경이나 애플리케이션이 기존 PC(노트북)에 미치지 못했고, 기능 대부분은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태블릿PC가 최근에는 정체성을 찾았다. 바로 '엔터테인먼트'다. 동영상 감상, 웹 서핑, 게임 등을 주로 하는 사용자에게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 화면에서 더 오랫동안 콘텐츠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스마트폰 하나로 이를 모두 하면 배터리 소모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 필자가 지금부터 소개할 제품은 얼마 전 엔비디아가 국내 출시한 테그라노트7(Tegra Note 7)이다.
7인치 화면과 2.1채널 스피커
우선 외형을 보면,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크기와 구성이다. 화면 크기는 7인치로 한 손에 꼭 잡히는 크기다. 필자처럼 손이 작은 사람이 한 손에 잡고 웹 서핑이나 사진을 감상하기에 적절하다. 스피커는 제품 전면에 상하로 배치돼 있다. 필자가 이런 스피커 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동영상 감상 시 스피커가 좌우로 배치돼 좌우 입체 음향을 잘 구분해서 들려주며, 전방을 향하고 있는 스피커라 소리도 크게 들린다. 특히 이 제품은 하단에 서브 우퍼를 추가로 장착한 2.1채널 스피커를 갖췄다.
다만, 제품 무게는 360g으로, 비슷한 크기의 태블릿PC보다 약 100g 정도 무겁다. 오래 사용하면 팔이 저리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체감상 무거운 것은 조금 아쉽다.
독특한 정전식 스타일러스
이 제품의 특징 중 하나는 '스타일러스(터치 펜)'이다. '노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타일러스를 내장했는데, 필압 감지(누르는 세기)와 팜 리젝션(필기 시 화면에 닿는 손바닥을 인식하지 않는 기능) 등의 기능을 갖췄다. 정확히는 펜에 이런 기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체에 이런 기능이 있다(이 스타일러스를 다른 제품에서 사용하면 일반 정전식 스타일러스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기능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필압이 아니라 '화면에 닿는 펜의 면적'을 감지한다. 즉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포함된 스타일러스와 구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테그라노트7의 스타일러스는 형광펜처럼 끝이 비스듬하게 돼 있다. 뒷면에는 사선으로 자른 원통 형태의 펜 촉이 달려있는데, 이를 통해 더 굵은 선을 긋거나 전용 필기 앱에서 지우개로 사용할 수 있다.
왜 다른 터치 스크린 제품은 이런 기능이 없을까? 일반적인 정전식 터치 스크린은 화면에 닿는 전도체를 5회정도 인식하는데, 테그라노트7은 초당 300회를 인식한다. 이 때문에 터치를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인식할 수 있다. 여기에 연장선으로 스타일러스보다 굵은 터치(손바닥 등)를 인식한 뒤, 여기서 발생한 모든 터치를 입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독특한 스타일러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앱이 드물다는 점은 아쉽다. 현재 이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앱은 제품에 내장된 기본 필기 앱(Write)과 기본 그리기 앱(Tegra 그리기) 등이다.
테그라4 프로세서를 통한 화려한 그래픽 효과
이제 성능과 사양을 살펴보자. 프로세서로는 엔비디아 테그라4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테그라4는 1.8GHz의 펜타코어(5, 메인코어4 + 보조코어1) 프로세서에 72개의 지포스 GPU를 추가로 장착해 3D게임 및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가 빠르고, 3D 그래픽을 좀더 실감나게 표현한다. 메모리는 1GB(DDR3L)이며, 저장공간은 16GB다. 마이크로SD카드 슬롯을 갖춰 최대 48GB(내장 16GB + 추가 32GB)까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화면 해상도는 WXGA(1,280x800, 16:10)를 지원한다.
최근 등장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2GB 이상의 메모리를 갖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하지만 프로세서의 성능으로 일반 태블릿PC와 비슷한, 혹은 더 높은 성능을 낸다. 이 성능은 특히 게임에 최적화돼 있다. 우선 안투투 벤치마크를 통해 성능을 확인해봤다. 종합 점수는 3만 5,205점으로 갤럭시 노트3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특히 3D 그래픽에서 높은 점수를 보여준다. 총점 중 9,855점은 3D 그래픽 성능에서 나온 점수다. 벤치마크를 실행할 때마다 점수가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현존하는 스마트 기기와 비교해 상위권에 머무르는 점수다.
실제로 게임을 구동했을 때도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한 그래픽 성능을 보여준다. 이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퀄컴 스냅드래곤 600 프로세서와 2GB 메모리를 탑재한 옵티머스G 프로와 테그라노트7에서 'Eden to Green'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실행해봤다. 참고로 이 게임은 테그라 프로세서에 최적화한 게임이다.
두 기기로 실행한 게임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부분은 광원효과다. 테그라노트7은 해가 비추는 방향에 따라 물체의 표면이 빛나거나, 그림자가 지는 반면, 옵티머스G 프로는 물체의 텍스처를 그대로 보여줬다. 게임을 실행(로딩)하는데 걸린 시간도 테그라노트7이 1~2초정도 빨랐다. 또한, 게임 내 동영상이 실행될 때도 옵티머스G 프로에서는 프레임 저하 현상(초당 화면 표시수가 떨어져 화면이 부드럽지 않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실 모든 게임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Eden to Green은 테그라 프로세서에 최적화한 게임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다. 기기에 기본 설치된 '테그라존(TegraZone)' 앱에서는 Eden to Green처럼 테그라노트7에 최적화한 게임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은 GTA 산안드레스, 데드트리거2, 갱스터 베가스, 노바3, 아스팔트8: 에어본, 리얼 복싱 등이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면 기존 태블릿PC나 스마트폰보다 더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즐길 수 있다.
게임에 최적이라는 제품 특징은 제품 입출력 인터페이스에서도 나타난다. 블루투스 컨트롤러(게임패드)와의 연동 기능이 있으며, 입출력 단자로 마이크로HDMI를 갖췄다. 테그라노트7을 모니터나 TV에 연결하고, 무선 컨트롤러로 조작하면 콘솔 태블릿PC 하나로 콘솔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특히 앞서 말한 테그라존에서 게임을 내려받으면 더 큰 화면에서 그래픽 효과를 즐길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은 무난해
그렇다면 배터리 사용시간 어떨까? 앞서 말한 성능이라면 분명 배터리 소모도 빠르다. 실제로 배터리 사용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HD급(1,280x720) 동영상을 1시간 정도 실행해봤다. 화면 밝기는 중간 정도로 맞췄고, 음량은 최대(이어폰 사용)로 높였다. 와이파이, GPS 블루투스는 비활성화 했다. 약 1시간 동안 소모한 배터리는 약 10%. 이 정도 성능이라면 동영상 감상만 10시간 가까이할 수 있다. 와이파이, GPS 등을 활성화한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라면 8시간 정도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겠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많이 사용하는 게임은 4~5시간 정도 지속할 수 있다.
테그라노트7은 성능 극대화, 밸런스, 배터리 절전 등 3개의 성능 모드를 지원한다. 성능 극대화는 프로세서의 모든 코어를 사용하며, 클럭(프로세서 처리 속도) 한계 및 앱 구동 시 화면 표시수(FPS) 한계를 해제한 상태다. 밸런스는 모든 코어를 사용하지만, 클럭을 최대 1.8GHz까지, 앱 FPS를 60까지 제한한 상태다. 배터리 절전은 코어를 최대 2개만 사용하며, 최대 클럭 1.8GHz, 최대 FPS 30으로 고정한다.
높은 완성도, 훌륭한 '가성비', 그런데… 애매해?
테그라노트7의 가격은 26만 9,000원이다. '가격 대 성능비'가 우수하다고 알려진 타사 7인치 태블릿PC보다 6만 원정도 저렴하다. 하지만 성능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다(벤치마크 점수만 봤을 때도 1만 점 이상 높다). 제품 자체의 완성도는 아주 높다.
그렇지만 필자 입장에서 선뜻 구매하기에는 아주 조금 애매한 제품이다.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은 게임에 주로 집중돼 있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화려한 그래픽 효과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필자처럼 태블릿PC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활용하려는 사람은 게임 성능 하나만 보고 구매하기 애매하다는 의미다.
스타일러스의 기능과 성능도 만족스럽지만, 단순히 취미용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그래픽 전문가라면 태블릿PC와 정전식 스타일러스가 아니라 태블릿과 액티브 스타일러스를 사용한다. 반대로 취미로 그림을 그려 커뮤니티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사람이라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점에 만족하리라.
제목에서 애매하다고 말한 것은 오직 필자의 주관적인 입장이다. 사람에 따라 이 제품의 기능이 필요한 사람도 있고, 전혀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