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만 믿었다간... 폰 케이스 업체들의 '외도' 가속화
직장인 김모씨는 스마트폰을 고르는 취향이 독특한 편이다. 남들이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나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보다는 사용자층이 적은 LG전자의 G시리즈나 팬택의 베가 시리즈를 선호한다. 무난함 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이들 제품의 매력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다만, 이러다 보니 불편한 점도 있었다. 특히 케이스와 같은 액세서리 선택이 폭이 좁다는 것이 가장 불만이다. 액세서리 제조사들이 사용자층이 많은 삼성과 애플 전용 액세서리만 집중적으로 출시하곤 해서 비주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원하는 액세서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다소 달라진 것 같다. 아직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긴 하지만 확실히 비주류 스마트폰용 액세서리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갤럭시와 아이폰 이용자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고급 가죽소재 제품이나 캐릭터 라이선스 제품이 G시리즈나 베가 시리즈용으로도 출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LG, 팬택용 액세서리 공급 늘리는 이유
대표적인 국내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업체인 A사의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12년까지는 스마트폰케이스 제품군은 삼성용 제품이 60%, 애플용 제품이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외 제품의 비율은 10% 남짓이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삼성용 제품의 비율이 50% 정도, 애플용 제품의 비율이 15% 정도로 줄어든 반면, LG 및 팬택용 제품의 비율이 35%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추세가 크게 변한 탓도 아니다. 시장분석업체인 플러리 애널리틱스가 작년 10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월 기준, 국내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0%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LG전자와 애플이 각각 15% 및 14%, 팬택이 10% 정도로 뒤를 이었다. 2012년 상황과 비교하면 애플의 점유율이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삼성의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으며, LG전자와 팬택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IT액세서리 전문업체인 제누스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구학현 차장은 "삼성전자가 2013년의 주력 제품으로 출시한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에 케이스를 기본 제공한 것이 액세서리 제조사 입장에선 큰 타격이었다"라며, "그 동안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않았던 LG전자 및 팬택용 액세서리의 출시 비중을 높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탓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국 IDC의 12월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스마트 기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5% 감소가 전망되며, 2014년 역시 감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발표했다. 전반적인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줄어드니 관련 액세서리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한 비주류 업체용 액세서리의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해외시장 공략 강화가 마지막 희망
다만, 이러한 비주류 업체용 액세서리 시장 역시 '블루오션'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용 케이스를 기본 제공하자 경쟁 업체들도 이를 따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와 팬택은 최근 'G2', '베가 시크릿업'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케이스를 함께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한 바 있다. 해외 업체인 애플 역시 아이폰5c를 출시하며 전용 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공세 및 전반적인 시장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이 마지막 희망은 해외시장 공략 확대다. "특히 중국 및 남미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스마트기기 보급률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액세서리 시장 역시 해 볼만 하다"고 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