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레노버에게 매각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레노버와 모토로라의 텃밭인 중국,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한바탕 폭풍이 불어 닥칠 전망이다.
구글 래리 페이지(Larry Page)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회사 '모토로라 휴대전화 사업부(모토로라 모빌리티)'를 29억 1,000만 달러(약 3조 1,000억 원)에 레노버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9일(현지시각) 밝혔다. 지난 2012년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하고 19개월 만에 나온 발표다. 이로써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는 또 주인이 바뀌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됐다.
구글은 지난 2011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 달러에 인수했다. 원래 기업가치보다 33%를 더 쳐준 가격이다. 이 가운데 모토로라 홈 사업부를 매각해 23억 5,000만 달러를 회수했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적재산권 측면에서 모토로라의 특허는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포함) 등 경쟁사는 삼성전자, HTC, 화웨이 등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다각도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모토로라는 다양한 통신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에게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토로라가 바로 경쟁사라는 비바람으로부터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구글의 특허 우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에서 모토로라의 특허는 제외된다. 모토로라의 특허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구글이 가지고 있다. 대신 레노버는 이 특허를 라이선스 형태로 사용할 권리를 얻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하드웨어 시장 진출이 아닌 특허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레노버에게 인수됐지만, 모토로라 브랜드는 여전히 유지된다. 지난 2005년 레노버가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했을 때와 같다. 당시 레노버는 IBM 노트북 브랜드 '씽크패드'를 그대로 승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로써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자체 브랜드와 모토로라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게 됐다.
래리 페이지 CEO는 "모토로라는 모토G, 모토X 등 뛰어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레노버의 스마트폰 사업부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하나로 뭉쳐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큰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레노버 양 위안칭(Yang Yuanqing) CEO는 "레노버는 IBM PC 사업부 인수를 통해 두 회사를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이번 인수로 성장을 위한 강력한 모멘텀(원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모토로라 데니스 우드사이드(Dennis Woodside) CEO는 "레노버의 하드웨어 기술과 유통망은 모토로라가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모토X, 모토G를 잇는 전략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발매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레노버가 구글에게 7억 5,000만 달러의 주식과 6억 6,000만 달러의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성사됐다. 잔금 15억 달러는 3년 동안 나눠 지급한다. 이번 거래로 구글은 레노버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레노버는 얼마 전 IBM x86 서버 사업부 인수에 이어 모토로라까지 인수함으로써 북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실하게 다지게 됐다. 화웨이, ZTE 등 중국 내 경쟁사가 이루지 못한 '미국 진출의 꿈'을 레노버가 실현할 수 있을지 업계 관계자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