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 용량을 돌려주세요
영국의 블로그 매거진 '위치 테크 데일리'가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놨다. 시중 스마트폰 저장공간의 실제 용량을 측정한 것. 무슨 소린지 좀 더 풀어서 얘기해보자.
우리가 16GB, 32GB 용량의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저 용량을 실제로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 iOS 운영체제와 제조사, 이동통신사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이 저장공간을 차지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표시된 것보다 훨씬 적다.
위치 테크 데일리는 시중 스마트폰 16GB 모델을 구해 용량을 측정했다. 조사 대상은 애플 아이폰5s, 아이폰5c, 구글 넥서스5, 삼성전자 갤럭시S4, LG G2, 소니 엑스페리아Z1, HTC 원 미니, 블랙베리 Z30 등이다.
그 결과 가장 여유 공간이 많은 스마트폰은 아이폰5c(12.60GB)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은 넥서스5(12.28GB), 아이폰5s(12.20GB), 엑스페리아Z1(11.43GB), Z30(11.20GB), 원 미니(10.44GB), G2(10.37GB) 순이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여유 공간이 가장 적은 스마트폰은 갤럭시S4(8.56GB)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공간이 가장 많은 스마트폰과 적은 스마트폰 사이에 4GB의 용량차이가 있었다.
이번 조사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두 가지다. 일단 이제 iOS와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간에 용량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이폰5c(iOS)와 넥서스5(순정 안드로이드)의 용량이 동일한 점이 그 증거다. 과거에는 iOS가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보다 용량이 적었다. 덕분에 아이폰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하지만 iOS 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그것도 다 옛말이 됐다.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구글 앱이 생각보다 많이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iOS보다 용량이 더 적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 같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임에도 제품별로 용량이 차이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원인은 제조사 기본 탑재 앱(pre-loaded apps)이다.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제작하면서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제조사 커스텀 UI(사용자 환경, 예: 삼성전자 네이처 터치위즈), 제조사 기본 앱 등을 추가한다.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했음에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차이나는 이유다.
제조사 앱을 가장 적게 추가하는 브랜드는 소니다. 그 다음은 HTC, LG전자로 나타났다. 제조사 앱을 가장 많이 추가하는 브랜드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16GB의 절반 수준인 8GB 내외일 정도로 기본 탑재 앱이 많았다.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간단하다. 우리가 16GB 모델을 구매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50~70%에 불과하다는 점. 게다가 제조사는 16GB, 32GB처럼 내장된 메모리의 용량만 표시하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알려주지 않는다. 사용자의 불만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기본 탑재 앱을 삭제할 수 없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시행하겠다고 알린 '기본 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반가운 이유다. 이제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나서 내 스마트폰의 용량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적음에도 국내 사용자의 불만은 생각보다 적게 터져나온다.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마이크로SD 카드를 활용해 저렴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64GB 마이크로SD 카드도 5만 원이 채 안되는 세상이다. 게다가 조사 대상 가운데 넥서스5, HTC 원 미니를 제외한 나머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모두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발매된 스마트폰의 기본용량이 16GB가 아닌 32GB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G G2 등 두 제품은 국내에 16GB 모델을 발매하지 않았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32GB부터 시작한다. 16GB로 사용하면 기본 저장공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이 터져나왔겠지만, 32GB로 사용하다보니 별다른 아쉬움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발매 정책은 이후 발매된 갤럭시노트3, G플렉스에도 이어진다. "기본 탑재 앱이 많아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면 저장공간을 더 늘리면 되지"라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제 기본 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게 됐으니 다시 저장공간을 줄이자"는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