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의 IBM x86 서버 사업부 인수, '윈-윈' 될까?

이상우 lswoo@itdonga.com

2014년 1월 24일, 레노버와 IBM이 IBM x86 서버 사업 매각을 위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레노버는 이번 계약을 통해 '시스템 x', '블레이드센터', '플렉스 시스템 블레이드 서버 및 스위치', 'x86 기반 플렉스 통합 시스템', '넥스트스케일(NextScale)', '아이데이터플렉스(iDataFlex)', '관련 소프트웨어', '블레이드 네트워킹과 유지보수 업무' 등 서버 사업부와 관련 업무를 IBM에게서 인수한다. 매각 규모는 23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다.

최종 매각 협의가 완료되면 레노버는 서비스와 유지보수 사업을 맡게 되며, IBM도 당분간 레노버를 대신해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따라서 기존 고객들은 유지보수 지원을 받는 데 있어 별다른 변화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약 7,500명의 IBM 직원이 레노버로 고용 승계 될 전망이다.

IBM, LENOVO
IBM, LENOVO

IBM, 계륵인 x86 서버를 팔아 핵심사업에 집중

IBM은 이번에 x86 기반 하드웨어와 x86 서버 시스템에 관한 유지 보수 업무 등 중소형 서버 사업부서를 매각했다. 핵심 사업인 시스템 z 메인프레임, 파워 시스템, 스토리지 시스템, 파워 기반의 플렉스 서버, 퓨어 애플리케이션, 퓨어 데이터 등 대형 서버와 어플라이언스(클라우드) 사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지난 2012년 전세계 서버 시장에서 x86이 처음으로 비x86(리눅스, 유닉스 등) 서버 점유율을 넘어선 이후 x86 서버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IDC, 2012). x86용 프로세서의 전력소모가 줄어들고 성능이 높아지면서, 유닉스보다 적은 유지/보수 비용으로 서버를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IBM의 x86 시장 점유율은 5.4%로, HP(26.7%)나 델(22.3%)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IBM 입장에서 수익성은 낮지만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연구/개발을 이어가기도 애매한 사업부였다. 때문에 x86 서버 사업부를 현금 20억 달러와 레노버 주식 3억 달러에 넘긴 것은 IBM 입장에서 호재라고 볼 수 있다.

x86 서버 사업부 매각 비용은 다른 핵심 사업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매각은 IBM이 '왓슨(인공지능 컴퓨터) 그룹' 설립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뤄졌다. 이를 통해 IBM은 인지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등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 집중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레노버, 컨슈머 넘어 엔터프라이즈 시장 진출 원해

레노버는 이번 인수로 글로벌 x86 서버 시장 점유율을 높임과 동시에, 기업용(엔터프라이즈) 하드웨어 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 IBM의 x86 서버 점유율은 20%에 이른다. 이제 이 자리를 레노버가 대신하게 됐다.

사실 레노버는 예전에도 IBM 사업 일부를 인수한 적 있다. 지난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IBM의 노트북 브랜드 '씽크패드' 시리즈를 출시해왔으며, 씽크패드의 후속 브랜드인 '아이디어패드'를 자체 개발해 글로벌 PC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서버 시장에서도 이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 기존 IBM x86 서버는 제법 고가의 제품이지만, 레노버가 PC 시장에서 보였줬던 가격 경쟁력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서버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노버는 전세계에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에게 현지화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레노버의 현지화 전략은 현지기업을 인수해 그 노하우를 가져오는 것이 핵심이다. IBM 사업부 인수를 통해 중국 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북미 시장에 뿌리 내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레노버 양 위안칭(Yang Yuanqing) CEO는 "이번 인수 계약은 레노버의 PC+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다"며, "레노버는 적절한 전략, 훌륭한 실행력, 지속적인 혁신, x86 산업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PC 사업에서 해온 것처럼 x86 서버 사업도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에 필요한 부분을 얻는 윈-윈(Win-Win)

이번 거래를 통해 IBM은 계륵같은 x86서버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했다. 레노버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얻었다. 이번에 인수한 서버 사업 뿐만 아니라 이와 연관된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 다른 엔터프라이즈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제 레노버는 컨슈머 시장 뿐만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HP, 델 등 기존 컴퓨터 시장의 거물들과 겨루게 됐다

다만 레노버에겐 한 가지 숙제가 남아있다. 단순 하드웨어 제조 뿐만 아니라 IBM이 지금까지 쌓아온 서버 관련 기술과 노하우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IBM은 2013년 3분기 기준 전세계 서버(x86, 유닉스 등 모두 포함) 시장 점유율 22.9%를 확보한 기업이다. 당연히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가 상당하다. 이 기술과 노하우를 얼마나 전수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레노버의 서버시장 진출 성패가 달려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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