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안드로이드 공화국이 된 4가지 이유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터지 애널리틱스(SA)가 스마트폰 사용자 수(Installed Base)를 기준으로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은 93.4%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8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88개국 평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 67.5%와 비교해도 25.9% 높은 수치이며, 아태지역 평균 74.3%와 비교해도 19.1% 높다. 그야말로 안드로이드 공화국이다.
반면 아이폰 점유율은 5.1%에 불과했다. 조사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아이폰 점유율이 낮은 국가는 수단,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인도, 이라크, 모로코 뿐이었다.
SA 말고 다른 곳의 조사결과도 함께 살펴보자. 웹트래픽을 분석해 운영체제 점유율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은 90.98%다. 아이폰 점유율은 8.02%로 나타났다. 아이폰 점유율이 좀 더 높긴 하지만, SA의 발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보지 않아도 한국이 안드로이드 공화국인 것은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한국이 안드로이드 공화국이 된 4가지 이유
한국은 왜 안드로이드 공화국이 된 걸까.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 이동통신사, 사용자 등 당사자 넷의 입장을 분석했다.
일단 '삼성전자,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주력하는 굵직굵직한 회사들의 본진이라 그렇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두 회사가 자국에 쏟아부은 수많은 마케팅 비용, 손쉽고 빠른 A/S, '그래도 한국기업의 제품을 써야지'라는 사용자의 생각 등이 겹쳐 이러한 결과로 나타났다는 설이다.
애플이 한국 시장에 무관심해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는 애플 직영점과 직영 A/S 센터가 수없이 존재하는데 정작 대한민국엔 하나도 없다', '애플은 자체 유통채널 아이튠즈를 통해 음악, 전자책 등 다양한 콘텐츠를 판매 중인데 국내에선 구매할 길이 없다' 등 사용자의 불만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아이폰 판매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아 보급률이 거꾸로 간 것'이라는 의견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투입 여부에 따라 단말기 판매량이 좌지우지 되는 기형적인 형태인데, 아이폰은 보조금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 애플이 제조사 보조금을 주지 않고, 이동통신사도 아이폰용 보조금 투입에 소극적이다 보니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국내 사용자가 아이폰에 흥미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사용 비율이 높은 국내 사용자 특징 상 대화면 스마트폰이 선호 받을 수밖에 없는데, 4인치 크기의 아이폰은 국내 사용자 취향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DMB 기능이 없어 중장년층과 야구 시청자들이 아이폰을 외면했다는 설도 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꼭 하나만 짚어서 '이것이 한국이 안드로이드 공화국이 된 이유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4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미국 아이폰 점유율은 54.8%,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은 37.71%로 나타났다. 일본은 한 술 더 뜬다. 아이폰 점유율 61.8%,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 37.56%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은 세계 추세는 물론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도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하나의 운영체제가 패권을 잡은 PC 시장과 달리 모바일 시장은 여러 운영체제가 공존하는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