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친숙한 노래의 재발견, 'a-JAYS Five' 이어폰
이어폰은 어찌 보면 상당히 취향을 많이 타는 제품이다. 선이 납작한지 둥근지, 커널형인지 오픈형인지, 거기에 음색이나 강조 음역대 등까지 더하자면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안은 무궁무진하다.
이번에 소개할 제이스의 'a-JAYS Five(제이스 파이브)'는 'a-JAYS' 이어폰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으로 커널형 이어폰이다. 참고로 제조사는 이 제품이 자신들이 출시한 플랫 케이블 이어폰 중 가장 좋은 것(Best flat tangle-free cable)이라 표현했다.
'제이스(JAYS)'는 스웨덴의 음향 기기 전문 기업이다. 제이스 브랜드만을 좋아하는 지지층을 지녔을 만큼 매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이스의 제품 중 a-JAYS 시리즈는 '풍부하고 깊은 베이스', '플랫 케이블', '다양한 이어팁의 크기' 등이 장점이다. 각 하위 이어폰들은 성능, 액세서리, 마감 등에 따라 One부터 Five로 분류된다. One은 입문용, Two는 일반용, Three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Four는 Three를 잇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버튼이 세 개인 리모컨을 갖췄고, iOS용으로만 출시됐다.
제이스 파이브는 리모컨에 iOS, 안드로이드, 심지어 윈도용까지 준비되어 있다. 각 운영체제에 따라 리모컨의 모양을 조금씩 다르게 해 차별화를 꾀했다. 리뷰는 iOS용으로 진행한다.
인체 공학적인 설계
제이스 제품들은 디자인이 깔끔한 것이 특징. 제이스는 '간결한 흑백 디자인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 또한 '겉모습이 아니라 제품 안에 담긴 음악의 색깔이 화려해야 한다'고 전한다.
제이스 파이브는 무광 검은색을 기본으로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그래선지 이어폰에 흰색으로 쓰인 'Designed in Sweden by JAYS'가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이 문구는 애플 아이폰 뒷면에 쓰인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를 떠올리게 한다.
제이스 파이브의 플랫 케이블은 선이 칼국수 면처럼 납작해 잘 꼬이지 않는다. 원통형 선의 이어폰을 썼을 때는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냈을 때 '일부러 이렇게 묶으려 해도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참을 꼬인 줄을 조심스레 푸느라 이어폰과 씨름해야 했다. 반면 제이스 파이브는 확실히 가방 안, 겉옷 주머니 등 어디에 넣어놔도 꺼냈을 때 선이 묶여있지 않아 편했다.
다만, 플랫 케이블 특유의 소위 '터치 노이즈'는 조금 있는 편. 가만히 앉아 음악 등을 들을 때는 상관 없지만 움직이며 노래를 들으면 케이블이 옷 등에 쓸리며 나는 소리가 귀로 조금 전달된다. 물론 기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이런 부분에 예민한 사용자라면 플랫 케이블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통형 선으로 된 이어폰을 구매하길.
자세히 보면 이어폰의 머리 부분이 하나의 부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다 드라이버와 선을 잇는 부분도 꽤 길다. 여러 부분을 이어 만든 것보다 내구성이 좋고, 단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자는 이어폰 선을 잡아당겨 귀에서 빼는 습관이 있다. 이어폰을 오래 사용하면 이어폰 머리와 선을 연결한 부분이 빠지거나 끊어지곤 했는데 제이스 파이브는 이런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드라이버는 선을 중심으로 약간 안쪽으로 휘어 있다. 제품을 바닥에 눕혀 보면 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사람 귀 모양에 맞춰 디자인됐기 때문. 실제 귓구멍은 직각이 아니라 약간 안쪽으로 기울어진 형태다. 제이스 파이브는 이 각도에 맞춰 설계되어 착용했을 때 들뜨지 않고 귀에 밀착되는 느낌을 받는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귓구멍 크기를 고려해 이어팁을 크기별로 5개 제공한다. 가장 작은 이어팁의 지름은 약 9mm로 '유아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자신에게 적당한 크기의 이어팁을 선택하면 커널형 이어폰의 착용감을 높일 수 있다.
이어팁을 빼면 제이스 파이브의 드라이버가 드러난다. 제이스는 이 부분을 플라스틱이 아니라 메탈 소재로 제작해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높였다. 제이스 파이브는 전작인 Four의 특징을 이어받아 선예도 높고 강력한 저음이 무기다. 제조사는 '중음과 고음 부분도 강화해 사용자가 어떤 노래를 듣더라도 만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스 파이브의 감도, 저항값, 주파수 등은 모두 일반적인 이어폰 수준이다. 감도는 96dB SPL(1KHz), 저항값은 16Ohm, 주파수는 18~23,000Hz이다. 제이스는 자사 제품의 사양을 설명서에 자세히 표기하고 있다. 간혹 몇몇 음향 기기들은 이러한 정보를 아예 제공하지 않아 사용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게 한다. 제이스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친절한 편. 설명서는 한국어를 포함한 9개국어로 되어 있으며, 이어팁을 씻는 법과 도로 가까이에서 제품을 쓸 때는 조심하라는 내용까지 적혀 있다.
오른쪽 선에 버튼이 세 개인 리모컨이 달려 있다. 애플의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은 세 개의 버튼이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제이스 파이브는 동그란 버튼 세 개가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디자인적인 면을 고려해 버튼에는 따로 '+', '-'같은 표시가 없다.
버튼이 구분되어 있어 리모컨을 보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 눌러도 정확하게 원하는 버튼을 선택할 수 있었다. 위쪽 버튼은 소리를 크게, 아래쪽 버튼은 소리를 작게, 가운데 버튼은 한 번 눌러 음악 재생/정지, 두 번 눌러 다음 곡으로 이동, 세 번 눌러 이전 곡으로 이동한다. 전화가 왔을 때 이 버튼을 눌러 받거나 끊을 수 있고, 길게 눌러 시리(Siri)를 호출할 수도 있다. 제이스 파이브의 마이크는 MEMS(미세기계 음향장치) 기술이 적용되어 전화 통화나 음성 명령 기능 등을 활용할 때 향상된 음성 입력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들어보자
직접 제이스 파이브를 귀에 꽂고 음악을 들어봤다. 감상평에 앞서 밝히자면 기자는 '황금귀'를 가지지 못한, 그저 일반인에 불과하다. 평소 출퇴근, 운동, 집안 일 등을 할 때 꾸준히 그리고 짬짬이 노래를 듣는다. 따라서 '청음'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 제품을 사용하며 느낀 그대로 솔직히 표현하겠다. 그간 기자는 주로 애플 아이폰5의 벅스 애플리케이션과 번들 이어폰인 이어팟을 이용해 노래를 들었다. 스트리밍 음질은 벅스가 제공하는 가장 높은 수준인 MP3 320Kbps로 선택했다. 제이스 파이브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평소 자주 듣던 노래들을 골랐다. 그래야 어떤 면에서 음악이 다른지 느낄 수 있기 때문.
음악을 들어보니 제이스 파이브는 대체로 보컬을 강조했다. 특히 고음역대에서 이러한 특성은 두드러졌다. 목소리를 돋보이게 하니 공연 등 '라이브(Live)' 음악을 들을 때 감동이 컸다. 마치 가수가 직접 옆에 앉아 노래를 불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베이스 표현력도 꽤 좋은 편.
(Danse) with me - 박소유
박소유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좋아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제이스 파이브를 귀에 꽂고 이 노래를 들으니 앞서 말했듯이 그가 좀더 가까이 다가와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만족스러웠다. 베이스, 일렉 기타 등 바탕으로 깔리는 악기의 소리도 더 또렷하게 들렸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차곡차곡 쌓인 소리가 더 명확해진 느낌이었다. 다만, 노래 중간에 '치지직'하며 잡음이 나는 부분은 그 소리가 더 강조되어 간혹 귀가 아프기도 해 아쉬웠다.
Call you mine – Jeff Bernat
제프 버넷의 Call you mine을 제이스 파이브로 들은 후, 하마터면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뻔 했다. 달콤한 멜로디가 귓속을 간지럽히는 느낌이다. 반주가 간략해서인지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더 돋보였다.
Rolling in the deep – Adele
아델의 목소리가 이렇게 허스키한지 제이스 파이브로 들은 후에야 알았다. 단조로운 기타의 스트로크 위로 흐르는 그의 목소리가 더 강하고 자세하게 들렸다. 그 후 나오는 드럼 소리와 고음역의 후반부는 번들 이어팟으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입체감 있고 강렬했다. 차음성이 강한 커널형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음악에 더 집중하게 됐다.
Someone like you 라이브 - Adele
제이스 파이브는 단언컨대 라이브 음악을 들을 때 빛을 발한다. 사람들의 환호, 박수 소리, 아델의 울리는 목소리 등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과장을 조금 보태 정말 그 공연장에 있는 느낌이 든다. 번들 이어팟으로 들었을 때보다 가장 새로움을 많이 느낀 음악이 바로 이 곡이다. 중간 중간 관객이 환호하는 소리, 휘파람 부는 소리 등을 듣고 '이런 소리도 있었나'싶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곡의 후반부에서 떨리던 아델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지금껏 몇십 번도 넘게 이 곡을 들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심하게 떨리는지 처음 알았다. 수많은 관객을 보며 감동에 찼던 건지, 아니면 노래 속 누군가가 떠올랐는지는 아델만이 알 것이다. 아델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한 노래가 아니면 앨범을 내지 않겠다고 했으니. 아델이 눈물을 참느라 목소리가 흔들린 건지 궁금해 공연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봤으나 인조 속눈썹이 너무 길어서 눈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제이스 파이브로 댄스, 힙합, 락, 경음악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았다. 그중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분야는 아무래도 빠르지 않은 속도의 보컬 위주 곡이었다. 평소 이런 취향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면 제이스 파이브는 좋은 선택이다.
제이스 파이브는 검은색과 흰색 2종이며. 가격은 9만 9,000원이다. 프리스비 등 애플 리셀러샵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제이스 파이브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http://www.jays.se/products/a-jays-fiv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