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을 기반으로 IT 산업을 흔든다, '공유 경제'
제품이나 무형의 자원을 여러 사람이 나누거나 빌려서 사용한다는 '공유 경제' 개념이 국내 IT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공유 경제의 의미, 그리고 공유 경제가 IT 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알아봤다.
공유 경제란 무엇인가요?
공유 경제란 자신이 소유한 물품이나 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거나,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소비 행태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나눠 쓰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평일 출퇴근을 할 때만 자동차를 사용한다. 싱글족인 A는 주말에 자동차를 쓸 일이 없고, 자동차 유지비를 줄이길 희망한다. 한편, B라는 사람은 자동차가 없다. B는 회사가 가까워 평일에는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주말에 가족들과 여가 시간을 보낼 때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 주말에만 쓸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은 아깝고, 1주일에 1번씩 렌터카를 쓰기는 부담스럽다. 만약 A가 주말마다 B에게 자동차를 빌려주고 이용료를 받는다면 어떨까? A와 B 모두 이득일 것이다.
공유 경제의 개념은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학대학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처음 정의했다. 공유 경제는 2011년 타임지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10대 아이디어'로 소개된 바 있다. 최근 등장한 이슈는 아니지만, 그 동안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이었다. 이제 국내에는 2013년 유망 IT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공유 경제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공유 경제가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장기 불황에 빠졌다. 경제는 어렵고 물가는 높으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쓰지 않는 자원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소정의 이득을 취하고,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소셜)가 발전함에 따라 서로 필요한 것을 공유하기도 쉬워졌다.
또한, 일각에서는 환경 오염의 대안으로 공유 경제를 장려하기도 한다. 흔히 20세기는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라고 불린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과잉 소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원을 낭비하기도 쉽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약 공유 경제를 도입한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예시를 들면, A와 B가 자동차를 공유하면 자동차 1대만큼의 교통체증이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
공유 경제와 기존 대여업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공유 경제는 아주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존 대여업과 비슷한 점도 많다. 다만, 기존 대여업과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공유 경제는 개인의 자산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여업과 다르다. 기존 대여업은 업체가 업체의 물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숙박업소나 비디오 대여점, 렌터카 업체 등이 그렇다. 반면, 공유 경제는 일반인이 자신이 소유한 유/무형의 자원을 공유하는 데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평소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직장인이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에게 자신의 정장을 빌려주는 것이 공유 경제다(열린옷장).
기존의 대여업은 눈에 보이는 물품을 대여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반면, 공유 경제는 유형의 자원뿐만 아니라 무형의 것을 나누는 개념까지 확산됐다. 다시 말해 자신이 소유한 물품뿐만 아니라 경험이나 지식 등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레디앤스타트는 청년들이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도록 하는 소셜 멘토링 플랫폼 기업이다. 집밥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교류하도록 중개하는 소셜 다이닝 플랫폼 기업이다.
이 외에도 공유 경제는 기존 대여업과는 달리 착한 소비를 통해 공익을 추구하고, IT와 소셜을 기반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참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공유 경제는 하나의 자원을 여러 사람과 함께 쓰는 개념이므로, 물품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중고 거래와는 다르다. 또한 자원을 대여하는 것에 대해 상호 대가를 치르는 만큼 기부나 봉사는 아니다.
공유 경제, 일반인도 할 수 있나요?
공유 경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념이다. 지난 14일 국민일보가 보도한 '2인1닭' 문화도 공유 경제의 일종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홀로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음식을 나눠먹을 사람을 구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혼자 치킨 1마리를 다 먹지는 못하고, 나눠 먹을 친구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인터넷을 통해 같은 처지의 학생들과 만나 음식을 나누는 것.
예를 들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유 경제에 참여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했는데, 최근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고 중고장터에 팔기는 아깝다면 당신은 인터넷에 플레이스테이션을 빌려줄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서로 자주 입지 않는 옷이나 구두를 대여할 수도 있다. 전공 자료를 교류하고 싶지만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는 경쟁자가 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면, 다른 학교 같은 학과 비슷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만나 과제를 나눌 수도 있다.
공유 경제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있나요?
최근에는 공유 경제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스타트업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7일 데모데이가 발표한 '2013년을 빛낸 스타트업 TOP 100'을 살펴보면,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한 국내 스타트업은 만땅, 모두의주차장, 쏘카, 열린옷장, 코자자 등 5곳에 이른다. (이 외에도 공유 경제를 필두로 하는 업체들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만땅은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이 급할 때, 방전된 배터리를 반납하고 수수료를 내면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해주는 '스마트폰 충전 3분 OK 서비스'를 운영한다. 충전의 불편함과 대기 시간 없이 완충된 배터리를 즉시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배터리 교체 장소는 100여 곳에 이른다.
모두의주차장은 '주차 공유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주차 공간 소유자나 운영자가 유휴한 주차면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주차 공간이 필요한 운전자는 공유자가 정한 시간, 비용 등에 따라 해당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두의 주차장은 이를 통해 지역 내 주차 문제를 해소하고, 합리적인 주차 문화 정착을 추구한다.
코자자는 여행객과 집주인이 빈 방을 공유하는 '빈방 공유 소셜 민박' 서비스를 운영한다. 여행자는 자기 취향에 맞는 숙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집주인은 남는 방을 공유해 수익을 올리고 글로벌 친구도 사귈 수 있다. 코자자 도우미가 여행객과 집주인이 서로 믿을 수 있도록 연결을 해 주는 방식이다. 코자자는 여행객과 집주인의 신뢰관계, 그리고 불필요한 건축을 줄여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공유 경제, 문제점은 없나요?
공유 경제는 유휴 자원을 활용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몇몇 부작용도 우려된다. 먼저 신뢰의 문제가 있다. 자신의 소유물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일인데, 그러한 믿음이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빌려주었는데 상대방이 자동차 쿠션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제대로 배상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은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공유 경제 플랫폼이 현행법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개인 간 자동차를 공유할 수 없고,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방식으로만 공유가 가능하다(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 사고 발생 시 보험 적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을 위반했으며, 택시 업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버코리아는 운수 사업자가 아닌 기술 기업이며 한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법인이라고 해명했다.
현행법은 소유권을 중심으로 설계된 반면, 공유 경제는 소유권이 아닌 접속권을 위주로 하는 만큼 충돌할 여지가 많다. 또한 공유 경제 개념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 얼마 안된 만큼,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란의 여지도 많다.
이 외에도 공유 경제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소유욕이다. 그런 만큼 타인과 물품을 공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공유 경제, 전망은 어떨까요?
일부 논란과 우려는 있겠지만, 그래도 공유 경제는 인터넷과 소셜, 경제 불황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분야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힘입어 미래를 주도할 서비스로 거듭났지만, 광고 외에는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공유 경제의 상당수가 소셜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소셜 분야 종사자라면 새로운 수익 모델로 공유 경제를 채택할 수도 있다.
또한 1인 가구의 증가가 공유 경제를 이끌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은 25.3%로,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싱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집을 꾸리면 식구 수와 상관없이 꼭 필요한 물품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혼자 사는 만큼 사용 빈도가 낮으니 유휴 자원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혼자 살더라도 밥통이나 믹서기는 꼭 구입해야 하는데, 아마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에 이웃과 밥이나 믹서기를 공유하고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기업 간 생산도구를 공유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면 비용 절감을 위해 다른 기업과 협업할 수 있다. 가령, 스타트업이라면 자본 문제로 산업용 3D 프린터를 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과 3D 프린터를 공유한다면 경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