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웨어러블 기기. 입는 컴퓨터라고도 불리는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 열풍의 뒤를 이을 차기 먹거리로 많이 언급한다. 지난 2012년 6월, 구글이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를 발표한 뒤 웨어러블 기기는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소니의 스마트워치2, 퀄컴의 토크 등 여러 제조사가 스마트 시계 출시를 알렸으며, 며칠 전 폐막한 CES 2014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는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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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IMS Research는 오는 2016년 웨어러블 기기의 시장 규모가 60억 달러(출하량 1억 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IMS Research는 웨어러블 기기를 성능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했다. 단순히 액세서리 수준 기능을 탑재한 저사양 시장(Low-end)은 2016년 3,92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하지만, 사용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성장은 점차 둔화할 것이며, 중간사양 시장(Midrange)은 스마트 기기의 보조기구 형태로 의료,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자체 컴퓨팅 및 네트워크 기능 등을 탑재한 고사양 시장(High-end)은 스마트 안경 및 스마트 시계 등을 통해 2016년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IT 업계가 가장 크게 주목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지만, 정작 사용자들은 아직 웨어러블 기기라는 개념 자체가 영 낯설기만 하다. 뭔가 더 배워야 하고, 조금 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IT 시장은 따라가기도 벅차다고 토로한다. 아직 스마트폰 사용도 익숙하지 않은 이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사실 웨어러블 기기는 이를 가리키는 용어만 거창할 뿐, 그리 어렵지 않은 제품이다. 넓은 의미로 확장하면, 웨어러블 기기는 지금도 실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내 몸 어딘가에 착용할 수 있다면, (다소 비약적이지만)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한 헤드폰도 웨어러블 기기가 아닐까.
웨어러블 기기의 모토, 앱세서리
웨어러블 기기는 ‘앱세서리’의 발전과 맞물린다. 앱세서리는 앱과 액세서리의 줄임말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는 제품을 뜻한다. 별도의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결한 뒤 전용 앱을 설치해 스마트폰 기능을 더 끌어 올리는 제품, 이 모든 것을 뜻한다. 이렇게 웨어러블 기기를 (앱세서리를 포함한) 넓은 의미로 확장하면, 지금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엿볼 수 있다.
LG전자에서 선보인 블루투스 헤드셋 'LG 톤 플러스(HBS-800)'는 일반적인 목에 거는 블루투스 헤드셋과 모양이나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등의 기능도 단순하다. 그나마 조금 차별할 수 있는 기능이라면, 음향기기 전문업체 JBL과 기술 제휴를 통해 좀더 선명한 음질을 확보했다는 것과 주변 소음을 차단하는 'ANC(Ambient Noise Cancellation)'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LG 톤 플러스는 나름의 특화 기능이 하나 더 있다. 'BT Reader Plus'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문자 또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시지가 왔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볼 필요가 없다. 앱이 텍스트를 읽어 주기 때문. 사소한 기능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다양한 앱과 연동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손꼽히고 있는 손목형 밴드도 앱세서리다. 나이키+에서 출시한 '퓨얼밴드(Fuelband)'를 예로 들어보자. 얼핏 보면 숫자를 표시하는 LCD 때문에 단순히 시계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아이폰에 연결하고, 아이폰에 전용 앱을 설치하면 개인용 피트니스 밴드로 바뀐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이동한 거리는 얼마인지, 소모한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기록하고 계산한다. 작은 손목 밴드 속에 내장한 3축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나름의 데이터를 알려 주는 것. 이미 유사한 기능의 조본의 UP, 미스핏의 샤인 등 다양한 앱세서리 제품을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13년 3월, 구글이 아디다스와 함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3에서 공개한 말하는 신발은 어떨까. 말하는 신발은 실제 상용화한 제품은 아니고 웨어러블 기기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구글의 실험 제품으로, 신발 속에 가속 센서, 압력 센서,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을 탑재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마치 피트니스 밴드처럼 신발을 신고 있는 사용자가 걷는지, 뛰는지, 농구를 하는지 등을 분석하는 것.
최근 말하는 신발의 기능을 실제 담은 스마트 신발이 등장했다. 아디다스에서 선보인 '아디제로 F50 러너 2'다. 신발 밑창 속에 작은 스마트칩 마이코치 스피드 셀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잡아내 운동 시간, 운동 거리, 개인 최고 스피드, 페이스, 스프린트 횟수(전력 질주), 스피드 존에서의 시간과 거리 등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약 8시간 동안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개인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컴퓨터 등으로 연동된다.
지금 언급한 몇 가지 웬어러블 기기는 딱히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는 제품이다. 사용자가 착용만 하고 있으면, 알아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굳이 매일 얼마의 시간을 할애해 배울 필요가 있을까. 만약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이라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등장할 웨어러블 기기는 더 단순하고, 더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웨어러블 기기는 어려운 제품이 아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