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너무 느려요, 최적 옵션 어떻게 맞추나요?"
그래픽카드, 메모리, 프로세서 등 PC 부품의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면서, 게임 개발사도 이런 부품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한층 더 뛰어난 그래픽 효과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게임을 보면 실물인지 그래픽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며, 먼지가 날리거나 불꽃이 튀는 등의 장면도 실제와 흡사할 정도다. 하지만 구형 PC 사용자는 PC가 이런 그래픽 품질을 감당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래픽 설정을 조금 낮춰 자신의 PC 사양에 최적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래픽 설정을 조절하기 위해 설정 창을 열었더니 온통 모르는 단어뿐이다. 이 효과는 적용해야 하나? 아니면 해제해야 하나? 지금부터 각 기능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알아보자.
해상도(Resolution)와 화면비
해상도는 게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상도란 한 화면에 가로x세로로 얼마나 많은 점(픽셀)을 표시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값이 높을수록 화면이 선명하고 그래픽 효과도 높아진다. 똑같은 장면을 더 많은 점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더 세밀하게 표시할 수 있다. 해상도가 높으면 그만큼 부하도 높아지고, PC의 그래픽카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그만큼 초당 화면 표시 수(frames per second)가 떨어진다. 과거에는 HD급(1,280x720) 정도의 게임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풀HD(1,920x1,080)는 물론 21:9(2,560x1,080) 등 고해상도 게임도 늘어나고 있다. 만약 구형 그래픽카드로 이런 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우선 해상도를 낮추는 것을 추천한다.
해상도를 설정할 때는 자신이 사용하는 모니터의 화면 비율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모니터의 화면 비율은 16:9(10)다. 이런 모니터에서 1,200x900, 800x600 등 4:3 비율의 해상도로 설정하면 좌우로 검은 여백이 생기거나 화면이 강제로 늘어나 가로로 펑퍼짐해진다. 그러니 해상도를 낮출 때는 자신이 쓰는 모니터의 화면비율에 맞도록 설정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앤티 앨리어싱(Anti-Aliasing)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그림이나 사진은 작은 점들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곡선과 대각선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언뜻 대각선으로 보이는 것들도 확대해서 보면 모서리가 들쭉날쭉하다. 이런 현상 때문에 3D 게임에서 대각선이나 곡선을 보면 끝이 매끄럽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앤티 앨리어싱(이하 AA) 혹은 계단현상 감소는 화면에 나타나는 그래픽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바꿔주는 기술이다.
AA의 원리는 그림을 구성하는 점 하나를 여러 개로 나눠 좀 더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가령 그래픽 설정에서 AA를 '4X'로 설정했다면, 기존의 점 하나를 4개로 나눈 뒤 색상을 계산하고 이를 혼합한 최적의 결과를 화면에 표시해준다. 이때 점 하나를 4개로 늘렸기 때문에 그만큼 처리속도가 느려지고, 초당 화면 표시 수를 떨어트린다. 사실 앤티 앨리어싱 기능을 비 활성화하고 해상도를 높게 설정하는 것이 PC 성능과 비교해 더 나은 그래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GTX 780Ti나 RADEON R9 290X 등의 최상급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높은 해상도에 더해 AA 기능을 활성화하고 최고의 그래픽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수직동기화(V-Sync)
수직동기화 혹은 물결현상 제거는 그래픽 카드에서 보내는 신호와 모니터에 나타나는 신호의 출력 시간을 맞추는 설정이다. 일반적으로 모니터는 모든 화면을 한순간에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화면을 그린다. 화면 주사율이 60Hz라는 말은 이 과정이 초당 60번(60프레임)의 빈도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은 초당 화면 표시 수가 60프레임 정도로 화면 주사율과 일치한다. 그런데 PC의 성능이 게임이 요구하는 그래픽 성능보다 월등하게 높으면 60프레임을 초과해 나타나고, 화면을 빠르게 움직일 때 출력 시간의 차이로 화면이 찢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수직동기화를 적용하면 초당 화면 표시 수를 최대 60프레임(혹은 30프레임)으로 잡아주고, 이를 통해 전력소모와 발열을 줄일 수 있다. 이 기능을 껐을 때 120프레임까지 출력하던 그래픽카드가 60프레임만 출력하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직동기화에도 문제점이 있다. GPU의 성능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초당 화면 표시 수가 급격하게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입력 지연현상 발생한다. 쉽게 말하면 마우스를 움직일 때 모니터에 표시되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FPS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수직동기화 기능을 해제하기도 한다.
삼중 버퍼링
수직동기화는 초당 화면 표시 수를 떨어트린다. 이때 삼중 버퍼링을 기능을 함께 적용하면 프레임 저하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그래픽 카드는 프론트 버퍼(Front Buffer)와 백 버퍼(Back Buffer)라는 작업공간을 갖고 있다. 프론트 버퍼는 우리가 모니터로 보는 영역이며, 백 버퍼는 프론트 버퍼에 나타날 다음 화면을 미리 그리고 있는 영역이다. 백 버퍼에서 그려진 화면은 프론트 버퍼의 화면이 끝나자마자 바로 프론트 버퍼로 보내지고, 백 버퍼에는 다시 다음 화면을 준비한다. 삼중 버퍼링은 이 백 버퍼를 하나 더 만들어 초당 화면 표시 수가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
모션 블러(Motion Blur)
모션 블러는 화면 이동 시 잔상을 남기는 그래픽 효과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카메라로 촬영하면 물체 뒤에 이동한 흔적(잔상)이 함께 촬영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션 블러는 게임 구동 시 이러한 효과를 더해 조금 더 자연스럽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좌우를 많이 살펴야 하는 FPS 게임에 이 효과를 적용하면 마우스를 움직일 때 화면이 더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레이싱 게임에서 이 효과를 활성화하면 자신의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배경이나 주변 사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여 속도감을 더해준다.
모션 블러 효과는 성능이 낮은 PC에서 구동해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취향에 따라 사용하면 되겠다.
텍스처 품질(Texture Quality)
3D 그래픽 용어에서 텍스처란 색이나 질감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3D로 만들어진 가상의 물체(캐릭터라면 사람 모양)에 입히는 이미지 파일이다. 일반적으로 텍스처가 크고 세밀하면 그래픽 카드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고, 그만큼 성능이 저하된다. 이 때문에 일부 게임에서는 텍스처를 압축해 할당되는 PC의 자원을 줄인다.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을 예로 들어보자. 텍스처 품질을 높게 설정하면 주머니의 단추까지 세밀하게 표현되는 반면, 텍스처 품질을 낮게 설정하면 이 단추가 얼룩으로 보일 정도로 세밀함이 떨어진다.
비등방성 필터링(Anisotropic Filtering)
비등방성 필터링 혹은 이방성 필터링은 3D 게임에서 멀리 있는 물체의 텍스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멀리 있는 텍스처를 분석해 그래픽의 크기 변화, 화질변화 등의 작업을 거쳐 선명하게 만든다. 기능 면에서 앤티 앨리어싱과 비슷하지만,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비교해 그래픽 성능을 많이 요구하지 않으니 켜는 편이 좋다. 이 항목은 비등방성 필터링이라는 이름 외에도 그래픽 향상, 텍스처 선명도 등의 이름으로도 표시되니 참고하자.
테셀레이션(Tessellation)
일반적인 3D 그래픽은 폴리곤(뜻은 다각형이지만, 3D 모델링에서는 주로 삼각형을 사용한다)으로 만든 모델 위에 텍스처를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3D 모델을 구성하는 폴리곤 숫자가 많을 수록 실제 모습과 비슷해진다. 예를 들어 버추어파이터1 등의 고전 3D 게임을 보면 캐릭터의 몸이 곡선이 아닌 다각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폴리곤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는 나무껍질이나 파도 등 사물을 표현할 때도 적용된다. 이런 것들을 폴리곤으로 구성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배경이나 물체를 모델링 할 때는 단순한 폴리곤에 그럴듯한 텍스처를 입혀 입체감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테셀레이션은 텍스처를 통해 입체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잘한 것까지 폴리곤으로 구성하는 기술이다. 파도가 치는 모습이나 나무껍질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모두 폴리곤으로 구성한다. 때문에 엄청난 사양이 필요하다. 이는 일반적인 성능의 PC에서 구동하기 어렵다. 50~60만 원에 이르는 고급 그래픽 카드를 통해 상위 1%의 그래픽 품질을 체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되겠다. 2014년 1월 현재 테셀레이션을 지원하는 게임은 배트맨 아캄오리진, 툼레이더 리부트, 크라이시스 3 등이 있다.
저사양 PC에서 최대 그래픽 효과를 누려보자
요구 사양과 비교해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설정은 해상도다. 우선 해상도를 자신의 모니터가 지원하는 해상도와 맞추고 게임을 실행해본 뒤 60fps 이상으로 나타난다면 다른 설정을 활성화하면 된다. 현존하는 모니터가 출력할 수 있는 한계가 60fps기 때문이다.
해상도 다음으로 추천하는 옵션은 텍스처 품질이다. 텍스처 품질은 중간 정도면 사용자가 충분히 만족할 정도지만, 높음으로 설정해도 초당 화면 표시 수가 충분하다면 활성화하자. 다음으로 AA를 높여보자. 4X AA 정도면 낮은 사양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테셀레이션, 수직동기화. 비등방성 필터링은 요구하는 PC 자원과 비교해 효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끄는 것을 추천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