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평과 혹평 사이, 삼성 갤럭시기어

나진희 najin@itdonga.com

지난해, '처음'이라는 호평과 '미완성'이라는 혹평을 모두 받은 제품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 '갤럭시기어'다. 그 신선함에는 모두 박수를 보냈지만, 완벽한 스마트 시계라고 말하기엔 여러 면에서 아쉬웠다. 거기다 출시된 지 약 3개월 만에 벌써 후속작 '갤럭시기어2(가칭)'가 나오리라는 소문까지 들린다.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출시한 스마트 시계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스마트폰에 도착한 부재중 전화 및 문자/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의 알림 등을 확인하거나 전용 앱을 설치해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구글, 애플, LG전자 등 경쟁사보다 빠르게 스마트 시계를 내놓아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의도가 제품에서 엿보인다.

생각보다 편한데?

갤럭시기어는 얼핏 봤을 때 디지털 시계처럼 생겼다. 디자인적인 면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역시 1.6인치 화면.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답게 슈퍼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스마트폰에 비해 작은 화면이라 전체적인 UI를 깔끔하게 구성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징적인 아이콘에 간략히 한 줄로 설명한 메뉴가 대부분이라 사용 시 답답하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갤럭시기어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화면으로 확인하는 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약 2주간 차고 다녀보니 생각보다 사용할수록 꽤 괜찮은 물건이었다. 무엇보다 편리했던 건 알림 기능. 기자는 보통 일할 때 스마트폰을 재킷 주머니에 넣거나 책상 구석에 올려뒀다. 거기다 벨소리는 무음으로 설정할 때가 많았다. 따라서 종종 중요한 전화/문자/이메일 등을 한참이 지나서야 확인하곤 했다.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

그런데 갤럭시기어는 알림을 받을 때마다 손목에서 '지잉'하고 진동을 울렸다. 책상에 올려두었을 때보다 시끄럽지 않았고, 재킷에 넣어두었을 때보다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기다 주위 사람들이 다 들릴 정도로 소리가 크지도 않았다. 딱 사용자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알림이 온 순간 손목을 들어 올려 내용을 곧장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편리했다. 물론 문자나 메신저 대화의 답장은 스마트폰으로 해야만 한다.

거기다 블루투스로 연동한 스마트폰과 갤럭시기어가 멀어지면 이를 진동으로 알려줬다.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사무실에 놓고 화장실을 가다 보면 '스마트폰과 갤럭시기어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진동을 울렸다. 그럴 때마다 오래전 화장실에 두고 나와 잃어버렸던 고가의 스마트폰이 생각나곤 했다. 손목에 차고 있는 스마트 시계를 잃어버리기는 힘들지만, 스마트폰은 깜빡하고 화장실, 강의실, 음식점 등에 두고 나오는 경우가 흔하지 않나. 이럴 때 손목에서 울리는 진동은 무척 고마운 존재다.

신선한 구도로 찍는 카메라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

손목 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무언가를 촬영하니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피사체를 보게 됐다. 아무래도 카메라가 손목 위치에 있으니 사물을 보통 눈높이보다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게 된다. 같은 풍경이었는데 이를 갤럭시기어의 화면으로 다른 구도에서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의도치 않게 재미있는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갤럭시기어 카메라는 190만 화소로 높은 사진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어둡지 않은 환경에서 일상적인 사진을 찍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갤럭시기어는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최근 주목받는 아웃도어용 카메라 느낌도 살짝 낼 수 있다. 갤럭시기어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고양이와 장난을 쳐보았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고양이의 표정을 보니 재미있었다. 아마 기자가 바닥에 바짝 엎드리지 않는다면 이런 모습을 보기는 힘들 것이다.

촬영물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바로 스마트폰에 전송되므로 스마트폰 갤러리에서 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따로 복잡한 전송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전송 속도도 꽤 빠른 편. 갤럭시기어로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 메신저 등으로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

처음 갤럭시기어가 나왔을 때, '몰카(사진을 몰래 촬영하는 것)' 논란이 잠시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갤럭시기어로 몰카를 찍기란 힘들 것 같다. 일단 이 제품은 따로 무선 셔터 리모컨 등이 없다. 사진을 찍으려면 갤럭시기어의 카메라 부분(손목밴드의 왼쪽)을 피사체에 향하게 한 후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해야 한다. 마치 일본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에서 주인공이 손목시계로 마취총을 쏠 때와 비슷한 자세가 된다. 거기다 디스플레이는 촬영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모르게 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한 앱과 호환

갤럭시기어는 음성 메모, 카메라, 만보계 등 기본 앱 외에도 추가로 다양한 앱을 설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앱 장터인 삼성 앱스에서 갤럭시기어용으로 나온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출시 초기와 달리 꽤 많은 수의 앱이 준비되어 있다. 갤럭시기어에 딱 맞춰 제작된 것들이라 그 품질도 높은 편.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

에버노트 앱을 활용해 갤럭시기어로 촬영한 사진이나 녹음한 파일 등을 바로 동기화할 수 있다. 연합뉴스 등 뉴스 관련 앱을 설치해 새로운 소식을 실시간으로 갤럭시기어에서 확인하거나, 시계 화면을 바꾸는 앱으로 사용자 입맛에 맞게 화면을 꾸밀 수도 있다. 기자는 귀여운 도넛 모양의 시계로 설정했더니 볼 때마다 상큼한 기분이 들었다.

만보계 및 운동 관련 기능

갤럭시기어
갤럭시기어

최근 삼성전자는 'S헬스' 등 건강 관련 기능을 자사 제품에 넣고 있다. 갤럭시기어는 항상 손목에 차고 다니는 시계의 특성 덕에 걸음 수를 측정하기 좋은 도구다. 만보계 메뉴에서 자신이 얼마나 걸었는지를 바로 체크할 수 있었다.

이외에 아디다스 '마이코치 스마트런'처럼 코칭 시스템이 적용된 운동 기능도 있다. 특화 제품처럼 고급기능까지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걷기/뛰기 등 인터벌 운동을 기반으로 한 유산소 운동 계획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런키퍼(Runkeeper) 등 운동 관련 갤럭시기어 앱이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할 것.

배터리는 하루 반 정도

사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메일,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의 실시간 알림을 켜두었을 때 한번 충전해 하루 반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갤럭시기어의 배터리 용량은 315mAh로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편. '시계로 쓰기에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평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하루에 한 번 충전해야 하는 상황에 길들어져서인지 막상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평소 스마트폰을 충전할 때 갤럭시기어도 함께 충전했더니 사용 중간에 기기가 꺼지는 일은 없었다.

'갤럭시 시리즈'하고만 연동할 수 있는 점은 아쉬워

앞서 말했듯이 갤럭시기어는 스마트폰과 연동해야만 그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갤럭시기어에서 쓰는 앱도 스마트폰용 앱의 활용형이지 그 자체로 완성형인 앱은 거의 없다. 갤럭시기어 스스로 앱을 설치할 수도 없다. 알림 기능도 스마트폰에 온 것을 갤럭시기어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없는 갤럭시기어는 '팥 없는 붕어빵'이다.

하지만 현재 갤럭시기어에 연동되는 스마트폰 모델은 꽤 제한적이다. 현재 갤럭시기어는 삼성전자의 신형 갤럭시 시리즈 11종에서만 쓸 수 있다.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2, 갤럭시노트 10.1 2014 에디션, 갤럭시S4(LTE, LTE-A), 갤럭시S4미니, 갤럭시S3(3G, LTE), 갤럭시라운드, 갤럭시액티브, 갤럭시줌 등이 그것이다. 갤럭시노트3 등 몇몇 기종하고만 호환되던 처음 사정보다는 분명 나아졌지만, 그래도 타사 단말기와는 연계해 쓸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이는 소니의 스마트 시계가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얼마 전 발표한 '삼성 뮤직' 등과 같이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이란 브랜드를 단 제품과 서비스끼리만 연계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갤럭시기어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놀라운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이해 못 할 전략은 아니지만, 갤럭시기어의 소비자층이 얕아지는 것은 아무래도 피할 수 없을 듯싶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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