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s 따라 했다고?" 삼성 갤노트3 '골드' 논란
'골드' 색상은 애플의 전유물인가? 지난 2일 삼성전자가 금색 갤럭시노트3를 내놓으며 또 한번 '따라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플의 금색 아이폰5s를 의식해 이 같은 제품을 출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 그 내용. 이에 삼성전자 측은 '오는 2월 개최되는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해 갤럭시노트3 골드를 출시했다'고 해명했지만, 사람들의 의심은 말끔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삼성전자의 금색 스마트폰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월, 외신은 아이폰5s 출시후 삼성전자가 금색 갤럭시S4를 내놓았다고 보도하며, '삼성이 애플을 너무 사랑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해당 갤럭시S4는 지난 8월(아이폰5s 출시 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판매해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 소비자들이 금색을 유난히 좋아하기에 그 지역 맞는 제품을 내놓았을 뿐이라는 것.
삼성, 2004년부터 골드폰 제조
알고 보면 삼성전자의 '골드폰' 역사는 꽤 길다. 삼성전자의 공식 글로벌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http://global.samsungtomorrow.com/?p=28658)'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삼성전자는 금색 휴대폰을 선보였다. 9년이 흐른 후에 출시된 아이폰5s로 마치 금색이 애플의 색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억울할 법도 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기념해 삼성전자는 피처폰(일반 휴대폰) 모델 '벤츠폰(SCH-E470, SPH-E3200, SPH-E3250)'의 골드 에디션, '2004 아테네 올림픽 폰'을 내놓았다. 펫네임이 벤츠폰이지만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Benz)'와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노르웨이 일간지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이 휴대폰의 사회적 지위, 부와 전통의 상징이 자동차와 닮았다고 한 기사를 참고해 이름 지은 것이다.
이 제품은 실제 금이 쓰인 것이 특징. '스페셜폰'은 14K로, '프리미엄폰'은 18K로 도금됐다. 고급 이미지를 더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각기 고유 번호를 부여한 후 1,000대만 한정 판매했다. 소장 가치가 높은 1번과 2번은 경매로 판매했는데 1번은 출시가의 9배인 632만 원에 낙찰됐다.
2007년, 흥행 몰이를 한 '오션스13' 영화에 금색 삼성 휴대폰이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외부 전파가 차단된 호텔 경비제어 시스템실에서 금색 삼성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린다. 삼성 휴대폰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통화가 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시나리오에 맞춰 금색으로 제작한 바(Bar) 형태의 휴대폰을 제공했다. 물론 시중에 판매되지는 않았다.
같은 해인 2007년, 삼성전자는 '미니스커트폰(SCH-C220, U600)'의 금색 한정판 제품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전지현이 선전해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마치 미니스커트처럼 생긴 휴대폰 아랫부분이 특징이다. 한정판은 이 부분을 금색으로 제작하고, 뒷면에는 'Limited EDITION'이라는 글씨를 금색으로 적어 넣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해 '베이징 올림픽 게임 폰(E848)'이 선보였다. 슬라이드 형태의 휴대폰으로 앞면 테두리와 뒷면을 모두 금색으로 장식해 강렬한 느낌을 준다. 뒷면에는 베이징 올림픽 로고를 새겼다. 이때 삼성전자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했기에 이를 기념해 특별히 18K 도금한 기념 휴대폰을 출시한 것.
명품만큼 금색과 잘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2009년 삼성전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와 협업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폰(SCH-W820, SPH-W820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금색으로 테두리가 둘러져 있고, 슬라이드 형태 휴대폰이지만 숫자 키패드와 함께 풀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전면부에 조르지오 아르마니 로고가 있으며,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한 배경 화면/아이콘을 탑재한 것이 특징.
2011년과 2012년, 중장년층 소비자를 타깃으로 내놓은 '와이즈 클래식(SCH-Z00S)'과 '와이즈2(SHW-A330S)'는 폴더 형태 휴대폰이다. 두 제품 모두 검은색을 중심으로 테두리, 버튼 등에 금색을 가미했다.
와이즈폰의 스마트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갤럭시골든'은 이름에도 금색이 들어있다. 지난해 출시한 이 제품은 폴더형 스마트폰으로 폴더의 앞뒤에 터치가 되는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와이즈폰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을 중심으로 금색이 테두리로 더해졌다.
왜 갤럭시S4가 아닌 갤럭시노트3?
골드폰 역사를 돌아보며 눈치챘는가? 삼성전자는 아테네 올림픽, 베이징 올림픽에 이은 2012 런던 올림픽에는 금색 휴대폰을 출시하지 않았다. 골드폰 대신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갤럭시S3 플립 커버로 대신했다.
그렇기에 이번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내놓은 금색 갤럭시노트3는 조금 다른 행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주로 하계 올림픽 시즌에 맞춰 금색 휴대폰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 기간에 맞춰 갤럭시노트3 '로즈 골드' 색상을 선보인 것.
삼성전자는 따라쟁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소치 골드 페스티벌'도 함께 열었다. '올림픽에 맞춰 금색 휴대폰을 출시한거지, 애플을 따라한 게 아니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색도 일반적인 노란 금색에서 벗어나 붉은 빛이 나는 '로즈 골드' 색상을 더해 차별화했다.
삼성전자의 대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아니라 갤럭시노트3가 올림픽 기념 모델로 나온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그럴 만 하다. 갤럭시S4는 이미 출시 후 8개월이 흘렀고, 보조금 전쟁 등으로 10만 원대에 팔린 지 오래라 금색을 더했을 때 제대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어렵다. 그에 반해 갤럭시노트3는 출시한 지 약 3개월이 지났고, '가격 방어'를 잘 하는 기종이기에 삼성전자가 골드 에디션용 제품으로 갤럭시노트3를 택했다고 판단된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