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UHD 모니터 시대, 그 서막을 열다. 델 울트라샤프32 UP3214Q
풀HD(1,920x1,080) 또는 WQHD(2,560x1,440) 해상도에 머물러 있던 모니터가 또 한번 큰 도약을 하려 하고 있다. 이번엔 UHD(울트라HD, 3840x2,160)다. 샤프가 UHD 해상도의 LC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10세대 공장을 본격 가동함에 따라, 시중에 UHD 모니터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리뷰할 '델 울트라샤프32 UP3214Q(이하 UP3214Q)'도 그러한 UHD 모니터 가운데 하나다. UP3214Q는 단순히 UHD 모니터인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색상 교정(컬러 캘리브레이션, color calibration) 기능까지 내장한 최고급 모니터다. 탁 터놓고 말하겠다. UP3214Q는 현존 최고의 모니터다. 향후 1년 내에 UP3214Q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제품은 절대 등장하지 못할 전망이다. UP3214Q의 특징을 하나씩 살펴보자.
풀HD의 4배 , UHD
UP3214Q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UHD다. 4K라고 달리 부르기도 하는 이 규격은 풀HD의 뒤를 잇는 차세대 규격으로 각광 받고 있다. UHD의 가장 큰 이점은 한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량이 늘어난다는 것. 풀HD보다 4배 많은 정보를 띄워둘 수 있다. 때문에 DSLR로 촬영한 사진, 전문가용 캠코더로 찍은 UHD 동영상 등을 편집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사진, 동영상을 확대하지 않아도 편집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UP3214Q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웹페이지를 최대 12개까지 한 화면에 띄워 놓을 수 있다. 풀HD 모니터 시절에는 3개를 띄워 놓는 게 한계였다.
선명도는 140PPI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고선명 화면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겐 "고작 이정도?"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모니터 선명도는 보통 80~100 사이다. 가뜩이나 크기도 큰 제품이 선명도도 훨씬 높은 셈. 글자, 이미지, 동영상을 한층 선명하고 실감나게 볼 수 있다.
8비트 컬러의 한계를 넘어서다
UP3214Q는 UHD 해상도, 31.5인치 크기의 광시야각 샤프 IGZO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IGZO 디스플레이는 샤프가 개발한 신형 IPS 패널로, 전력을 적게 소모하면서, 색재현율이 높은 것이 특징.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에도 채용된 패널이다. UP3214Q는 어도비RGB 99%, sRGB 100%의 색재현율을 가진다. sRGB는 약 1,600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색상 표준이다(8비트). 어도비RGB는 어도비가 사진, 동영상 전문가를 위해 색상 표현 영역을 sRGB보다 40% 확장시킨 규격으로,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에 널리 활용된다. 또, UP3214Q는 (인간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영역을 아득히 넘어섰지만) 10억 7,000만개에 이르는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 10비트 컬러도 지원한다. 반면 일반 모니터와 TV는 sRGB 규격을 따르고 있기에 1,600만개의 색상만 표현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현재 시중의 UHD 모니터는 모두 색상 스펙이 동일하다. 모두 10세대 샤프 IGZO 패널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으로 구별할 수도 없는데 10비트 컬러를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그라데이션(Gradation, 계조)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는 sRGB 수준에 머무르지만,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상은 무한하다. 그런데 정작 하늘 사진을 찍어놓고 일반 모니터로 보면 뜬금없이 색상이 변하는 경계가 보인다. 모니터의 색상 표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0비트 컬러를 지원하면 이 경계가 한층 자연스럽게 보인다. 사람의 눈으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때문에 사진이 한층 실물에 가깝이 보이는 장점이 있다.
물론 JPG로 찍은 사진을 띄워놓고 '경계가 고스란히 보이는데?'라고 말할 사용자는 없으리라고 믿는다. 10비트 컬러를 지원하는 모니터의 진가를 느끼려면 12비트 RAW(687억 색상 지원), 또는 14비트 RAW(4조 3,000억 색상 지원) 파일을 열어봐야 한다. RAW 파일이란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 센서에 들어온 색상 정보를 줄이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한 파일을 뜻한다. 사진 전문가들은 사진을 편집할 때 이미 색상 정보가 손실된 JPG 대신 RAW 파일을 활용해 작업을 처리한다.
사집 편집 얘기를 길게 할 때 눈치챈 사용자도 있겠지만, UP3214Q는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 전문가를 목표로 설계된 제품이다. 때문에 사진 편집 작업에 필수인 색상 교정도 지원한다. 색상 교정이란 모니터로 보는 색상과 실제 출력 결과물의 색상을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모니터로는 멀쩡한 사진이, 출력해보니 색감이 형편 없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물 사진이 많은 잡지를 제작할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한다.
모든 캘리브레이터(모니터 화면의 색상을 감지해 실제 색상과 일치시키는 장치)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X라이트 사의 'X-Rite i1 Display Pro'와 연결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캘리브레이터 스파이더 시리즈보다 고급 제품이다. 델은 색상 교정을 위해 전용 소프트웨어 '델 컬러 캘리브레이션 솔루션'을 제품과 함께 제공한다.
UHD 60Hz 입력을 받는 참된 UHD 모니터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LG전자의 UHD TV는 입력 방식의 한계 탓에 UHD 30프레임 입력까지만 받을 수 있다. 신호 입력을 HDMI 2.0 규격이 아닌 HDMI 1.4 규격으로 받고 있기 때문.
HDMI 2.0은 현재 널리 사용 중인 HDMI 1.4를 대체하기 위해 HDMI 포럼이 지난 9월 발표한 신규격이다. HDMI 2.0의 가장 큰 특징은 UHD를 정식 지원하는 것이다. 대역폭을 확장해 '3,840x2160 해상도, 60프레임'의 영상 입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존 규격인 HDMI 1.4는 '3,840x2160 해상도, 30프레임'까지만 영상 입력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시판 중인 삼성전자, LG전자의 UHD TV는 UHD 해상도, 60프레임으로 제작된 영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뜻. 영화의 경우 보통 24프레임으로 영상을 제작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다큐멘터리, 드라마, 3D 애니메이션 등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일반 콘텐츠는 60프레임으로 제작된다. 중간에 프레임 손실이 발생해 화면이 끊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PC와 연결해도 마찬가지다. 윈도, OS X의 UI 애니메이션은 60프레임으로 설계돼 있는데,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니 애니메이션이 뚝뚝 끊긴다. 고사양 3D 게임을 즐길 때에도 문제가 된다. UHD 해상도, 60프레임을 구현할 수 있는 고성능 PC를 연결해도 30프레임으로만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사실 UP3214Q도 HDMI 1.4 규격을 채택했다. 즉, HDMI를 통해 PC와 연결하면 화면 표현이 제한된다. 그렇다면 UP3214Q는 3,840x2160 해상도, 60프레임 입력을 받을 수 없는 절름발이 제품인 걸까? 아니다. UP3214Q는 다른 규격을 통해 3,840x2160 해상도, 60프레임 입력을 받을 수 있다. UP3214Q는 DP 1.2a 규격의 단자도 채택했다. DP 1.2a는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HDMI 1.4 규격과 달리 3,840x2160 해상도, 60프레임 입력을 받을 수 있다.
물론 DP 1.2a를 지원하는 제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AMD 라데온 R290, R290X, 파이어프로 D300, D500, D700, 엔비디아 GTX 780, 780TI 등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에 DP 1.2a가 포함돼 있다(예전 모델이라도 하이엔드급 제품이면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애플 제품의 경우 썬더볼트2 단자를 내장한 제품이 필요하다. 썬더볼트2 단자는 DP 1.2a를 품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와 맥 프로다.
다양한 입출력을 지원
제품 디자인은 무난하다. 검은 본체에 은회색 스탠드를 사용하는 델의 모니터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다. 제품 크기와 무게 때문에 VESA 마운트 홀 대신 전용 스탠드를 사용한다. 때문에 '모니터 암(모니터를 다양한 각도로 거치할 수 있게 해주는 스탠드)'은 델에서 판매하는 전용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제품 뒷면에는 다양한 단자를 갖추고 있다. HDMI 단자(1개), DP(1개), 미니 DP(1개), USB 3.0 단자(4개, 1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다)를 품고 있다. 측면에는 SD 카드 슬롯도 있다. USB 단자에 캘리브레이터를 연결하고, SD 카드 슬롯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와 사진을 교환하라는 배려다.
UP3214Q는 성능뿐만 아니라 가격도 놀랍다. 475만 원이다. 일반 사용자 기준으로 평가하면 당황스러운 가격이지만, 경쟁 제품인 에이조 컬러 엣지, HP 드림컬러 등과 비교하면 생각보다 저렴하게 발매됐다. 솔직히 말해 UHD를 꼭 경험해야겠다는 사용자가 아니라면 UP3214Q 구매를 말리고 싶다. HDMI 2.0 규격이 보편화되고 구매해도 늦지 않다. 그래도 향후 1년 동안 UP3214Q에 대적할 제품은 시장에 없을 듯하니,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에 종사하는 전문가라면 당연히 UP3214Q를 주목해야 한다.
알면 좋고, 몰라도 그만
DP 1.2a는 HDMI 1.4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됐음에도 UHD, 60프레임 입력을 지원한다. DP가 HDMI보다 우월한 규격이라
그런걸까? 아니다. 여기에는 약간의 꼼수가 동원됐다. DP 1.2a도 아직은 순수하게 UHD, 60프레임 입력을 할 수 없다. 대신 화면을
세로 방향으로 둘로 나눈 후, 각각의 화면에 2,160x1,920 해상도 60프레임 신호를 전송한다. 그리고 두 신호를 하나로 합쳐서
UHD, 60프레임 화면을 완성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HDMI 1.4도 동일한 방식으로 UHD, 60프레임 입력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단자와 케이블로 처리 가능한 DP 1.2a와 달리
'2개의 HDMI 단자와 2개의 HDMI 케이블'이 필요하다. 각각의 케이블로 2,160x1,920 해상도 60프레임 화면을 전송해, 두
신호를 하나로 합쳐서 보여준다. 이 방법은 구현이 번거로워 실제로 활용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 9월 공개된 HDMI 2.0과 2014년 공개될 예정인 DP 1.3은 대역폭을 확장해 UHD, 60프레임 입력을 정상 처리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