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앱세서리, 그리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애플 아이폰3Gs 국내 보급 이후 약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다. 당시 아이폰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그리고 앱스토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3가지가 바꾼 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기존 PC 중심의 IT 산업은 하드웨어 성능을 우선시했다면, 현재의 IT 산업은 앱과 운영체제 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조화를 원한다. 여기에 더해진 앱스토어는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했다.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전세계 1위 PC 제조사 HP는 PC 사업부 분사를 고민했으며, 전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는 경쟁력을 잃었다.
또한, 초고속 통신 네트워크의 확산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통신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의 보급은 매 순간 막대한 규모의 정보를 축적하는 빅데이터 시대를 현실로 이끌었다. 이제 클라우드라는 단어도 낯설지 않다.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는 사용자들이 생산하는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다시 가공하고, 이를 재생산해 사용자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로 돌려준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하드웨어와 앱,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 조합에 가속도를 붙였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 앱은 하나의 부가 서비스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다양한 앱을 실행할 수 있다’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의 경우도 나타난다. 다양한 앱을 실행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 농담처럼 들리지만, 카카오톡 때문에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이렇듯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서로 공존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앱세서리의 등장
최근 액세서리 시장에 새로운 제품군이 인기다. 액세서리와 같은 제품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다르다. 단순히 제품에 장착하거나, 제품을 보호하는 액세서리가 아닌 앱 연동 액세서리다. 이른바 '앱세서리'다. 의미는 단순하다. 앱과 액세서리를 더한 줄임말이다.
앱세서리는 스마트폰, 태블릿PC의 기능을 끌어내고, 앱과 연동해 새로운 기능을 담아낸다. 사용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 나이키+에서 출시한 '퓨얼밴드(Fuelband)'를 예로 들어보자. 디자인은 손목에 차는 밴드와 비슷하다. 숫자가 나타나는 LCD가 달려있어 시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을 아이폰에 연결하고, 아이폰에 전용 앱을 설치하면 피트니스 기기로 바뀐다. 내가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이동한 거리는 얼마인지, 소모한 칼로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기록하고 계산한다. 작은 손목 밴드 속에 내장한 3축 센서가 사용자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나름의 데이터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같은 앱세서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몇몇 제품이 들어왔다. 조본의 UP, 미스핏의 샤인 등이다. 제품의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디자인이 조금 색다르거나, 제품 나름의 특화 기능 몇 가지가 다를 뿐이다. 이외에도 몸무게뿐만 아니라 근육량, 체지방 및 BMI 등를 측정할 수 있는 체중계,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촬영하고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캠코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앱세서리는 사용방법이 약간 다를 뿐이다. 자, 사람들은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를 1차적으로 접근하고 사용한다.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고 그 앱을 실행한다. PC를 사용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그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다만,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 24시간 휴대하는 모바일 기기라는 점이다. 이 차이점이 결국 앱세서리로 이어졌다.
앱세서리의 발전, 웨어러블 디바이스
이제 앱세서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로 발전하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삼성전자, 애플, 구글 등과 같은 기업뿐만 아니라,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스포츠 용품 업체들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구글은 몇 달 안에 구글 글라스 2.0(Google Glass 2.0), 스마트 워치(Smart Watch)를 발표할 예정이며, 애플은 아이워치(i-Watch)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Galaxy Gear), 나이키는 퓨얼밴드 등을 출시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란, 글자 그대로 ‘착용하는 전자기기’, ‘입는 컴퓨터’ 등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액세서리처럼 전자기기를 몸에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전자기기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장점은 주변 환경에 대한 상세 정보나 개인의 신체 변화를 실시간으로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스마트 안경의 경우 눈에 보이는 주변의 모든 정보의 기록이 가능하며 스마트 속옷은 체온, 심장박동과 같은 생체신호를 꾸준히 수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밴드 형태의 앱세서리도 이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단편적인 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드웨어의 발전이다. 음성 인식 등과 같은 입력 방식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휴대성과 사용 편의성이 높아졌다. 둘째, 네트워크의 고도화다. 네트워크 통신의 발달로 인해 컴퓨팅 기능을 가진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M2M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셋째, 이용자 접근성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에게 가장 밀착한 기기로, 기존 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약 1~2년 후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선보인 구글 글라스는 안경과 흡사한 형태지만, 일반 안경처럼 사용할 수는 없다. 지금은 안경 렌즈를 사용하지 못하며, 글라스의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렌즈를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고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단점을 고쳐야만 한다. 현재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실제 안경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렌즈를 개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MS Research는 오는 2016년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장규모가 60억 달러(출하량 1억 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그 중에서도 인포테인먼트 분야가 전체 시장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참고로 IMS Research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을 기기의 성능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눴다. 단순 액세서리 수준 기능을 탑재한 저사양 시장(Low-end)은 2016년 3,92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하지만, 사용자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간사양 시장(Midrange)은 스마트 기기의 보조기구 형태로 의료, 건강 등의 분야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체 컴퓨팅 및 네트워크 기능 등을 탑재한 고사양 시장(High- end)은 스마트 안경 및 스마트 시계 등을 통해 2016년 전체 매출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장 이후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내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른바 스마트 시대. 예상컨대, 다음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확산과 함께 '입는 컴퓨터' 시대가 찾아오지 않을까. 아직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장 변화 속도와 보급 시기 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IT 시장은 언제나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