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맥북프로 레티나가 조용해졌어요"
"음, 뭐 다를 게 없는데...?"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MacBook Pro Retina 15 inch late 2013)'를 받아본 후 잠깐 사용해본 소감이다. 원래 구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를 사용하고 있던 터라 딱히 큰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1시간 이상 사용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맥북프로 레티나의 가장 큰 문제를 개선했군..."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는 구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의 가장 큰 문제, 바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소음을 개선했다. 맥북프로, 맥북에어 등 맥북 제품군은 보기 흉한 방열구(통풍구)를 제품 뒷면에 배치해 거의 눈에 띄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문제는 이 디자인이다. 상판이 방열구를 가려 공기순환이 원활하지 못했다. 때문에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수행하거나, 어도비 플래시가 많이 배치된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거짓말 안 보태고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소음이 났다(약 51dB, 참고로 사무실 소음이 보통 40dB 초반이며, 가정은 30dB, 독서실은 20dB 내외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는 4세대 인텔 코어 i 프로세서 '하스웰'을 탑재해 발열과 전력 소모를 줄였다. 때문에 많이 조용해졌다. 최대 소음이 46dB로 줄어든 데다, 최대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도 감소했다. 평소에는 방열팬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소음 때문에 고통 받아온 맥북 사용자에게 희소식이다.
외관은 달라진 게 없다. 크기, 무게도 유사하다. 하지만 내부는 많이 변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프로세서를 교체했고, SSD 연결방식도 SATA에서 PCI 익스프레스로 바꿨다. PCI 익스프레스는 보통 그래픽 프로세서를 연결할 때 사용되지만, 워크스테이션의 경우 그 자리에 SSD를 연결하기도 한다. 넓은 대역폭을 살려 파일 읽기, 쓰기 속도를 향상 시키기 위함이다.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 역시 연결방식을 교체함으로써 파일 읽기, 쓰기 속도가 향상됐다.
입출력방식에도 변화가 있다. 기존의 썬더볼트 단자를 썬더볼트2 단자(2개)로 교체했다. 썬더볼트 단자는 쉽게 말해 디스플레이포트(DP)와 PCI 익스프레스를 하나로 합쳐둔 규격이다. 화면 신호와 데이터 그리고 전력을 케이블하나로 주고받을 수 있다. 썬더볼트2는 디스플레이포트 1.2를 품고 있다. UHD 해상도(3,840x2,160), 60프레임(60Hz) 출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UHD 모니터, TV와 연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노트북이다.
(UHD 모니터와 연결하려면 HDMI 2.0 또는 디스플레이포트 1.2 규격이 필요하다. HDMI 1.4도 UHD 모니터에 연결할 수 있지만 화면이 30 프레임(30Hz)으로 제한된다)
이밖에 HDMI 1.4 단자와 USB 3.0 단자(2개)도 갖추고 있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인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건재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화면 정보량을 유지한 채 화면 해상도를 높여 글씨, 이미지 등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는 해상도 2,880x1,800, 선명도 220ppi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이를 1,024x600부터 1,920x1,200 해상도 가운데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기본 해상도 설정은 1,440x900이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화면 밝기를 조금 줄이고, 매버릭스에 새로 추가된 배터리 관리 기능을 활용해가며 알뜰살뜰하게 쓰면 약 6시간 가까이 사용할 수 있다(GT 750M 탑재 모델 기준). 배터리 사용시간이 3~4시간에 불과했던 구형보다 1.5배 이상 늘어난 것.
그래픽 프로세서는 인텔 아이리스 프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 750M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성능은 지포스 GT 750M이 좀 더 낫다. 배틀필드4, 콜오브듀티 고스트,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등 최신 3D 게임도 중간 옵션(HD 해상도, 각종 물리 설정 Off)으로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다. 특히 OS X용 바이오쇼크: 인피니트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지원한다(대신 영문으로 게임을 즐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대신 아이리스 프로를 내장한 제품은 배터리 사용시간이 더 길다. 사용 목적에 맞춰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
프로세서는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를 주문할 때 2.0GHz 제품과 2.4GHz 제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둘 다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최대 속도를 제외하면 동일하다. 메모리(RAM)는 8GB, 16GB 가운데 선택할 수 있고, 저장공간은 256GB, 512GB, 1TB SSD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는 사용자가 직접 제품 사양을 업그레이드 할 수 없다.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등 모든 부품이 온보드(On-board, 부품이 로직보드에 완전히 붙어있어 교체가 불가능한 형태)로 구성돼 있어 사용자가 건드릴 수 없다. 처음 제품을 구매할 때 사양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운영체제는 OS X 10.9 매버릭스이며, 부트캠프를 통해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있다.
신형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는 분명 좋은 제품이지만, 기존 맥북프로 레티나 사용자라면 굳이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 새로 고사양 노트북을 구매할 예정이라면 한 번쯤 눈 여겨 봐도 좋겠다. 제품 가격은 모델 별로 259만 원, 339만 원이며, 사양을 업그레이드할 경우 좀 더 비싸진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