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망 중립성' 논란, 드디어 마침표?
지난 2013년 12월 4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가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 12월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내놓은 조치로, 주요 목적은 망 사업자(이동통신사)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를 방지하고 이용자에게 트래픽 관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결론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과금)되야 한다는 뜻이다. 참 어렵다. 망 중립성은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다. 많은 이용자와 관련 업체의 이해 관계도 얽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처음 망 중립성 원칙을 논의했을 때와 비교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초고속인터넷으로 불리던 유선 망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즉, 무선 망도 망 중립성 논란에 포함됐다. 그만큼 이래저래 얽히고 설킨 이해 당사자들이 늘었다.
- 참고기사: 왜 그들은 '인터넷 망 중립성'을 주장하나 - http://it.donga.com/6346/
쉽게 말해 유무선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있다. 그리고 유무선 인터넷 망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있다. 인터넷 망을 설치하고, 인터넷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동일할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인터넷 망은 공공재로 인식됐다. 어느 누가 설치했건 인터넷 망을 이용해 누구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어딘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상호 공존하며 발전하는 것이 목표였고, 궁극적으로 그 혜택은 사용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망 중립성의 취지다.
모바일 시대, 폭증하는 트래픽. 책임은 누구에게
올 연말 국내 스마트폰 보급량은 3,7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 휴대폰 사용자 중 스마트폰 사용자는 70%를 넘어 80%에 육박한다. 스마트폰과 함께 태블릿PC도 등장했다. 내 손안의 PC라고 불릴 정도로 스마트폰은 과거 휴대폰과 비교해 성능이나 기능이 몇 배 향상했다. 이동통신도 발전했다. 2G, 3G를 거쳐 4G LTE 시대는 이동통신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유선 초고속인터넷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다. 모바일 기기와 이동통신의 발전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문제도 발생했다. 시점을 2009년으로 돌려보자. LTE 이전, 3G 이동통신을 사용할 때다. 이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등장했고, 이동통신 트래픽은 말 그대로 폭발했다. 이동통신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나 시간대에 데이터 사용뿐만 아니라 전화통화가 끊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은 자연스럽게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을 알렸다. 이제는 전국민이 사용할 정도로 널리 퍼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짧은 글이나 사진을 주고 받는 SNS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수십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앞선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다.
이동통신사의 볼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다. 스마트폰 보급 증가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곧 원활한 서비스 불가로 이어졌다. 사용자들의 불만은 계속 이어졌다. 이에 이동통신사는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시설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기술(LTE)로 전환해야 했다. 결국 감당해야 하는 투자 비용의 부담이 커졌다.
당시 KISDI 통신정책실 연구위원, 정보통신정책학회 이사이자 KT 경제경영연구소의 김희수 상무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늘어난 무선 인터넷 트래픽 증가는 이동통신사의 매출 및 수익 구조를 투자 대비 마이너스로 바꿨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1명이 야기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세계 평균 데이터의 3배가 넘는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유발되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도 큰 영향이다. 앞으로 스마트TV, IPTV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데이터 트래픽 증가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투브의 경우,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설명했다. KT를 비롯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그는 마무리를 이렇게 했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 현상 이전부터 망 업그레이드 문제는 유럽, 미국 등 전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과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데이터 트래픽 증가 현상이 빠르게 다가와 진정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게 됐다. 이를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문제다"라며, "지금 통신사의 수익 문제로만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크다. 요즘 환경에 맞는 자유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협의할 수 있도록 조금의 시간을 달라. 경제적인 방법으로 한번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되지 않는다면 전체 사회 구성원이 부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ICP에게 과금이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요금을 조절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장에 맡겨 달라"라고 말이다.
- 참고기사: 망중립 논의 본격화 1부 – 망중립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 http://it.donga.com/6804/
- 참고기사: 망중립 논의 본격화 2부 – 현실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 http://it.donga.com/6837/
이 같은 망 중립성 논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스마트TV 등 서비스 업체와 이동통신사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야기했다. 결론은 국내 실정에 맞는 망 중립성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 참고기사: 터질 것이 터졌을 뿐, m-VoIP 논란, 어디로 흘러가나 -http://it.donga.com/9507/
- 참고기사: 카카오톡 vs 이통사, 무엇을 위한 대립인가 - http://it.donga.com/9525/
- 참고기사: 망중립성 문제, 이제 시작일 뿐이다 - http://it.donga.com/8295/
한국형 망 중립성 논의, 드디어 마침표 찍히나
어느새 3년째다. 한국형 망 중립성 논의의 본격적인 시작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시절인 2011년부터다. 2011년 열린 포럼은 6차례, 2012년 망 중립성 정책자문위원회는 8차례 열렸다. 2011년 mVoIP 전담반도 만들어 6차례 이상 논의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망 중립성 업무를 방통위에 이어 담당한 미래부도 2013년 5월부터 이해관계자 대상 간담회 3차례, 전문가회의 개최 2회 등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그리고 이제 논의가 아닌 마침표를 찍기 위해 준비 중이다. 맨 처음 언급했다시피 며칠 전, 미래부가 드디어 기준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은 크게 '트래픽 관리 기본원칙', '합리적 트래픽 관리(판단 기준과 유형)', '트래픽 관리정보의 투명한 공개', '이용자 보호' 등 9개로 구성했다. 자세한 내용은 미래부 홈페이지(링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방통위, 미래부에서 개최한 포럼, 토론회의 논의 자료도 모두 공개했다.
결론은 지금까지 이동통신사가 제한하고 있었던 mVoIP를 허용하며, 이동통신사가 과도한 트래픽 발생 시 특수한 경우에 한해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용아자가 이해하기 쉽고 타 사업자와 비교할 수 있도록 트래픽 관리 정보 공개를 위한 공통양식을 사용하고, 이용자가 망 사업자의 통신서비스 품질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통신요금 정보포털(http://www.wiseuser.go.kr/)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미래부는 이번 기준 발표에 대해서 "필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측면에서 트래픽 관리 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망 사업자의 트래픽 관리 현황과 시장상황을 시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해관계자 의견과 해외 정책동향 등을 고려해 필요 시 기준에 대한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망 제공사(이동통신사 등)와 인터넷 망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사, 양 측 모두 일정 부분 양보했고 일정 부분 만족했다. 모두가 100% 인정할 수 있는 결론이 있을까. 사실 기자는 망 중립성 논의 자체에 대해서 여태껏 반신반의했다.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과연 끝이 날 수 있는 논의인가'라며 회의적으로 생각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분명 미래부가 내놓은 기준은 100% 정답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논의하며 수정/보완해야 할 것이다. 오래 걸렸다. 이 정도면 정답은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