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RT와 윈도폰, 이번엔 진짜 합치겠죠?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두 모바일 운영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운영체제를 겸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UI(사용자 환경)나 애플리케이션(앱)이 조금 차이나긴 하지만.
그런데 유독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앞의 두 회사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운영체제를 따로 운용하고 있는 것. 스마트폰 운영체제 윈도폰(Windows Phone)과 태블릿PC 운영체제 윈도RT(Windows RT)가 그것이다.
때문에 윈도폰 스마트폰과 윈도RT 태블릿PC는 비슷한 하드웨어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호환되지 않았다. 앱 하나만 개발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양쪽에 적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스마트폰용에서 태블릿PC용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iOS와 달리 앱 개발자들이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앱이 부족한 윈도폰, 윈도RT 입장에선 치명적인 문제다.
결국 MS 고위 관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MS 줄리 라르손 그린 부사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각) UBS 글로벌 테크놀러지 컨퍼런스에 참석해 "윈도8, 윈도폰, 윈도RT 등 세 가지로 나뉜 MS의 운영체제 개수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윈도폰과 윈도RT를 합칠 것이라고 넌지시 밝힌 셈이다.
사실 MS는 올해 초 윈도폰과 윈도RT의 통합을 간접적으로 예고했다. 윈도RT 스토어와 윈도폰 스토어를 2014년 상반기까지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 스토어를 통합한다는 것은 앱을 통합한다는 뜻이고, 이는 개발환경과 UI까지 통합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윈도폰과 윈도RT는 분명 다른 운영체제다. 특히 UI가 크게 차이난다. 윈도폰은 모던UI로만 구성돼 있지만, 윈도RT는 PC와 동일한 데스크톱 모드도 갖추고 있다. 이 둘을 어떻게 합친다는 걸까.
*모던UI: 윈도8 등 MS의 최신 운영체제에 적용된 사용자 환경. 아이콘(Icon) 대신 알록달록한 타일(Tile) 형태로 앱을 나열한 것이 특징이다. 타일이 큼직큼직해 터치스크린 환경에 최적화돼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윈도RT를 중심으로 한 통합이다. 윈도RT에 스마트폰 전용 앱인 통화, 메시지 앱 등을 추가해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뜻. 대신 윈도RT에 내장된 데스크톱 모드는 사라질 전망이다. 사실 윈도RT 환경에선 데스크톱 모드는 특정 파일을 찾을 때를 제외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일을 찾는 기능도 파일 탐색용 앱이 대신할 수 있다.
이처럼 MS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둘을 합친 통합 모바일 운영체제(이름이 어찌될지 알 수 없으니까)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이번 발표는 결국 경쟁 운영체제는 이미 통합돼 있는 것을 2014년에나 간신히 실천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앱의 개수가 늘어난다지만 100만 개가 넘는 앱을 보유한 안드로이드, iOS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지금 MS에게 필요한 것은 '내년이면 다 됩니다'가 아니라 '오늘부터 됩니다'가 아닐까? 굼뜨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MS가 꿈꾸는 '천하삼분지계(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애플, 구글과 삼등분해서 나눠 가지겠다는 뜻)'는 요원해질 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