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LCD 모니터, 어떤 것이 있을까?
디스플레이의 대명사 CRT(혹은 브라운관)가 LCD로 대체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도 조금씩 변해왔다. LCD는 CRT와 구동방식이 달라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장/단점이 생겼다. 또한, 뚱뚱했던 모니터(CRT)가 얇아졌으며, 화면 비율이 가로로 늘어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LCD모니터 사이에도 구동방식이 달라, 용도의 차이도 서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런 다양한 LCD 모니터 중 나에게 필요한 제품은 어떤 것일까?
스포츠 경기 감상, FPS 게임을 즐긴다면 '응답속도'
일부 프로게이머는 여전히 브라운관이라고 불리는 CRT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모니터의 응답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응답속도란 말 그대로 모니터에 출력되는 화면이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가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CRT 디스플레이는 이 응답속도라는 개념이 없을 정도로 빠르지만, LCD로 넘어오면서 이 개념이 생기게 됐다. 실제로 구형 LCD 모니터는 응답속도가 느려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면 잔상이 남는다. FPS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처럼 화면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이전 화면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가 흐릿하게 따라다닌다는 말이다. 문제는 CRT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이제는 거의 없다시피 하며,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중고가 대부분이다. 어쩔 수 없이 LCD 모니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LCD 기술이 많이 발전하면서 응답속도도 많이 개선됐다. TN 패널은 2ms(2/1000초) 내외이며, 신형 IPS 패널은 6ms 내외로 많이 개선됐다. 참고로 TN이나 IPS, VA 등은 LCD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액정 소자를 화면 안에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 중 IPS와 VA는 TN 방식의 좁은 시야각과 회색 반전 현상 등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다(참고기사: http://it.donga.com/14893/).
그럼에도 게이밍 노트북 등 고가 게임용 제품 중에는 보급형 패널인 TN 패널을 적용한 제품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2ms나 6ms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힘들 정도지만, 장시간 화면을 보거나 눈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6ms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잔상 때문에 눈의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이 차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응답속도가 빠른 TN 패널이 여전히 쓰이고 있다.
영화 감상을 즐긴다면 21:9
지난 2012년 겨울, LG전자가 21:9 화면비의 모니터를 디스플레이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아치바코리아, 알파스캔, 위텍인스트루먼트 등 다양한 국내외 기업도 파노라마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21:9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1:9는 영화 감상에 최적화된 비율이다. 극장용 영화는 대부분 시네마 스코프라는 화면비율로 제작되는데, 일반적인 16:9 모니터로 이런 콘텐츠를 보면 위아래에 검은 공백(레터박스)이 생긴다. 이 21:9 모니터는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율과 거의 흡사하기 때문에 공백 없이 꽉 찬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몰입도도 높아진다.
만약 게임이 21:9 해상도를 지원한다면, 더 넓은 화면을 한 번에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1:9를 지원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게임을 하면 16:9 모니터보다 한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가 더 많아 적의 움직임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만큼 더 빨리 대처할 수도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도 21:9를 지원한다. WoW를 이 해상도로 실행하면 16:9보다 더 넓은 화면을 한 번에 볼 수 있으며, 마우스를 움직여 시점을 조절하는 일도 줄어든다. 특히 RVR(종족간 전투) 등 대규모 전투에서 이 넓은 화면을 활용해 전반적인 전장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지상파 방송은 16:9 비율로 제작되며, 일부 케이블 방송은 여전히 4:3 비율로 방송된다. 이런 콘텐츠를 21:9 화면으로 볼 때는 좌우에 공백이 많이 생긴다. 화면이 가로로 더 길기 때문이다. 만약 '꽉 찬 화면'으로 화면 비율을 강제로 늘인다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얼굴이 가로로 펑퍼짐해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나온다.
화사한 색감과 화려한 그래픽을 원한다면 IPS
IPS 패널은 앞서 말한 것처럼 TN 패널의 낮은 색 재현 능력, 명암비(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얼마나 잘 구분되는지), 시야각 등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로, 전반적인 화질이 TN 패널보다 높다.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나 사진 전문가처럼 색감에 민감한 사용자가 쓰기 적합하다. 배경이나 캐릭터 색감이 화사하고, 타격 효과가 화려한 RPG 게임을 즐길 때도 IPS 모니터를 사용하면 '눈'이 즐겁다.
IPS 패널의 가장 큰 장점은 시야각이 넓다는 점이다. IPS는 액정 분자를 수평으로 회전시키는 방식이라 좌우 어느 각도에서 보든(최대 178도) 거의 일정한 밝기로 볼 수 있으며, TN 패널에서 발생하는 회색 반전(화면의 명암이 반대로 보이는 현상)도 없다.
사실 IPS는 2010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4를 소개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아이폰4를 소개하면서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를 강조했었는데, 사람 눈으로는 화면에 있는 픽셀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의미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정확한 기술 명칭은 AH-IPS로, 기존 IPS를 더 발전시킨 것이다.
다만 TN보다 가격이 비싸고, 화면의 응답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움직임이 빠른 게임이나 영화를 구동할 때 민감한 일부 사용자들은 잔상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게 TV야? 모니터야? '빅 디스플레이'
지난해 겨울 21:9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 올해 겨울은 '빅 디스플레이'가 새로운 동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얼마 전 32인치 대형 IPS 모니터를 출시하는가 하면, 40인치 크기의 제품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풍문에는 55인치, 70인치에 이르는 대형 모니터를 준비하는 업체도 있다. 이런 빅 디스플레이는 TV 튜너가 없을 뿐, 일반 TV와 외관상 다르지 않다.
기존 모니터가 PC 사용에 국한됐다면, 빅 디스플레이는 PC외에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셋톱박스를 연결해 IPTV처럼 활용할 수 있고, USB나 PC에 저장된 동영상을 재생하면 마치 극장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비슷한 크기의 TV보다 저렴하다. TV 튜너가 없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으며, 전파인증을 거치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물론 울트라HD(UHD)급 TV나 스마트 TV 등과 비교해 화질, 기능 등이 떨어진다. 물론 TV기능을 내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셋톱박스를 활용한 TV시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TV기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최근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스마트TV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빅 디스플레이가 조만간 TV 대신 거실을 차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