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4TB의 벽을 넘다, HGST 6TB 헬륨 드라이브 공개
3.5인치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 한계는 4TB(테라바이트)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었다. 하드 드라이브는 내부의 플래터라는 장치에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이 장치에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밀도의 한계는 현재 800MB~1TB다. 이 플래터를 4장 또는 5장을 이어 붙여 4TB 하드 드라이브를 제작하고 있다. 플래터 사이의 간격을 줄이면 좀 더 대용량 하드 드라이브를 제작할 수 있겠으나, 공기 순환 문제 때문에 더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
그런데 정설이 깨졌다. HGST가 내부에 일반 공기보다 밀도가 작은 헬륨을 채워 플래터간 간격을 줄일 수 있는 기술 '헬리오실(Helioseal)'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반 공기보다 밀도가 약 1/7 작은 헬륨을 하드 드라이브에 채워 플래터끼리 근접해도 회전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헬리오실의 핵심이다.
또, 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6TB 하드 드라이브 '헬륨 드라이브'를 함께 공개했다. 헬륨 드라이브는 현존 3.5인치 하드 드라이브 가운데 최대 용량의 제품이다. 헬륨 드라이브는 800MB 플래터 7장을 하나로 뭉쳐 6TB를 구현한 제품이다. 형태, 두께, 무게는 기존 3.5인치 하드 드라이브와 같다. 단지 겉면에 헬륨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팅을 더했을 뿐이다. 헬륨을 충전하기 위한 코팅이지만, 이 코팅 덕분에 어부지리로 충격에도 강하고 침전 냉각 시스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침전 냉각 시스템이란 기체를 활용해 열을 식히는 기존 냉각방식과 달리 액체에 담궈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수냉식도 침전 냉각 시스템 가운데 하나다. 제품 속도는 7,200rpm이다.
헬륨 드라이브는 기업의 데이터 센터, 프라이빗 클라우드, IDC 등을 목표로 설계된 제품이다. 기존 4TB 하드 드라이브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집적할 수 있어 데이터 센터의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다. 유지비라고 하니 거창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냉방 비용을 절감하고, 공간 확장을 위한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예전에는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려면 랙을 추가하고 그 자리에 하드 드라이브를 채워야 했다. 그만큼 냉방 비용이 증가하고, 공간확장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면 헬륨 드라이브를 활용하면 공간을 확장하지 않아도 데이터 센터의 용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 단기적으론 예전 방식이 효율적이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헬륨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헬륨을 사용한다고 하니 기존 방식보다 제조 단가가 상승하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HGST는 헬륨은 대단히 저렴한 기체이며,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까지 사용할 헬륨을 장기 계약을 통해 미리 확보해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헬륨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을 것이란 뜻.
HGST코리아 신동민 지사장은 "헬륨 드라이브는 기존 하드 드라이브보다 전력을 약 23% 적게 소모한다(약 5.3W)"며, "이를 활용하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SAS(서버에 주로 사용되는 연결 방식) 기준 20%, SATA 기준 36%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도입할 경우 최대 33%까지 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헬륨 드라이브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다. 데이터센터 또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길 원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시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고, 내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양산될 예정이다.
하드 드라이브, 내년이면 7~8TB 시대 열린다
신 지사장은 헬륨 드라이브와 함께 현재 하드 드라이브 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도 함께 공개했다. "PC시장은 정체된 상황이지만, 데이터 폭증과 이를 통한 스토리지 요구량 증가로 하드 드라이브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SSD가 용량을 늘리며 하드 드라이브를 따라잡고 있지만, 가격, 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하드 드라이브만한 장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SD의 속도를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핫데이터(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는 SSD, 콜드 데이터(보관할 가치는 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데이터)는 하드 드라이브가 전담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내년 출시될 하드 드라이브 관련 정보를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플래터 밀도를 향상 시켰고, 이를 활용해 7~8TB 헬륨 드라이브와 5TB 하드 드라이브(일반 소비자용)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