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 노리던 중소 모니터업체들, '빅 디스플레이'로 승부수?
디스플레이 기기 시장은 생각 이상으로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부문이다. 2013년 11월 현재, 대표적인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의 현황에 따르면 TV 부분에는 86개의 업체가, 모니터 부분에는 무려 197개나 되는 업체가 등록되어 있을 정도다.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몇 개를 제외하더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디스플레이 기기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실제로 판매되는 현황을 보면 모니터 부분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반면, TV 부문은 대기업들의 독무대에 가깝다. 다나와의 인기순위 상위 10위를 살펴보면 모니터 부분에선 6개가 알파스캔, 아치바, 바이텍 등의 중소기업 제품인 반면, TV 부분에서 중소기업의 제품은 불과 2개에 불과했다. 스마트TV나 3DTV와 같은 고급 TV시장은 더욱 심해서 이 부문에서 중소기업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TV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TV가 모니터에 비해 고가의 제품인데다 교체 주기가 10여 년에 이를 정도로 길기 때문이다. 한 번 사더라도 좀 더 고급스런 TV, 그리고 A/S 면에서 유리한 TV를 마련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시장 상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전자제품을 팔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파인증 과정도 중소기업들의 TV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TV는 구조적으로 모니터와 유사하지만, 지상파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장치인 튜너(tuner)가 내장된 것이 다르다. 외형적으로 모니터처럼 생긴 제품이라도 튜너가 내장되면 이는 TV로 분류되며, 모니터에 비해 전파인증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지는데다 인증에 드는 비용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모니터를 제조하던 중소기업이 TV, 혹은 TV 수신기능을 갖춘 모니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쉬울지 몰라도 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이 중소기업들에게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 점차 TV의 지상파 수신용 튜너가 ‘필수’에서 ‘선택’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 이는 디지털케이블TV나 IPTV로 대표되는 신세대 TV가 시장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탓이다. 디지털케이블TV나 IPTV는 외부에 따로 꽂는 셋톱박스를 통해 방송신호를 수신하므로 튜너가 내장되지 않은 모니터에서도 TV와 다름없이 방송을 즐길 수 있다.
TV가 되고 싶은 대형 모니터, ‘빅 디스플레이’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에는 'TV의 탈을 쓴 모니터'를 출시하는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TV 못잖은 큰 화면이다. 특히 30인치대의 화면을 가진 제품이 많으며, 40인치대의 제품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큰 50인치, 70인치급의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초대형 LCD 기반의 디스플레이 기기는 이미 디지털 사이니지나 전자칠판 시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보급되고 있었으나 이젠 TV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것.
튜너가 없으니 TV라고 부를 순 없지만, 화면 크기는 TV만큼 크니 이를 단순한 모니터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아무튼 큰 화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빅 디스플레이(Big Display)' 기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이른바 빅 디스플레이 기기들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비슷한 화면 크기의 TV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살수 있는데다 일단 모니터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다 보니 풀HD급 해상도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보급형 TV중에는 HD급 해상도까지만 지원하는 것이 많다.
32인치 제품을 살펴보면 제이씨현의 'UDEA LOOK 320'의 경우, 인터넷 최저가 기준 29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으며, 아치바의 'FH321-IPSA'는 28만 원, 지피엔씨의 'JRM-320HDMI-A' 같은 제품은 26만 원대에 살 수 있다. 대기업에서 판매되는 같은 화면크기 TV의 절반 수준 가격이며, 풀HD급 해상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HD급의 보급형 TV에 비해 화질적인 이점도 있다.
셋톱박스의 보급이 늘어나고 및 대화면 TV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화면을 얻을 수 있는 빅 디스플레이 기기들이 얼마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지 주목해 볼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