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플렉스'를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LG전자의 휘어진(Curved) 스마트폰 'LG G플렉스(G Flex)'를 체험해봤다. 얼굴에 딱 맞는 디자인, 자유자재로 굽힐 수 있는 배터리, 대화면에 걸맞는 UI(사용자 환경) 등 어떻게든 휘어진 스마트폰의 장점을 사용자들에게 알리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6인치 대화면에도 불구하고 해상도가 HD(1,280 x720)에 불과해 선명함이 기존 스마트폰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선명한 화면이라는 명백한 장점을 포기해가면서까지 휘어진 스마트폰을 추구할 필요가 있었는지 조금 의문이다.
LG전자가 5일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화면이 휘어진 스마트폰 LG G플렉스를 공개했다. G플렉스는 참으로 독특한 제품이다. 화면을 포함해 제품 전체가 얼굴에 딱 맞도록 휘어 있다. 화면이 평평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과 동떨어진 제품이다.
LG전자는 G플렉스를 세 가지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첫째, 제품이 왜 상하로 휘어 있나. 둘째, 화면과 마찬가지로 휘는 배터리. 셋째, 자잘한 흠집을 방지하는 셀프힐링(Self healing) 코팅.
첫 번째 시선부터 얘기해보자. G플렉스는 상하 700R 곡률로 휘어있다. G플렉스 화면 휘어짐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면 지름 1.4M의 원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G플렉스 여러대 이어 붙여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왜 하필 이정도의 휘어짐을 채택한걸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술 한계 때문은 아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도 화면 곡률 300R의 스마트폰을 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화면이 더 휘어질 수록 곡률은 더 낮아진다.
LG전자는 G플렉스의 화면 휘어짐은 사용자의 사용편의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G플렉스는 6인치 대화면을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눈과 스마트폰의 거리는 보통 25~30cm 내외다. G플렉스는 화면을 휨으로써 이 거리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화면을 볼 수 있게 했다. 또, 전화 통화도 한층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 얼굴은 직선이 아니다. 때문에 기존 스마트폰은 귀에 가져다대면 입과 거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G플렉스는 제품을 귀에 가져대대도 입과 떨어지지 않는다. 전화 통화에 최적화된 형태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LG전자가 강조한 두 번째 시선은 휘어지는 배터리다. G플렉스에 탑재된 배터리는 말 그대로 휠 수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모습을 현장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LG화학의 휘어지는 배터리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G플렉스는 3,5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G플렉스는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배터리 사용시간이 긴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배터리가 휘어진다고 하니 조금 걱정이 생긴다. 리튬 이온/폴리머 배터리는 2차 화학 전지의 특성상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다. 때문에 종종 배터리 발화사고가 터진다. 그러나 LG전자는 이같은 걱정은 기우라고 일축했다. 독자적인 기술을 대거 채택해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제품을 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시선은 뒷면에 적용된 셀프힐링 코팅이다. 셀프힐링이란 자잘한 흠집이 생겨도 자동으로 원상 복구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제품을 언제나 새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 셀프힐링 코팅 때문일까. G플렉스의 뒷면은 고무를 만지는 것처럼 약간의 탄력이 느껴진다. 다만 심한 흠집은 복구할 수 없으니 주의할 것.
제품이 휘었다고 하니 위에서 밟는 충격에 약한 것 아닐까 걱정도 든다. LG전자 관계자는 G플렉스는 대단히 탄력적으로 설계돼 충격에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G플렉스를 40kg의 압력으로 2초 동안 누르고 이를 100회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G플렉스의 형태는 변함이 없었다고 얘기했다.
G플렉스의 사양은 전작 LG G2와 유사하다. 퀄컴 스냅드래곤 800 쿼드코어 프로세서(2,3GHz), 2GB 메모리, 32GB 저장공간,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등을 탑재했고, LTE-A를 지원한다. 또, G2처럼 후면 전원/음량 조절 버튼을 갖췄고, 자유롭게 배치를 변경할 수 있는 '온 스크린 버튼(화면 속에 메뉴, 취소, 홈 버튼이 존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G2와 달리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이 없어 저장공간 확장이 불가능하고, 배터리도 일체형이다. 오는 12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되며, 출고가는 아직 미정이다. 올해 말부터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시장에도 출시된다.
휘어지는 화면을 위해 OLED 탑재, 그런데 해상도가...
G플렉스 얘기를 하면서 화면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G플렉스는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최초로 OLED 화면을 채택한 제품이다. 휘어진 스마트폰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픽셀이 직접 발광하는 OLED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한 LCD보다 수월하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자유롭게 접히는 화면)를 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 화면용 OLED는 해상도를 높이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화면에 많은 픽셀을 뭉쳐넣기가 쉽지 않다. OLED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조차 스마트폰용 OLED에서 풀HD 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펜타일 디스플레이라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펜타일 디스플레이란 화면을 구성하는 단위인 화소가 R(적색), G(녹색), B(청색) 3가지 보조 화소(서브타일)로 구성된 일반 디스플레이와 달리 특정 보조 화소를 제거하거나 추가한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갤럭시노트3, 갤럭시라운드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는 RG, BG 두 가지 픽셀을 번갈아 가며 배치했다. 쉽게 말해 2개의 화소가 'RGBRGB'로 구성된 일반 디스플레이와 달리 'RGBG'로 구성돼 있다는 뜻. 때문에 글씨, 이미지 등이 거칠게 보이는 단점이 있다.
반면 G플렉스에 채택된 OLED는 RGB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모든 화소가 R, G, B 3가지 보조 화소를 제대로 품고 있다. 대신 해상도는 갤럭시노트3, 갤럭시라운드보다 훨씬 낮다. HD에 불과하다.
양쪽을 화면에 얼마나 픽셀이 모여있는지 나타내는 단위이자, 화면의 선명도를 표시하는 단위인 PPI(Pixel Per Inch)로 환산해보자. 갤럭시노트3, 갤럭시라운드의 경우 386PPI다. 펜타일 디스플레이라 모자라는 픽셀수를 공식에 반영하더라도 360PPI가 나온다. 반면 G플렉스는 245PPI에 불과하다. 약 2~3년 전 출시된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치다. 제 아무리 RGB 디스플레이라도 화면의 선명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G플렉스의 디스플레이는 거대한 화면에 비해 선명한 맛이 부족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을 PC모드로 열어보니 자잘한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 전자책 등을 즐길 때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선명한 화면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금 현존 스마트폰보다 선명함이 떨어지는 G플렉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단점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휘어진 스마트폰을 채택할만한 이유가 있음을 사용자에게 알려야 한다. G플렉스 성패가 여기에 달려있다.
한편,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자사의 OLED 기술은 440PPI까지 구현 가능한 수준"이라며, "해상도를 올리기 위해 펜타일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 G시리즈는 G, G프로, G패드, G플렉스 네 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되며, G플렉스에 적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스마트폰 시장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