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가 젤리빈을 먹는 세상, LG 55GA7900 리뷰
한국인의 주거문화가 서구화되면서 과거에는 없던 '거실문화'라는 것이 생겨났다. 거실은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공간인 침실과 달리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 공간이며, 여가를 보내는 공간이다. 이 거실문화의 중심에는 TV가 있다. TV에 관한기존 인식은 '가족과의 대화를 단절시킨다', 창의력을 떨어트리는 바보상자다' 등 부정적인 것이 많다. 그런데 이 바보상자가 얼마 전부터 반격을 시작했다. TV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더해 각종 부가기능을 실행하고, 웹 서핑, 게임, VOD 시청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게 됐다.
이런 기능들은 이전에는 TV에 연결되는 장치 즉 셋톱박스를 통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기능을 TV 자체에 넣은 스마트TV도 등장하고 있다. 보통 TV제조사들은 리눅스 등의 공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도 TV제조사와 손잡고 스마트TV 운영체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구글TV(안드로이드TV)를 생산하는 업체로 국내에서는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제품은 국내 최초 구글TV 'LG 55GA7900'이다.
젤리빈 먹은 TV, 구글TV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4.2.2 젤리빈)를 탑재했다. 즉, 스마트폰처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아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기존의 자체 운영체제를 가진 스마트폰보다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많다는 의미다. '안드로이드 NDK(Android Native Development Kit)' 환경에서 개발한 앱을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인기 모바일 게임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55인치 대화면 TV에서도 즐길 수 있다.
TV를 보는 중에는 스마트폰처럼 상단 바에서 알림을 받을 수 없다. 이 항목은 홈 화면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TV기능을 사용할때는 확실히 TV로만 쓸 수 있어 시청에 방해받는 일이 없다.
여담이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이스터 에그도 있다. 설정 화면에서 운영체제 이름을 여러 번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안드로이드 모든 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호환되지 않는 앱이 있는 것처럼, 안드로이드 TV와 호환되지 않는 앱도 다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항목의 앱은 약 35종만 지원한다.
IPTV 없이 VOD 서비스를?
앱 이 외에도 구글이 제공하는 영화 카테고리에서 VOD서비스(구글 플레이무비)도 구매할 수 있다. 플레이스토어 영화 카테고리에는 '나우 유 씨미: 마술사기단', '월드 워 Z', '퍼시픽 림' 등 최신 영화도 올라와있다.
유튜브 앱이 기본 설치되 있으며, 각종 방송 콘텐츠 재생 앱을 설치하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스마트 쉐어(Smart Share)'라는 DLNA 기능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콘텐츠를 공유서로 공유할 수 있다(TV와 기기가 같은 공유기에 연결됐을 시).
IPTV처럼 웹 페이지도 검색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는 크롬이 기본 설치돼 있으며, 이를 사용해 웹 서핑도 가능하다. 페이지 해상도가 조금 보기 애매한 크기다. PC 웹에서 보는 것과 달리 좌우 여백이 없다. 웹 페이지가 화면에 꽉 차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혀 PC 웹 페이지를 보는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든다. 이 해상도는 웹 동영상을 감상하기에는 적절하지만, 뉴스나 문서를 읽기에는 약간 부적절하다. 하지만 모바일 페이지로 접속하면 사정이 조금 나아진다. 모바일 페이지는 인터페이스가 스마트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리모컨을 키보드와 마우스처럼... '쿼티 매직 리모컨'
LG전자 구글TV의 모든 조작은 리모컨으로 할 수 있다. 리모컨에는 상하좌우 버튼 및 스크롤 휠, 음성입력 등을 갖췄다. 상하좌우 버튼으로 각종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스크롤 휠은 웹 페이지를 아래로 내릴 때 유용하다. 또한, 음성입력 기능을 갖춰, MBC, SBS 등 원하는 채널을 리모컨에 대고 말해 채널을 이동하거나 웹 검색, 앱 실행 등의 조작을 할 수 있다.
일반 리모컨과 달리 쿼티자판도 갖췄다. 일반 리모컨(스마트TV나 IPTV용)은 문자를 입력하려면 같은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하는 T9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알파벳 C'를 입력하려면 버튼 하나를 3번 누르거나, 화면에 보이는 가상 키보드를 통해 입력해야한다. 하지만 이 쿼티 매직 리모컨은 이름처럼 쿼티자판이 있기 때문에 문자를 입력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를 통해 플레이스토어에서 콘텐츠를 빠르게 찾을 수 있으며, 포털사이트 검색도 쉽게 할 수 있다.
리모컨을 마우스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제스처 입력 기능도 있다. 리모컨을 허공에다 움직이면 화면에 나타난 마우스 커서가 이를 따라 움직인다. 이 기능으로 '후르츠 닌자(Fruits Ninja)' 등의 게임을 하면 마치 '광선검'을 들고 과일을 베는 느낌이 난다. '3D 게임 체인저' 기능을 사용하면 훨씬 실감나게 즐길 수도 있다(3D 기능은 잠시 후 설명하겠다).
참고로 게임 시에는 스마트폰을 콘트롤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제품에 함께 들어있는 NFC 태그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LG 태그 온' 앱을 내려받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태그온 앱에 있는 게임 리모트 앱을 설치하면 된다. 조작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가상 게임패드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터치 방식이다. 이 NFC 태그는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이라면 제조사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기능이 없다면 플레이스토어에서 바로 검색해 내려받으면 된다.
가상 게임패드는 스마트폰 화면이 게임패드처럼 변해, 이 버튼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터치 방식은 스마트폰 화면과 TV 화면이 1:1로 대응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 TV 화면의 해당하는 위치에 터치가 입력되는 방식이다. '쿠키 런' 등의 게임은 이 터치 방식으로만 즐길 수 있다.
화면은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다. 필자는 처음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했다는 생각에 당연히 터치스크린을 지원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니 TV 앞에 가까이 다가가서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더 불편하다.
다양한 3D포맷 지원... 2D 화면도 3D로
LG전자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장에 빠지지 않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3D다. 3D는 LG전자가 자랑하는 기능 중 하나인 만큼, 이 제품도 제법 괜찮은 3D성능을 탑재했다. 사이드 바이 사이드, 탑-바텀, 체커보드 등 다양한 방식을 지원하며, 일반 2D콘텐츠를 3D로 바꿔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원래 3D로 제작한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진짜 3D 콘텐츠보다 깊이감이 떨어진다.
게임 전용 3D 기능도 있다. '3D 게임 체인저'와 '듀얼 플레이'다. 3D 게임 플레이스토에서 내려받은 게임을 3D로 즐길 수 있는 기능으로, 기본 포함된 3D 안경만으로 즐길 수 있다. 듀얼 플레이는 한 화면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한 화면에 두 개의 영상을 동시에 표시하는데, 게임 참여자가 사용하는 안경이 서로 다르다. 이를 통해 한 화면에서 서로 다른 영상을 보며 레이싱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이 기능은 기능지원 게임과 전용 3D 안경이 별도로 필요하다.
구글TV는 매력있는 제품
필자가 사용해본 LG전자 구글TV는 한마디로 매력있는 제품이다. 우선 필자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했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플립보드나 트위터 등의 앱은 물론, 재미있는 게임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영상이나 웹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필요하면 플레이스토어에서 영화도 구매해 감상할 수 있다.
일반 TV보다 즐길 콘텐츠가 많으며, IPTV나 기존 스마트TV보다 활용성도 높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2013년 출하된 제품에 가장 많이 탑재된 운영체제다. 그만큼 개발자도 많고, 구글TV에 맞는 전용 앱도 등장하고 있다. 이정도면 충분히 매력있는 제품 아니겠는가?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