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업계의 미래, '탈 PC'에 있다 - WD코리아 박길선 차장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각종 데이터를 보관하는 PC의 주요 부품 중 하나다. 하지만 HDD가 PC의 필수 구성품이라는 이런 인식도 앞으로는 변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반도체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HDD 대신 탑재하는 PC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HDD 제조사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향후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 하다. 세계 최대의 HDD 제조사인 웨스턴디지털(이하 WD) 코리아의 박길선 차장(1973년 생)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HDD 시장 축소? 그건 아니다
박 차장은 WD코리아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제법 굵직한 IT 유통업체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WD의 한국 내 영업을 맞고 있으며, 내장형 및 외장형을 비롯한 HDD 제품군 전체가 그의 담당이다. 최근 HDD 분야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2011년 태국 대홍수 사태 때 생산설비 손실으로 인한 공급 감소로 HDD 시장이 크게 축소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시장의 성장도 없지만 축소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요. PC분야의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 오히려 HDD를 쓰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HDD 산업은 이른바 ‘탈 PC’가 진행 중이라고 있다고 한다. 셋톱박스나 게임콘솔, 스마트TV와 같은 일반 가전 제품에 HDD가 탑재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PC 외부에 장착하는 외장형 HDD(이하 외장하드)의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WD의 경우, 아직은 PC용 HDD의 쪽의 비중이 더 큽니다. PC 쪽이 7이라면 그 외의 분야는 3 정도지요. 하지만 작년 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8:2 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양쪽의 비중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WD, 외장하드 제품군 강화로 판로 확대 중
특히 최근 WD는 외장하드 분야가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당 분야에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기능과 디자인이 향상된 신제품도 최근 출시했다.
"외장하드가 대중화 된 것은 2008년 즈음부터 라고 봅니다. WD는 2009년부터 외장하드 제품군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고요. 휴대성이 뛰어난 2.5인치 제품군이 용량을 강조한 3.5인치 제품군보다 9:1 정도의 비율로 많이 팔립니다. 그 중에서도 WD가 최근 출시한 2.5인치 외장하드인 '마이 패스포트 울트라'와 '마이 패스포트 슬림'에 주목해 주십시오"
WD의 외장하드, 이 점이 차별화 요소
WD외에도 외장하드를 판매하는 업체는 많다.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WD 브랜드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서 박 차장은 차별점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출시된 마이 패스포트 슬림은 이전 제품보다 35%나 얇아졌습니다. 하지만 두께가 12.3mm에 불과한데도 1TB의 고용량을 갖췄습니다. 그리고 오는 12월에는 2TB 용량의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고요. 이 정도의 두께에 이만한 용량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 건 WD가 거의 최초지요. 그리고 최근 울트라북 사용자들이 외장하드를 많이 구매한다는 것을 고려해 그와 잘 어울리는 '슬림 메탈'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하드웨어의 특징뿐 아니라 응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 지원도 주목해 달라고 박 차장은 강조했다. 특히 WD는 최근 출시된 3.5인치 외장하드인 '마이북'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한다.
"WD 외장하드에 탑재된 '스마트웨어 프로' 소프트웨어는 드롭박스와 연동한 퍼블릭 클라우드 기능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마이북 신제품의 경우, 4TB에 달하는 고용량을 갖추고 있는데다 맥 사용자를 위한 특별한 버전도 함께 출시했지요. 타임머신 기능을 완전 지원하고 썬더볼트 인터페이스도 탑재했습니다. 국내에 맥 사용자가 많지 않아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WD가 다양한 플랫폼의 사용자를 지원한다는 상징성이 강합니다"
SSD 분야도 등한시 하지 않아... HGST의 인수로 시너지
이렇게 WD를 외장하드 사업을 비롯한 탈 PC HDD 제품으로 차츰 체질을 변모시키고 있지만 역시 SSD 사업 쪽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박 차장은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WD의 주력 사업이 HDD 분야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SSD 분야도 당연히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WD는 엔터프라이즈(대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SSD를 개발한 바 있으니까요. 다만 일반 소비자용 SSD 시장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WD는 2011년에 HGST(히타치의 HDD 사업부)를 인수해 최대의 경쟁자인 씨게이트를 재치고 HDD 업계의 1위를 굳혔다. HGST의 인수 이후 WD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었는지 질문했다.
"HGST의 인수 이후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높인 것뿐 아니라 WD의 부족함 점을 많이 보강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을 개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WD가 엔터프라이즈용 SSD를 출시할 수 있던 것도 HGST의 개발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HDD, 앞으로도 한동안은 우리 곁에 있을 것
인터뷰를 마칠 즈음, 박길선 차장은 국내 소비자들 및 IT동아의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속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장장치는 속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용량과 안정성도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인데 말이죠. WD의 HDD 제품 군 중에는 친환경 HDD인 '그린' 시리즈나 NAS 전용 HDD '레드' 시리즈와 같이 안정성과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군도 다수 선보이고 있으니 한 번 체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출시된 WD의 신형 외장하드 제품군 역시 WD의 개발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으니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HDD는 컴퓨터에 남은 최후의 아날로그 방식 부품이라고도 한다. 때문에 조만간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HDD 특유의 고용량을 다른 매체로 대체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SSD의 경우,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아직도 10배는 비싸다.
그리고 WD를 비롯한 HDD 업체들도 보다 용량이 향상된 HDD를 개발함과 동시에 보다 다양한 분야에 HDD를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DD를 탑재한 PC의 수는 점차 줄어들겠지만 HDD라는 저장매체 자체는 다양한 형태로 한동안은 우리 곁에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