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발표] D-1, 지금 샌프란시스코는
애플은 매년 신제품 발표 행사를 2~3번 정도 개최한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6월 'WWDC 2013'을 통해 맥프로와 맥북에어, iOS7 등을 발표했으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9월에는 아이폰5s와 아이폰5c를 공개했다. 그리고 애플은 오는 10월 2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아트 센터에서 2013년의 마지막 행사를 준비 중이다. '우리는 아직 보여줄 게 많다(We still have a lot to cover)'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행사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신제품을 공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발표 하루 전인 오늘(21일) 현장은 아직 조용한 상태. WWDC처럼 전세계 개발자들이 모이는 행사가 아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에 행사장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팰로앨토(Palo Alto) 스탠포드 애플 리테일 스토어를 방문해봤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 독특한 체험 문화
애플 리테일 스토어. 한마디로 애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공식 판매점이다. 이 애플 리테일 스토어는 전세계 여러 업체의 공식 판매점 중 단위 면적당 매출이 가장 많다. 그 이유를 사람들은 '애플 리테일 스토어' 때문이라고 말한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는 일반적인 판매점과 뭔가 다르다. 가끔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소재로 활용될 만큼, 어딘가 좀 독특하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하면 꼭 빠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 애플 스토어에 들어가면 이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이 항상 옆에 자리한다. 그리고 그들은 방문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오늘 하루 날씨에 관한 얘기부터 시작해 찾는 것은 있는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무슨 문제는 없는지 묻는다.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다.
그들은 이 대화를 통해 방문자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말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품 '판매자'라기 보다 '경험자'에 가깝다. 직접 사용해보고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이른바 '아는 오빠'라고 할까. 다음에 또 와서 물어보면 최선을 다해 알려줄 것 같은, 그런 사람 말이다.
팰로앨토 스탠퍼드 애플 스토어
팰로앨토 스탠퍼드 애플 스토어는 지난 2004년 10월 16일 개장한 애플의 90번째 리테일 스토어다. 지금까지 방문한 사람은 총 480만 명으로 하루 평균 1,600명이 다녀간다. 이곳에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개장식에 기자 몇 명을 초대했다가 다시 취소한 것. 잡스는 당시 팰로앨토 스탠퍼스 스토어의 디자인을 강조했는데, 실제 매장을 가보니 벽과 바닥에 손과 신발 자국이 가득했던 것. 그날 밤 디자이너들은 벽과 바닥 청소에 동원됐다. 완고하고 완벽을 추구했던 잡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팰로앨토 스탠퍼드 애플 스토어는 올해 9월 7일 리뉴얼 작업을 거쳐 다시 개장했다. 매장 3면을 유리로 바꿨으며, 천장을 통해 자연광인 태양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디자인했다. 이른바 '파빌리온 스타일' 디자인이다. 다른 애플 리테일 스토어와 달리 내부도 크게 2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유리로 뚫려있는 바깥쪽은 방문자가 제품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공간이며, 안쪽은 직원들로부터 다양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일단 바깥쪽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 한국에서 발매하지 않은 아이폰5s와 아이폰5c였다. 자세히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아이폰5s 골드 모델은 흔히 생각하는 그런 금색과 달리 은은한 샴페인 색깔과 비슷했다. 아이폰5c도 직접 보고 만져보니 느낌이 꽤 괜찮았다. 이전 아이폰3Gs를 쥔 듯한 느낌이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메탈보다 플라스틱이 약간 더 편안하다. 플라스틱이 더 익숙한 느낌이랄까.
스토어 안쪽은 바깥쪽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바깥쪽은 방문자들이 제품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만져볼 수 있었다면, 안쪽은 직원이 방문자들과 1:1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방문자들을 보고 놀랐다. 국내 애플 제품 사용자들과 비교해 상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매장을 찾고, 또 하나씩 설명을 듣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슬쩍 엿들어보니 대부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맥이나 아이패드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묻고 있더라. 아마 설명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어르신들도 직접 이 곳을 방문하는 것이리라.
애플 리테일 스토어의 이러한 운영방식은 다른 거의 모든 판매점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애플 스토어를 벤치마킹하는 판매점이나 체험 매장 등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 하지만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의 경험을 제대로 옮긴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경험 이다.
아마 내일이면 이곳은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등 신제품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신제품을 설명해줄 이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한 가지 작은 바람은 더 이상 영어가 아닌 한글을 사용하는 파란색 티셔츠 직원을, 한국에서 만나는 것이다.
글 / 샌프란시스코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