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 시크릿노트 "비밀이 많을수록 더 끌리겠네!"

나진희 najin@itdonga.com

"우리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팬택을 일군 박병엽 부회장이 사퇴한 후, 팬택이 맞는 첫 공식 행사에 IT동아가 참석했다. 10일, 팬택이 재기를 노리며 출시한 플래그십 대화면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이하 시크릿노트)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팬택이 독기를 품고 내놓은 제품은 어떤 모습일까? '시크릿'이란 이름 때문인지 더 궁금해졌다.

만져보니 "대화면인데도 얇고 가볍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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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베가아이언'의 묵직한 무게를 손이 기억했기 때문일는지, 직접 들어 본 시크릿노트는 상당히 가벼웠다. 참고로 시크릿노트의 무게는 190g이다. 그런 느낌 있지 않은가. 어떤 물체를 들었을 때 생각보다 가벼워 멋쩍은 느낌. 베가 시크릿노트가 그랬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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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는 5.9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제품 크기는 갤럭시노트3보다 약간 큰 수준(가로 159.4mm에 세로 81.5mm)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이라 보통 여자 손으로 잡았을 때 한 손에 꽉 찬다. 두께는 8.85mm 정도로 비교적 얇은 편이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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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S 풀HD 디스플레이(해상도 1,920 x 1,080)를 채용해 화면이 선명하고 깨끗하다. AMOLED의 화려한 색감이 부담스러웠던 사용자라면 반길만 하다. 제품 화면이 커서 인터넷 웹 페이지 PC 버전의 작은 글자까지 알아보기 쉬웠다. 실제 네이버, 다음, IT동아, 동아닷컴 등 홈페이지 PC 버전을 무리 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시크릿노트는 퀄컴 스냅드래곤 800 프로세서(2.3GHz)를 탑재한 LTE-A 스마트폰이다. 동급 최고 수준인 3GB 램(RAM)을 내장했고, 배터리 용량은 3,200mAh다. 배터리는 2A 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명색이 노트인데, '펜'은 있어야지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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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시크릿노트에 정전식 수납형 스타일러스를 기본 액세서리로 제공한다. '정전식이라 세밀한 묘사가 어렵진 않을까'했는데 얇은 펜촉을 보니 그러한 걱정은 이내 사라졌다. 직접 스타일러스로 팬택 노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V노트'에 글씨를 써보니 마음 먹은 대로 펜 선이 자유롭게 그어졌다. 다만, 휴대폰에 손바닥을 대고 노트를 작성할 수 없는 것은 정전식 터치펜의 피할 수 없는 아쉬움이다. 팜레스트(Palm rest, 손바닥을 대어도 터치를 인식하지 않는 공간) 기능을 지원하는 노트 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불편함이 줄어든다.

여러 전후 사정들로 '혹시 시크릿노트 스타일러스에 와콤 기술이 들어가진 않았을까'하고 기대한 사람도 많았다. 팬택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 스타일러스에 적용하는 와콤 기술은 삼성전자의 독점적인 영역이고,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잘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며, "와콤 방식과 정전 방식은 그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전식은 와콤 방식보다 분실 시 다른 스타일러스 제품으로 대체하기 쉬우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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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러스의 '깨알'같은 기능을 소개한다. 바로 거치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펜 끄트머리를 돌리고 구부려 시크릿노트에 끼우면 휴대폰을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다. 동영상이나 DMB 등을 감상할 때, 블루투스 키보드 등과 연결해 문서를 작성할 때 편리하겠다.

"이래서 시크릿이군" 지문 인식 기능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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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 이름만 봐도 팬택이 어떤 기능을 대표 강점으로 내세우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사용자의 정보를 보호하는 '지문 인식', '시크릿 모드', '시크릿 박스' 기능 등이다. 지문 인식은 '베가LTE-A'에 먼저 탑재했던 것으로, 사용자의 지문을 이용해 잠금 해제, '비밀스러운 기능'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기능이다.

Q. 아이폰5s의 지문 인식과 뭐가 다른가?

시크릿노트의 지문 인식은 '스와이프(Swipe)' 방식이다. 사용자가 제품 뒷면 '시크릿키'에 손가락을 대고 위에서 아래로 슥 내리면 이를 분석해 기존 지문 등록 정보와 비교해 확인한다. 반면, 아이폰5s의 지문 인식은 '에어리어 터치(Area Touch)' 방식으로 손가락을 홈버튼에 갖다 대기만 해도 지문 정보를 읽는다.

두 방식은 각자 장단점이 있다. 에어리어 방식은 입력이 신속한 편이나, 저장된 지문 정보가 해킹될 위험이 비교적 크다. 반면 스와이프 방식은 지문 정보 유출이 어렵고, 작은 크기의 부품으로도 지문 인식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지문은 제품 하나당 2명까지 등록할 수 있다. 지문을 등록한 후 제품 뒷면 '시크릿키'에 손가락을 대고 문지르자 간편하게 화면 잠금이 풀렸다. 아무도 열지 못하도록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놓고 자신이 그것을 까먹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 패턴을 풀지 않아도 되어 간편했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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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네 휴대폰 좀 잠깐 줘봐"라고 했을 때, 괜스레 전전긍긍한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민망한 셀카 사진', '친구와의 거침없는 메신저 대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앱', '통화 기록' 등 감추고 싶은 것이 생각보다 많다. 이러니 누군가 내 휴대폰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은 아무래도 찜찜한 일이다.

시크릿노트는 시크릿 모드/일반 모드 두 가지 진입 방식을 제공한다. 지문 인식 기능으로 잠금 화면을 풀면 시크릿 모드로, 패턴으로 풀면 일반 모드로 진입한다. 일반 모드로 접근하면 미리 숨기도록 설정한 앱, 연락처 등이 보이지 않는다. 연락처를 숨기면 그 사람과 주고받은 문자, 통화 기록도 감춰진다.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 앱을 숨기면 앱에 일부러 비밀번호를 걸어둘 필요도 없다.

여기까지 설명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거 바람 피기 딱 좋겠는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한 팬택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단언컨대 이 제품을 남편에게 사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인, 배우자가 시크릿노트를 사용한다면 '내 지문도 함께 등록하자'고 넌지시 제안하고 그 사람의 표정을 살펴보자.

시크릿모드를 사용해보니 사무실에서 쓰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 기사 특성 상 다양한 제품이 필요할 때가 많다. 따라서 동료들끼리 잠깐씩 각자의 스마트폰을 빌려주고 또 빌리고 한다. 이럴 때 일반 모드로 진입한 후 시크릿노트를 빌려준다면, 다른 사람 손에 제품이 있는 동안 좌불안석할 필요 없겠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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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사진, 동영상 등이 많은 사용자라면 또 한 번 혹할만한 기능이다. 바로 개인적인 콘텐츠를 숨길 수 있는 '시크릿 박스'다. 사용자는 시크릿 박스에 메모, 사진, 음성 파일, 동영상, 음악, 노트 등을 감출 수 있다.

시크릿 박스는 잠금 방식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패턴을 입력해 잠금을 걸어두면, 그 패턴을 모르는 이상 지문이 등록되어 있어도 시크릿 박스를 열 수 없다. 무언가를 꼭꼭 숨기기에 '딱'이다.

다이어리처럼 꾸미는 예쁜 '디자인홈'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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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기능이다. 시크릿노트 홈화면을 자기 입맛대로 예쁘게 꾸밀 수 있다. 그저 아이콘을 재배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화면을 분할하고 여기에 배경 이미지 등을 지정 가능하다.

직접 디자인홈을 만들어봤다. 기본으로 예쁜 패턴 이미지가 많아 꾸미기 어렵지 않았다. 웹에서 저장한 감각적인 이미지나 직접 찍은 사진들로 디자인홈을 만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갓 사랑에 빠진 풋풋한 커플이라면, 연인의 사진들로 가득 채운 홈화면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 이 디자인홈은 친구와 공유할 수도 있어 커플 홈화면을 맞출 수도 있다.

무손실 음원 재생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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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한편에 시크릿노트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시크릿노트의 무손실음원(FLAC) 재생 기능을 강조한 것. 그 옆쪽에는 시크릿노트, 갤럭시노트3, 베가아이언과 헤드폰을 함께 배치해 '직접 들어보고 비교하라'는 패기를 보였다.

이제는 필수가 된 '플립커버'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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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4, 옵티머스G2부터 '독특한 기능을 갖춘 플립커버'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필수 액세서리가 됐다. 시크릿노트도 예외가 아니다. 플립커버를 닫으면 커버 위 뚫린 부분에 시계가 나타난다. 여기서 알람, 메시지, 전화 수신 등을 확인하거나 동영상 등도 볼 수 있다.

"기본 카메라 앱… 왜 그대로죠?"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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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카메라 1,3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210만 화소라는 높은 화소 수가 무색하게 팬택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 앱은 기대에 못 미치는 화질을 보여줬다. 사실 팬택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 앱은 지금껏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카메라 자체는 좋은데 기본 앱이 이를 못 받쳐준다. 이때문에 다른 카메라 앱을 설치해 기본 카메라앱처럼 이용하는 사용자가 꽤 많다. 이번 '시크릿노트는 조금 달라졌을까'하고 기대했건만…. '스카이' 시절 쟁쟁하던 카메라 기능을 베가에서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무난한 디자인이 아쉬워

베가아이언에서 보여줬던 당찬 새로움은 어디로 갔는지. 시크릿노트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태에 제품 아래에 물리적인 홈버튼이 달린 '무난한' 스마트폰 디자인이다. 시크릿노트로 재기하겠다는 도전적인 태도와는 달리, 제품 디자인은 어쩐지 모험을 피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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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행사장에 갤럭시노트3와 시크릿노트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것이 갤럭시노트3고 어느 것이 시크릿노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속속들이 따지고 들면, 시크릿노트가 약간 더 크고 홈버튼에 불빛이 들어오며, 버튼과 스피커 위치가 약간씩 다른 것 등 차이점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갤럭시노트3, LG전자 옵티머스G프로 등의 '전형적인 대화면 스마트폰' 디자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크릿노트는 그 특징 등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다. 이러한 제품을 사용자에게 강력하게 각인시켜 줄 '디자인적 요소'가 없어 무척 아쉽다. 아무래도 팬택은 시크릿노트와 베가아이언이 직접적인 경쟁 제품이 되는 것을 피하고자 이러한 선택을 한 듯 보인다.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의 출고가는 90만 원대 중후반으로 예상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시크릿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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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마음을 울리는 이병헌의 목소리가 퍼졌다. 이병헌은 팬택 CF에서 '우리가 앞으로도 더 노력할 테니 믿고 지켜봐 달라'며 호소하고 있었다. CF 영상에 감정이 동하는 기자가 꽤 많아 보였다. 마음이 약한 시청자였다면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였다.

팬택 이준우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팬택을 '클라이머(Climber)'에 비유했다. 역경이 닥쳤을 때 포기하거나(Quitter), 안주하지 않고(Camper) 기어코 이겨내겠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시크릿노트가 팬택이 역경을 뚫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튼튼한 지팡이'가 되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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