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패드 8.3은 어때? "음, 괜찮은데 가격이..."
LG전자가 태블릿PC 시장에 'G패드 8.3'이라는 세 번째 도전장을 던졌다. 제품 사양이나 완성도는 일단 합격이다.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출고가가 상당히 높고, 정체성이 흐릿해 아쉬움이 남는다.
LG전자가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14일부터 고급 태블릿PC G패드 8.3 국내 판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G패드 8.3은 LG전자 프리미엄 제품군 G시리즈의 일환으로, 태블릿PC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LG전자가 내민 출사표다.
제품 완성도는 탄탄, 흠잡을 데 없어
성능은 현존 태블릿PC 가운데 최고수준이다. 크기 8.3인치 해상도 WUXGA(1,920x1,200, 16:10 화면비)의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선명도 273PPI), 퀄컴 스냅드래곤 600 프로세서, 2GB 메모리,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등을 갖췄다.
디스플레이 품질은 매우 뛰어나다. 색상은 화사하고 밝은 곳에서도 글씨, 그림 등을 또렷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상하좌우 어디서 쳐다봐도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LG전자는 G패드 8.3의 디스플레이에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품을 설명하며 디스플레이가 현존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줄곧 강조했다. 크기도 만족스럽다. 네이버, 다음, 동아닷컴, IT동아 홈페이지 등을 열어보니, 모든 글과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프로세서는 LG전자 옵티머스G 프로 등에 탑재해 성능을 검증 받은 스냅드래곤600 쿼드코어 프로세서(1.7GHz)를 채택했다. 한 세대 전 프로세서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높은 성능의 프로세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게임, 동영상 등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메모리도 2GB로 제법 넉넉한 편.
카메라는 그럭저럭 쓸만하다. 후면 500만 화소, 전면 13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택했다. 후면 카메라는 제법 볼만한 품질의 사진을 보여준다. 일상을 기록하는 용도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 다만 플래시는 탑재하지 않았으니 주의할 것. 전면 카메라는 영상통화, '셀카' 등을 찍을 때 유용하다.
아이패드 미니, 넥서스7 등 저장공간 확장이 불가능한 경쟁 제품과 달리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을 탑재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본 저장공간은 16GB이며, 운영체제와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9GB 내외다.
배터리 용량은 4,600mAh로 경쟁 제품보다 400~800mAh 더 많다.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다른 7~8인치 대 태블릿PC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일반적인 용도(이 일반적인 용도가 무엇인지는 조금 아리송하다)로 사용할 경우 한번 충전으로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김새는 G2와 판박이다. G2 디자인을 토대로 크기만 늘려놨다. 패밀리룩(제품군끼리 비슷한 디자인을 취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나쁘지 않다. 다만 전원 볼륨 버튼을 뒷면에 배치한 G2와 달리 오른쪽 측면에 배치했다.
뒷면은 알루미늄 재질로 마무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하 2cm는 전파를 수신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나머지 부분은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플라스틱을 채택한 경쟁 제품보다 한층 고급스럽다.
스피커는 제품 뒷면에 가로로 배치했다. 세로로 세워놓고 사용하는 것보다, 가로로 눕혀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을 상정한 모양새다. 음질은 태블릿PC치고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작은 스피커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약간 들린다. 또, 저음도 조금 약한 듯하다.
무게는 338g으로 가벼운 편이고, 화면 크기가 8.3인치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크기 8인치인 갤럭시노트8.0보다 가로 길이가 짧다. 성인 남성이 제품을 한 손으로 파지할 수 있을 정도다.
색상은 검은색과 하얀색 두 가지이며, 저장공간 16GB 모델 하나만 판매한다. 와이파이 모델로만 발매하며, LTE 모델 발매 계획은 현재 없다. 10월 내로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에겐 G패드 8.3을 거치할 수 있는 전용 케이스를 함께 제공한다.
SW, 안드로이드 위에 LG를 심다
소프트웨어(SW) 역시 LG전자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아니, 거의 동일하다고 평가해도 되겠다. '노크온', 'Q슬라이드' 등 LG전자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기능과 'Q페어', 'QTV' 등 태블릿PC만을 위한 기능을 추가했다.
LG전자가 가장 강조한 기능은 Q페어다. Q페어는 스마트폰과 G패드 8.3을 연동해 태블릿PC 사용 도중에도 걸려온 전화, 메시지 등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기능이다. G패드 8.3 사용 도중 스마트폰을 꺼낼 일이 줄어들기에 편리하다. 또, 스마트폰에서 보던 웹페이지를 G패드 8.3에서도 볼 수 있게 해준다. 일종의 동기화인 셈. Q페어는 LG전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젤리빈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라면 모두 지원한다.
QTV는 G패드 8.3으로 TV를 조작하는 기능(Q리모트)과 G패드 8.3으로 TV 프로그램을 감상하는 기능(LG유플러스 HDTV)을 하나로 합친 기능이다. G패드 8.3으로 TV를 조작하다가, TV에 나오는 해당 프로그램을 G패드 8.3에도 나오게 할 수 있다. 원래 LG유플러스 HDTV는 유료 서비스이지만, G패드 8.3 구매자는 2014년 3월까지 실시간 방송과 100여 편의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노크온은 화면을 빠르게 두 번 두드리면 화면이 켜지는 기능이고, Q슬라이드는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다른 앱을 실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관련 기능이다.
G패드 8.3에는 LG G2에 내장된 기능 대부분이 고스란히 들어있지만, 유독 게스트 모드만 없다. 게스트 모드는 타인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줄 때 패턴잠금을 활용해 사용자가 지정한 특정 기능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PC는 4.2버전(젤리빈)부터 사용자 계정 기능을 활용해 게스트 모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게스트 모드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했다.
높은 가격과 흐릿한 정체성이 아쉬워
G패드 8.3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양쪽으로 흠잡을 데 없는 제품이지만, 경쟁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비싼 것이 판매의 걸림돌이다. 출고가 55만 원, 7~8인치 태블릿PC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고, 10인치 태블릿PC와 거의 대동소이한 가격이다. 특히 비슷한 사양을 갖춘 구글 넥서스7 16GB 모델의 가격이 33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사실 가격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흐릿한 정체성이다. 갤럭시노트8.0은 전자펜, 넥서스7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운영체제 업데이트, 아이패드 미니는 유일한 iOS 태블릿PC라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반면 G패드 8.3은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특징이 보이질 않는다.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구매할만한 매력이 있으면 사용자들은 지갑을 여는 법. G패드 8.3의 매력을 사용자들에게 알려야 하는 과제가 LG전자에게 주어졌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