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사라지지 않는다 '포스트 PC' 있을 뿐"
요즘 IT시장에는 PC가 잘 보이지 않는다. 관련뉴스나 광고를 보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올해 PC출하량이 작년에 비해 9.7%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세계 최대의 PC 프로세서 공급사인 인텔은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 신형 프로세서인 4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코드명 하스웰)을 대대적으로 출시했으며, 한층 활용성을 높인 신형 울트라북의 규격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울트라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2-in-1'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여전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탈 PC'의 시대를 맞이한 인텔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향후 전략을 선보일 것인지를 인텔코리아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지용호 상무에게 들어봤다.
현재 PC는 ‘재정의’ 과정에 있을 뿐
"기존의 관점으로 보면 PC시장의 성장 동력이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텔의 시각은 다소 다릅니다. 현재 ‘PC의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기존의 형태(일반 노트북이나 데스크탑)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PC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지 상무는 인텔이 단순한 PC 프로세서 제조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텔은 PC를 포함한 '컴퓨팅 디바이스' 전반에 쓰이는 프로세서를 공급하며, 새로운 프로세서를 선보일 때마다 이에 최적화된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도 발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플랫폼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PC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나, 울트라북이나 2-in-1과 같은 신개념 PC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포스트 PC'의 형태를 제정하고, 소비자들과 제조사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인텔이지요. 인텔이 단순한 PC용 프로세서 제조사였다면 위기를 느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4세대 코어가 변한 게 없다는 건 오해… 애플도 인정했다
인텔이 지난 6월 출시한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일부 전문가와 PC매니아들에게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인텔은 더 많은 트랜지스터와 코어를 품고, 한층 높아진 클럭(동작속도)을 갖춘 프로세서를 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4세대 코어의 경우,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연산능력의 향상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인텔 측은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얼마나 수치적인 성능향상이 있었느냐 보다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고성능이라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특히 이번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전력 절감 능력이 월등히 향상되었습니다. 기존의 3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지요"
전력 절감 능력은 특히 모바일 환경에서 큰 이점을 제공한다,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PC 제조사들이 4세대 코어의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지 상무는 강조했다.
"애플이 이번에 신형 맥북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가장 강조한 점 중 하나가 바로 4세대 코어의 저전력 능력이었습니다. 3세대 코어 기반 기존 제품의 배터리 유지 시간은 5시간 정도였지만 4세대 코어 기반의 신형은 9시간으로 향상되었으니 말이죠. 자사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큰 애플이 이렇게 타사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요. 업계 관계자라면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인텔 내장 그래픽은 몹쓸 물건?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하고 싶은 심정
전력 관련 외에 인텔이 강조한 4세대 코어의 장점은 바로 내장 그래픽 성능의 향상이었다. 과거 인텔의 내장 그래픽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며, 특히 게임 구동능력 면에서 불만을 사곤 했다. 인텔 내장그래픽 기반의 PC로는 게임 할 엄두도 내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한 지 상무의 입장은 단호했다.
"4세대 코어의 내장 그래픽은 확실히 다릅니다. 내장 그래픽 성능의 향상은 전력 절감능력과 함께 모바일 환경 최적화를 위한 4세대 코어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 외장형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와 4세대 코어 기반의 내장그래픽으로 구동되는 PC에 요즘 유행하는 게임을 함께 구동해보는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에요. 과거 인텔 내장 그래픽에 편견을 가진 사용자라도 깜짝 놀랄 것입니다"
참고로 이전에 IT동아에서 4세대 코어의 내장그래픽 성능을 실제로 테스트해 본 결과, LOL이나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와 같은 게임이 무리 없이 구동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http://it.donga.com/15711/?page=3).
터치스크린 탑재한 미래형 PC, 언젠가 대세 될 것
인텔은 4세대 코어를 발표하며 이에 기반한 신형 울트라북과 2-in-1의 규격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규격을 살펴보면, 기존 제품에 비해 배터리 성능 및 반응 속도가 향상된 것 외에 터치스크린 탑재를 권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인텔은 과연 터치스크린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이를 원하지 않은 보수적인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에게 터치스크린 탑재를 강요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미래형 컴퓨팅에서 터치 인터페이스가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과 같은 주요국 소비자들의 의향 조사를 해보니 정말로 많은 분들이 터치스크린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규정을 벗어난 일부 울트라북과 2-in-1,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울트라북이나 2-in-1이라는 용어는 인텔에서 처음 주창한 것이며, 제조사들이 따라야 할 이들 기기의 세부적인 규격 역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신형 울트라북의 경우, 프로세서는 4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의 저전력 모델을 탑재해야 하고 두께는 21mm 이하, 배터리 유지 시간은 유휴 상태에서 8시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는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데도 단순히 얇은 노트북이라 하여 ‘울트라북’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경우도 있다. 인텔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런 상황을 인텔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이는 그만큼 울트라북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PC 제조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일입니다. 특히 2-in-1의 경우는 미래형 PC 전략의 핵심과도 같은 것인데, 꼭 4세대 코어를 탑재하지 않은 모델이라도 좋으니 제조사에서 이런 형태의 제품을 많이 내놓았으면 좋겠습니다"
非인텔 PC를 내놓는 제조사들의 선택 자체는 존중,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 바래
인텔 프로세서는 고성능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고성능 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요즘 나오는 저렴한 보급형 노트북 중에는 AMD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경우가 제법 눈에 띈다. 인텔에서도 이런 상황은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제조사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인텔의 프로세서 중에는 셀러론이나 펜티엄 같은 보급형 모델도 분명히 있으며 성능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을 확실히 알고 있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요즘 인텔이 전개하는 것이 바로 ‘룩 인사이드(Look Inside)’ 캠페인이지요"
‘인텔 인사이드’에 이은 ‘룩 인사이드’의 의미
"룩 인사이드는 말 그대로 '안을 보라' 라는 의미입니다. 요즘 일부 소비자들은 PC의 내부 사양에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브랜드나 가격, 디자인 정도만 보고 PC를 구매했다가 또 후회합니다. 자신이 사는 PC의 본질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으니 이를 좀더 꼼꼼히 살펴보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자는 것이 룩 인사이드 캠페인의 핵심이지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PC의 본체에 붙은 스티커나 제품의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텔 인사이드'와 달리 ‘룩 인사이드’는 아직 좀 생소한 편이다. 이 새로운 캠페인의 의미에 대해 지 상무는 자세히 설명했다.
"이건 단순히 인텔 프로세서가 들어있는 PC만 사라는 광고성 문구였던 인텔 인사이드와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각종 IT기기가 점점 '스마트'를 지향하고 있으니 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 역시 보다 스마트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꼭 인텔이 아니라도 좋으니 제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사시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포스트 PC 시대에도 인텔의 영향력은 변함 없을 것”
인터뷰를 마칠 즈음 지용호 상무는 소비자들 및 IT동아의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제가 지금까지 강조한 것처럼 인텔은 단순한 PC 프로세서 제조사가 아닙니다. 매번 새로운 컴퓨팅 디바이스를 제시하고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플랫폼 기업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PC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판매량이 늘어나더라도 결국 이들은 인텔 기반 서버로 구동되는 데이터센터 없이는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IT시장이 어떻게 변하건, 인텔의 영향력은 변화가 없다는 의미죠. 인텔은 여러분 주변 어디에나 함께한다는 점을 기억해 두셨으면 합니다"
대다수 일반 소비자들은 PC의 성능이나 거기에 담긴 기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편하게 소비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텔은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제품의 본질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자는 룩 인사이드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와 함께 탈 PC, 포스트 PC의 시대를 맞은 지금, 인텔은 기존 PC의 개념을 벗어난 새로운 PC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텔의 이러한 노력이 어떤 결과를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