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각렌즈와 망원렌즈는 무엇이 다른가?
"삼촌은 왜 렌즈를 3개씩 들고 다녀?"
"렌즈마다 화각이 달라서"
"화각?"
화각이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한 번에 볼 수 있는 각도를 말한다. 사람이 한쪽 눈으로 볼 수 있는 각도는 약 90도 정도인데,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면 이보다 더 넓게 혹은 좁게 볼 수 있다. 화각은 렌즈 초점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초점거리가 짧으면 화각은 넓어지고 길면 좁아진다. 원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원통으로 풍경을 볼 때 원통 길이가 길수록 보이는 각도가 좁다. 화각도 이와 비슷한 원리다.
렌즈는 화각에 따라 광각, 표준, 망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점거리가 풀 프레임 바디를 기준으로 35mm 이하인 렌즈는 광각렌즈라고 부르며 화각은 63도 이상이다. 광각렌즈로 촬영하면 단순히 넓게 찍히는 것뿐만 아니라 원근감이 과장돼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가 실제보다 멀어 보인다. 피사체의 형태도 조금 왜곡된다. 예를 들어 사각형 물체를 찍으면 사다리꼴로 보인다든가, 인물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더 넓게 보인다. 인물 사진 촬영 시 이를 잘 활용하면 조금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 광각렌즈는 인물이나 정물에는 잘 쓰이지 않는 렌즈다.
광각 렌즈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은 풍경 사진이다. 사람의 시야각보다 넓기 때문에 사람 눈으로 볼 수 없는 경치를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있다. 이보다 화각이 더 넓은 어안렌즈로(시야각 180도 이상) 사진을 찍으면 사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둥글게 왜곡돼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초점거리가 50mm 내외인 렌즈는 표준렌즈라고 부르며 화각은 47도 내외다. 표준렌즈는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과 원근감이 가장 유사하고 왜곡도 거의 없다. 때문에 표준렌즈로 촬영한 사진은 사람 눈에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내가 봤던 그 순간을 그대로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50mm 단렌즈(초점거리가 고정된 렌즈)는 조리개를 많이 열 수 있어 사진이 밝고, 심도가 얕은(아웃포커싱)사진도 쉽게 찍을 수 있어 SLR 카메라 시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표준렌즈는 인물, 정물 풍경 등 일반적인 촬영에 가장 많이 쓰이는 렌즈다.
초점거리가 85mm 이상인 렌즈는 망원렌즈라고 부르며 화각은 28도 이하다.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확대해 찍을 수 있으며 가까이 있는 피사체의 특정 부분만 강조해서 찍을 수도 있다. 광각렌즈가 원근감을 과장해 표현한다면, 망원렌즈는 원근감을 압축시킨다.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가 실제보다 더 가까워 보인다는 의미다. 망원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심도가 얕은 사진도 쉽게 찍을 수 있다. 초점거리가 멀어질수록 심도는 더 얕아진다.
망원렌즈는 일반적으로 멀리 있는 피사체를 찍을 때 사용하며, 원근감이 압축되는 특징을 이용해 물체나 사람이 모여있는 것을 과장해 빽빽하게 모인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이미지 센서 크기도 화각에 영향을 준다. 렌즈 초점거리가 같아도 풀 프레임 바디와 크롭 바디로 촬영한 사진의 화각은 다르다. 이미지 센서가 클수록 사진에 담기는 장면도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풀 프레임 바디로 초점거리를 50mm로 설정해 사진을 찍었을 때 보이는 각도가 1:1.6 크롭 바디에서 50mm로 찍은 사진보다 넓다는 말이다. 1:1.5 크롭 바디에서 같은 화각을 얻으려면 초점거리는 33mm가 돼야 한다.
1:1.6 크롭 바디 표준렌즈 초점거리는 31mm다. 환산 화각을 계산하는 공식은 초점거리에 해당 제품의 크롭 비율(풀 프레임 바디보다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을 곱하면 된다. 니콘 크롭 바디 제품의 이미지 센서는 약 1.5배 작으며, 캐논은 1.6배 작다.
초점거리에 따른 원근감 차이
초점거리에 따른 화각 차이
지금까지 18-55mm같은 번들렌즈만 사용해봤다면 이제 조금 눈을 높여서 초광각렌즈나 망원렌즈처럼 다양한 화각의 렌즈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물론 번들렌즈도 상당히 우수한 제품이지만, 다른 렌즈를 사용한다면 기존 렌즈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