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코어 '하스웰', 인텔 내장 그래픽이 달라졌어요?
PC시장이 주기적으로 크게 요동치는 시점이 종종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새로운 윈도 운영체제를 발표했을 때, 그리고 인텔에서 신형 프로세서를 내놓았을 때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볼 때 2012년과 2013년 사이는 PC 관련 업계에서 정말로 주목할만한 시기다. 2012년에 윈도8이 출시되고 2013년에 인텔의 4세대 코어 프로세서, 코드명 '하스웰(Haswell)'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윈도8의 경우는 시장 반응이 다소 미지근한 편이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 쏠린데다 기존의 윈도7에 비해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이용 방식이나 시각적인 구조)가 너무 달라져버린 윈도8에 사용자들이 어색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점을 알아챘는지 불과 1년 남짓 만에 이질적인 UI를 개선한 업데이트 버전인 윈도 8.1을 내놓는다고 한다.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인텔의 4세대 코어는 어떨까? 이제 불과 출시 된지 한달 남짓이라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엔 조금 이르지만 전반적으로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법 있다. 윈도8과는 정 반대의 평가다. 특히 프로세서는 전통적으로 CPU 부분의 연산능력 향상을 중시하며 발전했는데, 이번에 나온 4세대 코어의 경우, 2세대(샌디브릿지)에서 3세대(아이비브릿지)로의 변화에 비해 CPU 연산능력의 향상 폭이 적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만, 인텔 입장에선 이런 평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사실 인텔에서 이번에 4세대 코어를 발표하며 가장 강조한 점은 '저전력'과 'GPU(그래픽) 성능'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PC 시장의 흐름이 수치적인 성능의 향상 보다는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의 향상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텔의 주장대로 4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체감적인 경험의 향상을 크게 이루었는지 실제 제품을 통해 체험해봤다.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한 인텔의 '톡' 모델
인텔은 이른바 '틱-톡' 전략을 통해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출시해왔다. 이전 제품의 출시 1년 후에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architecture, 설계방식)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톡)하고, 또 1년 후에는 미세화된 공정으로 성능을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틱), 또 1년 후에는 공정 수준은 같지만 아키텍처를 완전히 일신한 제품을 출시(톡)하는 식이다. 이번에 나온 4세대 코어의 경우, 공정은 이전의 3세대 제품과 같은 22nm 수준이지만, 아키텍처는 새롭게 도입한 '톡' 제품이다.
공정이 미세화되면 전력소모나 발열이 줄어든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아키텍처가 변하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한층 효율적인 연산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4세대 코어의 하스웰 아키텍처에는 부동소수점 능력이 2배로 향상된 인텔 AVX(Intel Advanced Vector Extensions) 2.0 명령어가 추가되었다. 아직은 완전히 이를 지원하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적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건 어차피 시간이 해결책이다.
UHD 해상도과 최신 그래픽 기술의 지원 눈에 띄어
4세대 코어에 내장된 GPU는 기존 풀HD(1,920 x 1,080)보다 4배나 정밀한 UHD(4K, 3,840 x 2,160) 해상도를 표현할 수 있으며, 다이렉트X 11.1 및 쉐이더모델 5.0, 오픈GL 4.0을 비롯한 최신 그래픽기술을 다수 지원한다. 지원하는 해상도나 그래픽기술의 목록만 봐서는 거의 엔비디아 지포스나 AMD 라데온과 같은 외장형 GPU와 비슷하게 보일 정도다.
물론 지원하는 기술이 비슷하다 하여 성능까지 같다는 것은 아니다. 지포스나 라데온은 GPU의 클럭(동작속도)가 더 높고 전용 메모리까지 갖추고 있어 인텔의 내장 GPU에 비해 여러모로 성능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전에는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던 인텔의 내장그래픽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것은 의의가 크다.
전압조정기 내장으로 낭비되는 전력 최소화
그리고 4세대 코어는 이전 제품과 같은 22nm 공정으로 제조됨에도 불구하고 소비전력 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확히는 구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력을 낮췄다기 보단 낭비되는 전력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다(설계전력 자체는 3세대 제품과 유사한 수준이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전압조정기(FIVR)를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보드에 전압조정기를 갖춘 이전의 PC에 비해 한층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최소전력모드를 지원한다.
특히 새로 지원하게 된 C6와 C7 모드는 전원 차단 상태에 가까운 극히 적은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면 빠르게 작업으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C6와 C7 모드를 쓰기 위해서는 PC에 탑재된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 역시 이를 지원해야 하는데 아직은 지원 제품의 수가 적은 편이다. 기존 파워서플라이를 탑재한 PC라도 4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구동은 가능하지만 C6 / C7 모드는 쓸 수 없다.
소켓 바뀌어 기존 메인보드선 업그레이드 불가능
그렇다면 이제부터 4세대 코어를 실제로 써볼 차례다. 테스트에 사용한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코어 i7-4770K(쿼드코어, 3.5GHz)다. 코어 i7-4770K는 4세대 코어 제품군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인터넷 최저가 기준 약 37만 원), 신세대 프로세서의 면모를 살펴보기엔 제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나 상위 1%의 게임매니아를 제외한다면 코어 i5-4670(약 23만 원)의 구매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이 정도만 해도 일반인들이 쓰기엔 충분히 고성능이다.
참고로 2세대와 3세대 프로세서는 LGA1155 규격의 소켓을 갖춘 메인보드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나온 4세대 제품은 LGA1150 규격의 소켓을 쓴다. 쉽게 말해 구형 메인보드에 프로세서만 4세대 제품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알뜰파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
게임 구동으로 알아본 4세대 코어의 그래픽 성능
이번 테스트에서는 인텔에서 강조했던 그래픽 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여러 가지 게임을 구동해봤다. 코어 i7-4770K에 내장된 GPU는 '인텔 HD 그래픽스 4600(이하 HD4600)'이다. 참고로 4세대 코어 시리즈 중 노트북에 주로 쓰이는 모바일 버전 중에는 HD4600보다 한층 높은 그래픽 성능을 갖춘 HD5000 시리즈가 들어가는 모델도 있으니 참고하자. 특히 5100 모델의 경우는 아이리스(Iris), 5200 모델의 경우는 아이리스 프로(Iris Pro)라고 부른다,
테스트에 사용한 PC는 ECS의 Z87H3-A2X 익스트림 메인보드에 DDR3 메모리 8GB, 그리고 씨게이트 2TB HDD와 윈도7 64비트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그리고 코어 i7-4770K 내장 GPU의 성능을 원활히 이끌어내기 위해 그래픽 메모리 할당량은 1GB로 설정했다.
이 상태에서 윈도7 체험지수를 확인해보니 프로세서(CPU) 부문은 7.8, 그래픽과 게임 그래픽 부문은 각각 6.7로 측정되었다. 이 정도면 프로세서 부분은 이전 모델인 3세대 코어 i7 정도, 그래픽 관련 부분은 지포스 GT 630같은 보급형 그래픽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실제 성능과 수치상의 성능은 차이가 날 수 있으니 그냥 참고만 하자.
LOL 테스트 – 'Excellent'
가장 먼저 테스트 해본 게임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다. LOL은 그래픽의 품질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 비교적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원활히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도 내장 GPU에서는 조금 버거운 편이라 4~5만 원대의 보급형 그래픽카드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환사의 협곡' 맵을 플레이하며 해상도와 그래픽 품질 옵션을 바꿔가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LOL의 경우, 해상도 1,920 x 1,080에 그래픽 품질 '높음'에서도 원활하게 구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유닛의 수가 적을 때는 60프레임 내외, 많은 유닛이 각종 마법을 쓰며 전투를 벌일 때도 45프레임이 유지되었다. 해상도를 1,600 x 900, 그래픽 품질 '중간'으로 할 경우엔 60~100 프레임이 유지되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 정도면 굳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2 테스트 – 'Good'
다음으로 해 본 게임은 전작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고정팬을 확보 중인 '스타크래프트2'다. '금속도시' 맵에서 6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대전을 벌이는 상황을 연출해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이번에도 역시 해상도와 품질을 변경해가며 프레임을 측정했다.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높음' 상태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 해보니 유닛의 수가 적을 때는 평균 45프레임, 유닛의 수가 많을 때는 25프레임 내외로 구동되었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할만하지만 아주 원활하다고 하기엔 어렵다. 하지만 해상도를 1,600 x 900, 그래픽 품질을 '중간'으로 변경하니 50 ~ 80프레임 수준으로 눈에 띄게 프레임이 향상되었다. 스타크래프트2는 이번에 테스트한 게임 중 그래픽 옵션 변경에 따른 성능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게임 중 하나다.
디아블로3 테스트 – 'Not Bad'
액션성이 강한 RPG인 '디아블로3'도 구동해봤다. 디아블로3는 최적화가 상당히 잘되어있어 PC 사양에 따른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GPU 보다는 CPU의 성능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 게임으로 알려져있다. '대성당 지하 2층' 맵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테스트 결과,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높음' 상태에서는 25 ~ 35 프레임 내외, 해상도 1,600 x 900, 그래픽 품질을 '낮음' 상태에서는 35 ~ 45 프레임 내외로 측정되었다. 낮은 그래픽 옵션에서 상대적으로 더 원활하지만, 높은 그래픽 옵션에서도 그럭저럭 할만한 수준이다. 앞서 측정한 스타크래프트2와 달리 그래픽 옵션을 변경해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다.
아키에이지 테스트 – 'Bad'
마지막으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MMORPG인 '아키에이지'다. 아키에이지는 그래픽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GPU의 성능에 많이 의존하는 게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 하려면 최소 20만 원대 남짓의 그래픽카드가 거의 필수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4세대 코어에 탑재된 내장 GPU의 성능도 수준급이니 테스트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처음에는 해상도 1,920 x 1,080, 그래픽 품질 '높음' 상태로 플레이 해봤는데 평균 10~20 프레임 수준으로 구동되어 그다지 최적하지 않았다. 다음에는 해상도 1,600 x 900, 그래픽 품질을 '보통'으로 맞추고 플레이를 해봤는데 이 상태에서도 평균 20프레임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한 화면에 많은 캐릭터가 표시되는 마을에서는 끊김이 심한 편이었다.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그래픽카드를 따로 꽂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텔의 과감한 선택, 시장의 평가는?
인텔은 4세대 코어 시리즈를 출시하며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의 향상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내장 그래픽 기능의 향상이다. 실제로 게임을 구동하며 테스트를 해보니 인텔의 이야기가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이전에 나온 인텔 내장 그래픽은 외장 그래픽카드의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낮았지만, 4세대에 제품은 확실히 다르다. 이 정도면 기존 그래픽카드 시장을 어느 정도 잠식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데스크탑 보다는 노트북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4세대 코어는 CPU 부분의 성능 향상이 적다는 것을 지적 받고 있다. 인텔 입장에서도 제법 신경이 쓰일 것이다. 다만,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를 말해보자면 사실 최근 CPU의 성능은 일반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2~3년 전에 나온 1세대나 2세대 코어 시리즈 기반의 PC라도 풀HD급 동영상을 구동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고, 각종 업무를 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의 CPU 성능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그다지 체감도 할 수 없는 CPU 부분의 성능만을 높여나가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인텔이 4세대 코어를 출시하며 CPU 보다는 GPU의 성능, 그리고 전력효율 향상에 중점을 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 동안 고성능 CPU의 동의어처럼 여겨지던 인텔이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전문가들과 매니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인텔의 4세대 코어 시리즈는 생각 이상으로 많이 바뀌었다. 단지 변화의 양상이 이전과 자못 다를 것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